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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의무화' 국회 토론회서 찬반 의견 맞서

[라포르시안] "수술실 CCTV 설치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의료인들에게 책임이 있다. 잇따른 사고로 인해 국민들은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싶어했고, 그로 인해 수술실 CCTV 설치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

"누군가 나를 감시한다고 생각되면 그 수술이 잘 되겠느냐.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게 되고 긴장감은 실수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 게다가 정보 유출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런 사례가 적지 않다.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도 무너진다"  (이세라 의사협회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제출된 가운데 30일 오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는 김경협 의원 등 국회의원 20인이 공동으로 주최한 '수술실 CCTV 국회는 응답하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해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산하 6개 병원 수술실에 CCTV를 확대 설치한 경기도의료원과 경기도가 이번 토론회를 주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두고 주제발표부터 찬성과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혔다.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하는 내용의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해 9월 27~28일 이틀간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수술실 CCTV 도입 여론조사를 한 결과 91%가 찬성했다"면서 "수술실 CCTV 설치는 수술 때 의료사고나 성희롱, 대리수술 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감시가 아닌 예방 목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정 의료원장은 수술실 CCTV 설치를 제도화하는 방안으로 "우선 국공립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다음 단계로 의료법에 수술실 CCTV 설치 조항은 신설하는 방법으로 전국 1,818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술실 CCTV는 의료인, 환자 등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어 촬영할 수 있고, 촬영된 영상물은 의료분쟁조정 등 법에서 정하는 목적 외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두어야 한다고 했다. 

반대 의견 발표자로 나선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는 수술실 CCTV 설치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에 비유했다.

이 이사는 "수술실 CCTV 설치를 강제화하면 수술 의료 등 의료진의 집중력을 저해하고 긴장을 유발해 최선의 진료를 방해하고 심리적 위축을 불러 위험한 수술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CCTV 영상이 유출될 우려도 제기했다. 

이 이사는 "CCTV 설치 비용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정보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걱정이다. 영상정보가 유출되면 2차, 3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CCTV는 수술실 환자 안전·인권 보호 최소한의 장치" ↔ "영상 유출 등 부작용 우려 커"

발제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의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지금 수술실에서 필요한 것은 불신에 가득찬 CCTV 설치 의무화가 아니라 의료진을 향한 진정한 신뢰"라며 "의심받고 감시당하며 위축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환자가 입게 된다. 그런 상황에 직면하면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CCTV는 수술실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CCTV가 있다고 수술을 잘못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안 대표는 "수술실 CCTV 설치는 오히려 불필요한 의료분쟁과 소송을 줄이고 환자와 의사 간 신뢰도 높일 수 있다"며 "수술실 CCTV 영상 유출로 인한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그럼에도 환자가 원하는 것에 대해 의료계가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성환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는 "공개된 장소라도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곳에는 CCTV를 설치하지 못한다. 설치 자체로 개인정보 수집 우려가 있고 유출될 위험도 높기 때문"이라며 "이런 점에 비춰 수술실 CCTV 설치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법으로 강제하고 의무화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서영현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부대표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설명의무 위반 행위에 준하는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벌칙을 두어야 한다"며 맞섰다.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료분쟁에서 의료인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류영철 경기도 보건복지국장은 "CCTV 설치는 주의의무를 다한 의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이유도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CCTV 설치도 오히려 의료인을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영상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류 국장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준용해 운영하는 것이다. CCTV 설치로 인해 의권이 보호되고 더 나은 진료환경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박종혁 의사협회 홍보이사는 "CCTV 설치 의무화로 인해 의료문화가 어떻게 변화하고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홍보이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옷 위에 대고 청진을 하게 된 사례를 들며 "이렇게 청진하는 모습을 선진국 의사들이 보면 까무러칠 것이다. 결국 아청법 시행으로 인해 청진을 덜하게 된 것처럼 CCTV 설치 의무화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생각해야 한다. CCTV 의무화가 절대로 답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아들을 의료사고로 잃은 이나금씨가 참석해 수술실 CCTV 설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이씨는 토론회 마지막 순서인 질의응답 시간에 발언권을 얻어 "의협 관계자가 참석했으니 부탁한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키면 그 미꾸라지도 내 식구라고 감싸지 말고 자정 차원에서 면허 취소를 요청해야 한다"며 "CCTV 설치 의무화는 환자의 인권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무조건 반대만 할 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갈지 의논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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