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국백신 등 과징금 9억9천만원 부과...고가 경피용 BCG 백신 판매 늘리려고 무료접종 백신 공급 줄여

[라포르시안] 공정거래위원회는 BCG 백신을 독점 수입·판매하는 한국백신 등이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 판매를 늘리기 위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된 피내용 BCG 백신 공급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부당하게 독점적 이득을 챙긴 행위를 적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9,000만원을 부과하고 회사와 관련 임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국내에 판매 허가된 BCG 백신은 덴마크 SSI사의 피내용과 일본 JBL사의 경피용 및 피내용 BCG 백신 세 가지다. 

SSI사의 피내용 BCG 백신은 엑세스파마가 수입하고 있으며, JBL사의 BCG 백신은 한국백신이 국내 독점판매계약을 통해 수입해 판매한다. 2개사가 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복점시장인 셈이다. 

이 가운데 한국백신의 BCG 백신 시장 점유율은 최근 5년간 50%를 상회한다. 특히 엑세스파마가 국내 공급을 중단한 2015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한국백신은 국내 BCG 백신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독점 공급사업자다.

공정위에 따르면 문제는 2015년 3월 SSI사의 백신 부문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생산이 중단돼 피내용 BCG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지작됐다. 

질병관리본부는 같은해 8월부터 JBL사 피내용 BCG 백신의 국내 공급 방안을 한국백신과 협의했고, 이듬해 3월 한국백신은 JBL사 피내용 BCG 백신 허가를 얻어 같은 해에만 총 2만1,900세트의 피내용 BCG 백신을 수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7년도에도 같은 규모의 2만 세트 수입을 요청했고 한국백신은 피내용 BCG 백신 2만 세트를 수입하기 위해 2016년 8월 제조업체인 JBL사와 2017년도 피내용 BCG 백신 2만 세트에 대한 주문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2016년 9월 경피용 BCG 백신의 안정성을 문제삼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한국백신의 주력 제품인 경피용 BCG 백신의 판매량이 급감하자 한국백신은 경피용 BCG 백신 판매를 늘리기 위해 피내용 BCG 백신 주문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2016년 10월 JBL사에 피내용 BCG 백신 주문량을 1만 세트로 축소하고 같은해 12월 JBL사와의 업무 협의 과정에서 줄어든 주문량 1만 세트도 축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2017년도에는 피내용 BCG 백신을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한국백신은 이 과정에서 질병관리본부와 어떤 협의도 하지 않았고 주문을 취소한 이후에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결국 피내용 BCG 백신 수급이 중단됐고 질병관리본부는 차질 없는 신생아 결핵 예방을 위해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에 대한 임시 무료예방접종을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실시했다.  <관련 기사: 피내용 BCG 백신 6월 중순부터 접종 재개...언제 또 중단될지?>

이후에도 피내용 BCG 백신 공급 중단이 지속되자 임시 무료예방접종을 2018년 6월까지 5개월 더 연장했다. 이 기간 경피용 BCG 백신 사용량과 BCG 백신 전체 매출액이 급증해 한국백신은 독점적 이득을 얻었다.

반면 피내용 BCG 백신을 선호하는 신생아 보호자들은 경피용 BCG 백신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서 선택권이 제한됐다. 나아가 고가의 경피용 BCG 백신을 국가가 무료로 지원해 준 결과 약 14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는 등 국고 손실로 이어졌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중 부당한 출고 조절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한국백신과 관련 임원 2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시장지배적사업자의 부당한 출고조절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한 것은 약 20년 만의 일이며, 신생아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백신을 대상으로 한 독점 사업자의 출고조절행위를 최초로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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