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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만나다] 의사들도 생소한 '폼페병'..."진단받지 못한 채 병원 떠도는 환자 많아"알베르토 두브로브스키(아르헨티나 파발로로대학 신경과학 교수)

[라포르시안] '폼페병(Pompe)'은 리소좀 내 효소인 산 알파-글루코시다아제(Acid alpha-glucosidase, GAA)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진행성 희귀 신경근육질환이다. GAA 결핍은 리소좀과 세포질 내 글리코겐 축적으로 이어지며, 이로 인해 심장과 골격 등 평활근(smooth muscle)의 조직 손상이 발생한다. 질병 진단이 지연될 경우 질환 진행에 따른 근육 및 호흡 기능의 지속적인 저하로 휠체어와 인공호흡기 의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효소대체요법(ERT)의 도입을 통해 질병 진행 속도를 안정화시키거나 늦춤으로써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폼페병의 발병률은 5만 명당 1명이고, 우리나라에는 약 4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발병률에 비하면 많은 환자가 아직 진단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폼페병 전문가 라운지 참석을 위해 방한한 알베르토 두브로브스키 아르헨티나 파발로로대학 신경과학 교수를 만나 조기 진단 및 환자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과 질환의 인지도를 높여 적기의 감별진단을 통한 치료 필요성에 대해서 들어봤다.

- 진행성 희귀 신경근육질환인 폼페병은 국내 의료진에게 생소한 질환이다.

“폼페병은 수백여 가지의 신경근육질환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신경근육질환과 폼페병을 구별해서 진단해내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감별 진단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는 희귀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효소대체제와 같은 치료제가 있기 때문이다. 질환이 있음에도 진단이 안된 환자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따라서 다른 질환으로 오진된 환자들을 찾아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폼페병에 대한 의료진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며, 환자를 보고 ‘혹시 폼페병이 아닐까요? 한 번 검사를 받아보세요’라고 말해줄 수 있도록 재활센터 혹은 물리치료센터 등의 관계자들, 그리고 환자 주변의 보호자 분들을 대상으로 질환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 폼페 전문가 라운지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폼페병이 다른 질환과 어떻게 다르고, 정확한 확진을 위한 효과적인 진단법이 있나.

“폼페병 진단에 있어 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간단한 검사 방법이 있다는 점이다. DBS(Dried Blood Spot)라는 혈액 검사로 혈액 몇 방울을 종이에 떨어뜨려 특정 효소의 활성 유무를 알 수 있는 방법이다. 이 검사 방법을 통해 폼페병과 관련된 GAA 효소의 활성도를 파악해 볼 수 있다. DBS 검사 같은 경우, 조금 더 포괄적으로 접근해 항상 쉽게 피로해진다거나 허리가 매일 아픈 환자들, 하부 요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해 볼 수 있다. 나아가 섬유근육통(fibromyalgia)으로 인해 몸이 안 좋아 우울증까지 갖고 있는 환자들에게까지 확대 적용해볼 수도 있다. 이처럼 몸이 어딘가 안 좋은데 정확한 증상을 호소하지 못하거나 원인을 찾지 못하는 환자들의 경우 폼페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신경근육질환이 있다는 것은 아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이나 문제가 있는지 확진이 안 된 환자들, 근력 저하가 있는데 원인이 파악되지 않는 환자들의 경우 모두 DBS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일반 사람들 중 근육이 좀 약한 것 같다 하는 분들의 경우 혈청의 CK(크레아틴 키나제, Creatine Kinase) 수치가 높을 수 있다. CK 수치가 높은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신경근육질환자들의 경우 CK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 검사를 통해서도 폼페병을 파악할 수 있다.”

- 폼페병 진단이 늦어질 경우 환자에게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일단 폼페병은 질환 자체가 진행성이기 때문에 빠르게 진단해 치료를 시작하지 않았을 경우 다른 신경근육질환에 비해 환자가 겪을 수 있는 호흡근에 대한 영향이 상당히 크다. 호흡근에 대한 타격이 크다 보니, 밤에는 어쩔 수 없이 호흡에 도움을 주는 인공호흡 시스템 등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 또 질환이 많이 진행이 돼 있을수록 치료 효과도 떨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조기에 환자를 찾아 치료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 신경근육질환 오진은 그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해 결되지 못하고 있다. 오진율을 줄이고 폼페병 진단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들 사이에서 질환 인지도를 높이는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폼페병에 대해 인지 조차 없는 상황에서는 진단이 이뤄지기 어렵다. 때문에 이번에 마련된 폼페 전문가 라운지와 같은 학술 행사가 상당히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이번 방한 중에도 병원에서 젊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폼페병에 관한 강연을 진행했는데, 이러한 노력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 특히 신경근육질환 분야는 지난 30년 사이에 신경과 내 다른 세부 전공들 보다 훨씬 더 많이 발전한 분야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신경근육질환만도 900여개에 달하고 이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도 550여개 이상이며, 폼페병은 그 중 하나이다. 이러한 발견이 지난 25년 간의 성과이다. 또한 바로 지난주에 신경근육질환에 대한 새로운 유전자 치료가 승인을 받았다. 영유아기 때 진단 시 거의 100% 사망으로 이어지는 제 1형 SMA(척추근위축증) 환자들이 완치될 수 있는 치료법이 등장한 것이다. 이처럼 신경근육 분야는 신경과 내 다른 세부 전공 분야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발전들을 이루어 내고 있기에 더욱 많은 젊은 의사분들이 이러한 희귀질환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 신경근육질환인 만큼 신경과, 정형외과 등 전문과 간 협진이 중요할 것 같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많은 폼페병 환자들이 신경과를 찾아오기 전까지 상당히 많은 다른 진료과를 전전한다. 신경과가 아닌 다른 분과에서는 폼페병에 대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발병에 대해서 의심하기가 어렵다. 또한 이 환자들을 제대로 진단해내기 위해서는 신경학적인 검사가 필요하며 근력 검사, 반사 신경 검사 등의 검사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경과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일반 내과나 류마티스 관절염 관련 의사를 찾아가게 되면 적절한 검사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들이 생기기도 한다. 많은 환자들이 폴리마이오사이티스(Polymyositis)라는 근육의 염증성 질환으로 오진돼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 제제를 상당히 오래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오진으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제제를 2년 이상 복용한 환자도 있었다. 단지 신경과뿐만 아니라 내과, 정형외과, 류마티스관절염 전문의 등 여러 분과의 전문의들 사이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다학제적 접근이 상당히 중요하다.”

- 의사들이 폼페병 진단 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환자 분들이 몸 어딘가 불편하고 자꾸 피곤하다거나 근력이 약하다고 느끼면 거주지 인근의 일반 의원을 먼저 찾아간다. 따라서 동네의원 의사들이 폼페병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매우 드문 경우겠지만 ‘혹시라도 이 환자가 희귀질환 환자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러한 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짧은 시간 내 매우 간단하고 저렴하게 진행될 수 있는 DBS 검사, 또는 CK 혈청 검사들이 있다. CK 검사 결과 수치가 일반인들에 비해 높을 경우 신경과로 전과를 시켜주면 DBS를 비롯한 검사를 통해 폼페병을 비롯한 신경근육질환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폼페병 환자들 중에서는 간 효소 수치가 높아져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성인기에 폼페병을 진단 받은 환자들 중에는 어릴 때부터 간 효소 수치가 높다는 말을 들어왔으며 간 조직 검사까지 받고도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던 경우의 환자들이 많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원인을 정확하기 파악할 수는 없지만 간 효소 수치가 높았던 것도 폼페병 진단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간 효소 수치가 높다는 것은 비교적 쉽게 파악이 되는 반면, CK검사에 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해 확진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CK검사를 받게 되면 이후 DBS 등 후속 검사를 통해 폼페병을 진단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검사가 잘 이뤄지지 않아 폼페병을 진단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환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 폼페병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함에도 확진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인 것 같다.

“그렇다.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환자의 호흡 곤란 문제가 COPD와 같은 폐질환으로 인한 문제인지, 근력 약화의 문제인지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면 폼페병을 쉽게 감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단지 의료진의 생각이 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오진되는 경우가 많은데 희귀질환의 가능성까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 아르헨티나의 폼페병 발병율과 조기진단을 위한 신생아스크리닝 등 제도적인 방안에 대해 설명해 달라.

“발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4만 명당 1명 꼴이며, 이는 관련 유전자들의 돌연변이 발생률을 토대로 이론적으로 산출한 수치이다. 국가별로 환자 수의 차이를 보이는데, 발생률에 비해 환자 수가 적은 곳은 환자가 없어서가 아니라 진단이 안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지난 1~2년 사이에 폼페병 진단율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의료진 대상 교육이 많이 이뤄지면서 질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이 주요했다고 본다. 의료진 대상으로 폼페병 환자 증례를 공유하고 유사 환자에 대해서 DBS 검사 등을 실시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인구는 4,500만 명 정도인데 60~70명 정도가 폼페병으로 진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 폼페병에 대한 신생아스크리닝은 아르헨티나에서도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별도의 정부 제도적 지원이 없는 상황이다”

- 폼페병 발병률이 대륙별로도 차이를 보이는가. 또한 폼페병 질환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는가.

“대륙별, 인종별로 차이를 보인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관련 유전자에 대한 분석 연구가 진행된 바 있는데 아시아 지역 환자들에게서 발견되는 돌연변이와 유럽 및 미주 지역에서 발견되는 돌연변이가 다르다. 기인하는 유전자에 차이가 있어 발병률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폼페병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약 15여 년 정도 된 것 같다. 원래 전공이 신경과였고, 일반 신경과 수련을 마친 후 세부 전공을 신경근육질환으로 잡았다.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신경근육질환을 연구 했다. 하지만 신경근육질환이 대부분 희귀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폼페병은 생각해 보지 못했다. 어느 날 신경근육질환 관련 학회에서 호흡근 근력이 저하된 폼페병 환자 증례 보고를 들었을 때 ‘내가 진료하는 환자와 똑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회를 마치고 돌아와 해당 환자를 검사해 보니 폼페병 환자였다. 유사한 환자들이 더 있을 것이라는 생각해 환자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점점 더 많은 환자를 발굴하고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조필현 기자  chop23@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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