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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고혈압 등 순환기질환만 잘 관리해도 치매예방 효과 커”박일(남양주우리병원 내과 원장)

[라포르시안] 현재 시행하는 치매 치료는 질병의 완치가 아니라 질병경과를 조절해 증상을 늦추는 데 있다. 아직까지 치매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매 전문가들은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건강한 모습을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치매 발병을 5년 늦추면 그 유병률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등 동반 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잘 조절하면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형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고, 치매의 발생시기와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치매 환자가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만성질환은 고혈압이며, 치매 환자의 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순환기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박일 남양주우리병원 내과 원장을 만나 치매 치료에 있어 순환기질환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60세 이상 노인코호트자료(2002~2013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사망 원인 1위가 ‘순환기 질환(26.55%)’으로 나타났다. 

“머리, 심장, 콩팥 등 혈관에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질환들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고혈압이며, 고혈압은 합병증을 유발한다. 이러한 합병증 중 하나가 치매다. 고혈압이 치매를 유발할 정도라고 하면 다른 장기에도 이미 합병증이 있을 확률이 높다. 여러 합병증이 이미 발생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장애가 오고, 운동이 부족하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돼 복합적인 이유로 사망이 증가한다. 고혈압을 사전에 조절하지 않으면 그 이후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지며, 이로 인해 치매 발생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고혈압으로 합병증이 발생하는 대부분의 환자는 고령이다. 우리나라는 고령 시대에 진입하면서 치매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어 더욱 우려가 크다.”

- 고혈압 등 순환기 질환만 잘 관리해도 치매 예방과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혈압을 잘 조절하면 치매의 전 임상단계를 뜻하는 경도인지장애 발생 확률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발표돼 치매 예방을 위해서 순환기질환을 잘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들 중에서는 ‘혈압약을 한번 먹으면 계속 먹어야 한다’는 등의 잘못된 고정관념과 약을 꾸준히 챙겨 먹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잘 관리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 환자들에게 약 복용과 함께 좋은 생활 습관을 지키도록 당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 치매협회 컨퍼런스(AAIC)에서 치매 치료에 있어 순환기 질환 관리의 중요성과 관련한 연구가 발표됐다. SPRINT MIND 연구에 따르면 심혈관 당뇨나 뇌졸중 이력이 없는 고혈압을 앓고 있는 노인 9,36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 혈압 조절군에서 새로운 경도인지장애 환자 발생이 19% 감소했다. 목표 혈압을 120mm Hg 미만으로 잡은 집중 조절군 4,278명 중에서 149명이 경도인지장애로 진단 받았고, 목표 혈압을 140mm Hg 미만으로 잡은 일반 조절군 4,285명 중에서 176명이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다.”

- 치매 발생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위험인자가 있다면.

“금주와 금연을 실천하고 저염식으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며,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 질환 관리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늘 환자들에게 좋은 생활습관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 체육 프로그램들이 잘 마련되어 있어 저렴한 가격에 운동을 배울 수 있고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 요즘은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운동모임, 독서 모임 등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특히 치매 예방에는 좋은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음주, 흡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부정맥 등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인구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앞으로 치매 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치매는 고령화 시대에서 부딪혀야 하는 가장 큰 벽 중 하나이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예방을 위한 기전이 정확히 규명되고,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가설이 많다.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는 치료제가 있어 사용 중이나, 치료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치매 중에는 치료 가능한 치매도 있다.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들을 잘 관리하고, 전문의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잘 관리해 나가면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고 본다. 65세 이상에서는 치매 유병률이 약 10%, 85세 이상에서는 치매 유병률이 약 50%에 달한다. 65세 이상에서 치매 발생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는 고혈압 유병률이 56.7%, 당뇨 유병률 22.6% 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치매 환자 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뇨와 고혈압의 경우에는 환자 스스로 관리해나가는 질환이지만, 치매는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며 본인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없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필요한 질환이다.”

- 치매 조기검진도 중요하지만 치매의 예방적 접근이 더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치매를 조기에 치료하면 인지기능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는데, 진행되고 난 이후에 치료하게 되면 중증치매로 도달하는 시간이 빨라진다. 최근에는 미디어를 통해 치매가 많이 알려져 환자들이 스스로 조기검진을 위해 오는 경우가 늘어나 의료진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치매의 발생 기전이 명확히 밝혀져 있다면 예방적 접근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퇴행 변화에 대해서는 예방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예방적 치료다. 예방적 치료는 금주, 금연,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등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 관리와 좋은 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중앙치매센터 홈페이지에 보면 뇌신경을 자극하는 운동법 등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나와 있다. 이런 것들을 적극 활용하면 뇌에 자극을 주어 퇴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에 따라 치매는 환자나 가족의 문제를 넘어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질환이 됐다.

“치매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치매 환자 대응을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으나, 국가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다. 개개인이 치매 질환에 대한 위험성을 알고 그 위험을 조절해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 모두가 이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좋은 습관의 생활화이다. 예를 들어 운동을 시간 내어 하기는 어려우나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갈 수 있는 거리를 걷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좋은 습관을 생활화하면 치매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환자들에게 손자, 손녀들이 읽는 어린이용 그림책을 늘 읽으라고 조언한다. 치매의 시작은 해마의 위축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이런 책들을 읽다 보면 기억력이 향상될 수 있다. 수저와 젓가락을 사용하거나 저작근을 사용해 씹고 삼키는 등의 안면근육 사용도 신경을 자극하는 활동이다.”

-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 치료제는 언제쯤 나올 것으로 예상하나.

“알츠하이머형 치매, 루이소체 치매, 전측두엽 치매와 같은 퇴행성 치매와 관련해 최근 개발 중이던 치료제들이 연달아 3상 임상에 실패했다. 그러나 여러 다국적 제약사가 연구개발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에 머지 않아 새로운 약제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은 있다. 퇴행성 치매의 발생 원인을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단백질의 축적으로 생각했으나 3상 임상에서 실패하자 최근에는 염증, 혈액뇌장벽으로 인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치매 치료제의 개발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치매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예방할 수 있도록 좋은 습관을 생활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필현 기자  chop23@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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