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커뮤니티 케어, 서두른다고 될 일 아니다
  •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9.05.10 15:06
  • 댓글 0

[라포르시안]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가 화두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으로 불리는 커뮤니티 케어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사회복지 정책이다. 여기저기서 유행처럼 커뮤니티 케어를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그런데 대체 커뮤니티 케어가 뭔지 모르겠다. 용어도 어렵거니와 개념도 복잡하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는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무엇인지, 실제로 구현됐을 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지 실체를 종잡을 수가 없다.

보건복지부는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의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정책'으로 커뮤니티 케어를 정의했다. 주거부터 보건의료, 요양돌돔, 서비스 연계를 커뮤니티 케어의 4대 핵심요소로 제시했다. 현재 파편적으로 제공하는 각종 사회복지 서비스를 지역사회(커뮤니티) 내에서 연계해 통합적인 돌봄(케어)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커뮤니티 케어가 필요한 이유로 급속한 고령화를 꼽고 있다. 지금처럼 많은 의료자원과 고비용을 요구하는 '병원 중심 의료체계'는 고령화에 따른 노인의료비 관리가 불가능해 '지역사회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은 앞서부터 나왔다.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고령사회를 대비한 노인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이라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건강보험 의료비는 2015년 22.2조원에서 2030년에는 91.3조원으로 4.1배 늘어난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에 대한 의료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되는 2025년 이후부터는 노인의료비로 인한 국가 재정부담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와 같은 '병원중심 의료체계'를 유지하면 머지않아 모든 의료자원을 노인의 병수발에 쏟아부어야 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정책 전환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한다.

복지부가 작년 11월 발표한 커뮤니티 케어 종합계획안을 보면 보건의료 분야에서 제공하는 커뮤니티 케어 서비스의 핵심 모델은 집중형 방문건강서비스, 방문의료, 노인 만성질환 전담 예방·관리, 병원 ‘지역연계실’ 운영 등이다. 커뮤니티 케어 정책이 발표된 이후 보건의료계와 각종 사회복지 단체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과연 통합 돌봄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의료계 내에서도 의사, 한의사, 간호사,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사 등 각 직능별로 자신들이 커뮤니티 케어에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느 특정 직능 단체가 주도하는 서비스가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라는 취지에 맞는 건가.

지금과 같은 의료공급 구조에서 과연 의사의 방문진료가 가능하기나 할까 싶다. 개원의나 봉직의가 방문의료에 참여하도록 유인한 정책 수단이 있는지, 방문의료는 모든 진료과 전문의가 다 가능한 건지, 기존 의사들이 방문의료에서 요구되는 건강주치의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는지. 아니면 방문의료를 전담할 의사 인력을 새로 양성해야 하는 걸까. 방문의료를 위한 자원과 인프라, 관리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따져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커뮤니티 케어 추진을 계기로 주치의제를 확립하겠다는 생각인지 정부의 정책 방향은 모호하다. 커뮤니티 케어로 왕진 및 방문진료 같은 '재택의료'가 새로운 의료체계로 정립될 때 기존 동네의원, 중소병원, 대학병원, 요양병원 등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하고 또 연계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자칫하면 커뮤니티 케어와 기존 병원 중심의 의료서비스가 분절되고 상호 경쟁 관계에 놓이는 구조로 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게다가 각 지역별로 커뮤니티 케어를 위한 인력자원이 충분한가 우려도 든다. 방문건강관리서비스를 전담하는 간호사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축소하는 지자체도 생겨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만 놓고 봐도 간호인력난이 심한 지방에서는 운영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커뮤니티 케어라고 다를 바 없다. 의료자원의 지역 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대상자의 욕구에 맞는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 자원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듯싶다. 각 지자체가 커뮤니티 케어를 위한 인력과 재원을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가도 걱정스럽다. 

지금까지 정부가 제시한 커뮤니티 케어 종합계획은 현재 제공되는 각종 사회복지 서비스와 보건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여기에 커뮤니티 케어를 꿰맞추려는 것 같다. 온전한 커뮤니티 케어를 구현하려면 그에 맞춰 각종 사회서비스 공급구조와 전달체계, 행정시스템을 재구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복지부가 주요 외국 사례로 소개한 스웨덴, 영국, 일본만 하더라도 커뮤니티 케어 개념을 도입해 구체화하는 데까지 20~30년이 걸렸고, 지금도 여전히 정책을 보완하고 있다. 이에 비해 복지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커뮤니티 케어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오는 2026년까지 보편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우리나라가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시점을 염두에 둔 듯하다. 하지만 6~7년 만에 커뮤니티 케어를 보편화 단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아니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커뮤니티 케어는 중앙정부가 나서 12년 만에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완성한 것과는 다른 과제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각 지자체와 지역사회 네트워크 및 서비스를 촘촘하게 엮어야 한다. 커뮤니티 케어 도입을 단순히 문재인 정부의 사회복지 핵심 정책으로 여겨선 안 된다. 선별적이고 시혜적인 지금의 복지체제를 통합적이고 생산적인 복지체제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조급증을 버리고 중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추진하는 게 옳다.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bus19@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