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통해 전문가단체 입장 밝혀..."게임업계, 왜곡된 논리로 소모적 공방"

[라포르시안] 보건의료 분야의 5개 전문 학회가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게임사용장애, 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한 조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한국역학회 등 5개 학회는 10일 공동성명을 통해 "지난 5월 회원국총회를 통해 WHO가 새로운 국제질병분류체계에 게임사용장애를 포함시킨 것은 그간 축적해온 게임의 중독적 사용으로 인한 기능손상에 대한 건강서비스 요구를 반영한 적절한 결정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WHO의 국제질병분류체계 개편 결정을 놓고 '게임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낙인효과, 게임산업의 위축' 등을 이유로 찬반논란을 일으키는 관련 업계 및 부처의 주장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5개 학회는 "이번 결정 이후 게임업계와 일부 정부부처 등에서 '새로운 건강문제에 대한 진단체계 등재 라는 본질'과 무관한 '게임과 게임산업 전반의 가치에 대한 찬반'이라는 과장된 흑백논리에 근거한 소모적 공방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 학회는 "WHO의 결정은 게임(온오프라인)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일상생활 기능 손상 등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고 일관되게 발생하는 건강문제이며, 따라서 보건의료계의 공식적이고 책임있는 대응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수많은 전문가와 소비자의 요구에 대한 반응"이라며 "게임사용장애 진단 등재에 대한 사실왜곡을 바로잡고, 게임의 과도한 사용 관련 건강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제고를 위해 보건의학계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게임사용장애'가 생물·정신·사회적 측면의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정신행동장애상태를 지칭하는 것으로, 대다수의 건강한 게임사용자를 잠재적 환자로 낙인찍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WHO는 게임사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것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런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진단기준으로 제시했다.

5개 학회는 "게임사용장애는 도박장애, 알코올사용장애 와 같이 뇌 도파민 회로의 기능이상을 동반하며 심각한 일상생활 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실제 존재하는 질병상태로 효과적인 건강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며 "게임사용장애 진단체계 적용은 현존하는 게임중독에 따른 건강문제를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방식으로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로 인한 건강문제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효과적 개입을 도모하고자 하는 보건의료분야의 필수적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게임업계, 게임친화적 매체, 게임업계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일부 학계 등을 통해 주장되고 유포되는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에 대한 비판은 왜곡된 사실관계와 극단적 과장 등에 근거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의학적 도움을 필수로 하는 다수의 게임사용장애 당사자와 가족이 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증상이 더욱 악화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보건의료분야 전문학회로서 국민건강 향상이라는 고유의 사명에 근거해 ▲WHO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무모한 비방 즉각 중단 ▲게임업계의 비상식적 주장 중지 ▲게임사용장애로 인한 국민건강피해 규모 관련 전국실태조사 실시 등을 촉구했다.

5개 학회는 "진단지침에 제시된 3가지의 병적인 게임사용패턴은 모호한 주관적 기준이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행위중독의 핵심개념으로 제안·활용되고 있는 의학적 개념"이라며 "WHO가 정의한 게임사용장애는 주요 일상생활 기능의 심각하고 유의미한 손상을 진단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해 진단 남용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학회는 "보건의료전문학술단체는 게임산업의 발전이 국민건강향상을 저해하지 않고도 발전할 수 있도록 관련 게임업계 및 유관단체와 지속적으로 대화해 나갈 것"이라며 "게임사용장애로 인한 건강 폐해 감소를 위해 '게임 등 디지털미디어 과사용 관련 건강문제의 근거', '건강한 디지털미디어 사용지침', '게임사용장애 예방, 진단, 치료 지침' 등의 개발과 보급을 통해 국민들의 이익을 옹호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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