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강화 따른 보험재정 위기 우려에 밴딩폭 최소화...건보공단 협상팀도 우려

강청희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장이 지난 29일 열린 병원협회와의 2차 수가협상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강청희 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장이 지난 29일 열린 병원협회와의 2차 수가협상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2020년도 건강보험 수가 협상이 종반전에 접어들었으나 분위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협상이 거듭될수록 타결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밴드'라고 하는 수가인상을 위한 추가소요예산이 1조원도 안 되는 규모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보험재정 지출이 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재정운영위에서 수가인상을 위한 추가소요재정 규모를 상당히 낮게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계에 따르면 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지난 23일 회의에서 지난해 평균 수가인상률인 2.37%(소요재정 9,758억원)보다 낮은 수준의 밴드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 최병호 위원장은 당시 라포르시안과 통화에서 "최근 건강보험 진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인데, 목표진료비 이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연구 결과대로라면 공급자들의 수가를 깎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수가를 깎은 것은 건강보험 재정위기 때 딱 한 번이었다. 과거 수가 인상 추이도 보고 최근 보험재정 상황도 보고, 보장성을 강화하는 부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건보공단 협상팀에서 잘 협상하도록 적정한 수준으로 보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적정한 수준으로 보정'하기로 했음에도 건보공단 수가협상팀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걱정하는 모습이다.  

특히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인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지난 29일 건보공단 스카이워크센터에서 진행된 대한병원협회와 2차 수가협상을 마치고 기자들 앞에서 밴딩 수치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가입자와 공급자 간 합리적이고 원만한 협상이 가능한 밴딩 수치가 제시되지 않고 협상의 여지가 없어진다면 앞으로 건보공단이 이런 협상을 지속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병원협회와 수가협상 테이블에서는 밴드가 너무 낮아 원만한 협상이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달라는 의미로 협상단을 향해 90도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수가협상에 임하는 공급자 단체 쪽에서도 건보공단 협상팀을 동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의사협회 수가협상팀 관계자는 이날 건보공단과 수가협상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수가인상률을 두고) 건보공단과 각을 세울 필요는 없다. 건보공단이 해소할 수 있는 문제라면 각을 세워 보겠는데 공단 협상침도 불쌍하다"며 "재정소위가 상당히 빡빡한 것 같다. 협상을 원할히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빡빡하게 나왔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병협 관계자도 "밴딩 규모가 굉장히 깐깐한 것 같다. 1조원 돌파는 어렵고, 이런 부분이 수가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 오후 7시에 열릴 예정인 재정운영소위원회 3차 회의에 수가협상 당사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수가인상을 위한 추가재정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재정소위 이후에는 건보공단과 공급자단체 간 4차 협상이 진행된다. 사실상 마지막 줄다리기인 셈이다. 이 자리에서 유형별 수가협상의 최종 담판이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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