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화장품에 질병명 표기 허용에 의료계·환자단체 우려..."의학적 근거없이 치료제로 둔갑"

[라포르시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능성화장품에 '아토피' 등의 질병명 표기를 허용한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과목 학회와 의사회에 이어 시민단체, 환자단체까지 나서 걱정하는 소리를 냈다.  

정부는 앞서 지난 2016년 5월 기능성화장품의 범위를 총리령으로 포괄 위임이 가능하도록 화장품법을 개정했다. 

식약처는 같은 해 8월 기존의 미백, 주름, 자외선 3종인 기능성화장품의 범위를 아토피, 여드름, 탈모 등 질환명이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화장품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마련했다. 

당시 피부과학회와 피부과의사회 등 전문가단체는 개정안에 반대했지만 시행을 막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식약처는 피부과학회 등의 식약처장 면담 요청도 묵살했다.

피부과학회 등은 지난 5일 시민단체, 환자단체와 함께 화장품법의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부과학회 서성준 회장은 "일반 소비자인 국민은 질병 이름을 표시한 화장품이 해당 질병에 의학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으며, 화장품에만 의존함으로써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질병의 장기화와 악화, 치료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 회장은 "국민의 부담은 결국 관련 업체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을 수호하고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 화장품법 시행규칙은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민 피부과의사회 회장은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니다. 그러나 화장품에 질병명이 붙는 순간부터 치료제로 둔갑한다"면서 "화장품에 질병명을 붙이려면 효능과 효과를 검증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고 비용도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는 식약처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환자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고문은 "시행규칙에 대한 소비자시민모임의 입장은 '소비자 오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한 소비자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소비자가 더 이상 봉이 되어선 안 된다는 측면에서도 시행규칙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인순 아토피 희망나눔회 공동대표는 "시행규칙 강행 소식을 듣고 황당하고 화가 났다. 만약 아토피에 효과가 있는 화장품이 있다면 수백만원이라도 주고 샀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런 화장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어릴적부터 중증 아토피를 앓았다는 김모씨는 "아토피 화장품이 출시되면 화장품만 써도 아토피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것"이라며 "하지만 치료에 실패한다면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고 좌절 느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같은 시행규칙 개정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진심으로 환자들을 생각한다면 아토피 화장품 출시 허용보다 아토피 신약인 '듀피젠트' 급여화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꼬집었다. 

피부과학회와 의사회는 "듀피젠트는 아토피에 매우 효과적인 치료제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막대한 비용을 환자와 보호자가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다"면서 "듀피젠트는 아토피 치료에서 최적의 방법이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식약처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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