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성분 오류 2년전 인지 정황 드러나..."유전자치료제 사기 사건"

[라포르시안] '인보사 사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2액 주성분 세포가 당초 허가자료에 제출한 동종연골세포가 아니라 암세포처럼 무한증식하는 특성을 지닌 신장유래세포(293유래세포)라는 사실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전에 파악했을 수 있다는 정황이 나왔다.

만일 코오롱생명과학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숨겼다면 인보사의 허가 취소는 물론 제약기업으로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에 이목이 쏠린다. 

인보사 사태가 불거진 후 코오롱생명과학은 2액 성분이 293유래세포로 바뀐 사실을 올해 2월 말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4월 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 “17년 전인 2003년 처음 만들어서 현재까지 쓰고 있는 인보사를 구성하는 형질전환세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연골유래세포가 아니라 293유래세포라는 것을 최근에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현지 자회사이자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이 이미 2년 전에 2액의 주성분이 293유래세포라는 사실을 파악했을 수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3일자 공시를 통해 "'코오롱티슈진의 위탁생산업체가 자체 내부기준으로 2017년 3월 1액과 2액의 생산가능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STR 위탁 검사를 실시해 2액이 293유래세포이며 생산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생산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을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통지받았다"고 밝혔다.

코오롱티슈진이 STR 위탁 검사를 통해 2액 세포가 293유래세포라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힌 시점은 2017년 3월로, 식약처가 인보사를 허가하기 3개월 전이다.

이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2액의 성분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식약처에 보고했더라면 허가심사 결과는 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2액 세포가 발암원성 특성이 있는 신장유래세포라는 게 확인됐다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승인조차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의 인보사 시판 허가를 앞두고 2액 성분 오류 사실을 은폐한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조사를 통해 인보사 2액 성분이 293유래세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고의로 숨긴 것으로 드러나면 허가 취소는 물론 형사고발까지 갈 수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 연구진이 STR 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 인보사 2액 성분이 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을 사실을 빠뜨린 채 본사에 보고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코오롱티슈진 연구진이 이런 중요한 결과를 빠트린 채 보고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식약처, 부실 검증 책임론 커져 

이런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에 대한 시험 검사 결과와 현지 실사 결과, 미국 FDA 임상 중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지난 6일 밝혔다.

특히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현지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이미 2년 전인 2017년 3월 인보사 2액 성분이 발암원성 특성을 지닌 신장세포(293유래세포)라는 사실을 확인한 정황이 드러난 것과 관련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최근 문제가 된 2017년 3월 코오롱티슈진이 신장세포임을 확인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미국 현지실사를 통해 철저히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식약처는 "세포가 바뀐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에 2액 주성분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그 과정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 자료 등을 5월14일까지 제출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며 "미국 코오롱티슈진이 보유한 MCB(Master Cell Bank)에 대해 미국에서 세포를 받아 검사를 진행 중이며, 최초 세포 중 신장세포에만 있는 유전자(gag·pol) 검출여부 확인(PCR)을 위한 검사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보사의 2액 주성분인 293유래세포에 방사선 조사 후 세포의 증식력 등이 제거되는지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오는 20일 경에 미국 코오롱티슈진, 우시, 피셔 등을 방문해 세포가 바뀌게 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며 "인보사에 대한 전반적인 시험 검사 결과, 현지실사 결과 등에 대한 종합 결과가 나오는 즉시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보사 사태에서 식약처의 부실한 허가심사 과정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다.

인보사의 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미국 FDA가 임상시험 과정에서 밝혀내 것으로, 이를 코오롱생명과학이 자진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국내 식약처는 인보사 시판 허가 과정에서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고, 오히려 업체 편에서 '국내 첫 유전자치료자' 허가라는 성과 창출의 조력자 역할에 충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심사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회의록(2017년 4월과 6월)을 보면 전문가 위원들이 인보사의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식약처는 사실상 제약사 입장에서 해명하는 역할에 집중했다. 심지어 유전자치료제 관련 규정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인보사의 품목허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인보사 사태' 예방할 수 있었는데...식약처가 자초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는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식약처의 특혜와 부실심사가 있었는지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식약처는 인보사를 즉시 허가 취소하고, 허가과정에 대해 특별감사를 받아야 한다"며 "시판 허가와 관련해 특혜를 제공했던 과정 전체가 감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보사 사태를 '제2의 황우석 사태'로 비유하면서 의약품관리, 개발, 인허가제도 전반에 걸쳐 엄격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한 나라의 약품안전성을 관리해야 할 식약처가 기업 이익에 매몰되어 기업이 주장하는 바를 스스로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사실 국제적 망신일뿐더러, 한국에서 허가받은 약품을 전 세계에서 인정하지 않게 만든다"며 "인보사 사태는 규제 완화와 느슨한 허가가 결국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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