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산재율은 평균 이하, 산재사망률은 가장 높아
산재은폐 따른 건보 재정누수 연간 최대 3200억 추정

[라포르시안] 지난해 산업재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전년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작년 7월부터 영세 건설사업장과 상시근로자 1인 미만 사업장까지 산재보험 적용이 확대되면서 산재로 인정되는 사고사망이 증가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의 이 같은 해명은 그만큼 드러나지 않은 산재 사고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지난 2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산업재해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총 971명으로 2017년도의 964명과 비교해 7명이 늘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가 485명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다음올 제조업(217명)과 서비스업(154명) 순이었다.

지난해 산업재해율은 0.54%로 전년도(0.48%)와 비교해 0.06%포인트 증가했다. 작년에 발생한 전체 산업재해자는 총 10만2,305명에 달했다.

표 출처: 고용노동부 ‘2018년 산업재해 현황’
표 출처: 고용노동부 ‘2018년 산업재해 현황’

전체 산업재해자 가운데 업무 관련 질병재해자는 총 1만1,473명으로 전년도(9,183명)에 비해 2,290명이 늘었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1,171명으로 전년도(993명)보다 178명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수 비율'을 나타내는 사망만인율은 소폭 감소했다. 2018년 산재로 인한 사고사망만인율은 0.51퍼미리아드(‱)로 2017년의 0.52퍼미리아드보다 0.01퍼미리아드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고사망만인율이 감소한 건 정부의 산재예방 정책 효과라기보다는 산재보험 대상이 되는 상시노동자 수가 증가하면서 분모가 커진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 약 1/4 수준이다. 반면 산재 사망만인율은 OECE 회원국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산재율은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데 사망만인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건 그만큼 산재가 은폐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사망사고는 숨길 수가 없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만 사망이 아닌 사고로 인한 재해나 업무상 질병 재해는 은폐되면서 산재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렇다면 산재통계에 누락된 사고재해자나 질병재해자들은 어떻게 치료를 받았을까. 이들이 산재로 인한 부상이나 질병을 치료하고 산재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을 적용받았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건강보험공단이 2014년~2018년까지 산업재해 관련 부당이득 환수 자료에 따르면 산재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아 환수된 금액은 2014년 66억원, 2015년 65억원, 2016년 70억원, 2017년 75억원, 2018년 9월 현재 58억원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동안 환수된 금액은 총 334억원에 달했다.

실제로는 건강보험이 산재보험 대신 떠안은 산재환자 진료비 부담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김진현)이 건강보험공단의 연구용역 의뢰로 실시한 '산재은폐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누수 방지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산재보험 대신 건강보험이 떠안은 질병 치료비 부담이 연간 최대 321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이 보고서를 통해 산재 은폐 방지를 위해 ▲산업재해조사표와 산업재해 신청서 정보 건강보험과 연계 ▲산재보험의 진료비 심사와 지급방법 개선 ▲산업재해 은폐시 처벌 강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산업재해 조사표와 요양신청서 정보를 공유해 산업재해 조사표에 있는 명백한 산업재해임에도 요양 신청서가 없는 재해에 대해서는 해당 부상 및 질병을 산재보험으로 치료 받지 않고 건강보험 및 기타의 개별적 방법을 통해 치료 받았을 가능성이 많다"며 "따라서 해당 재해자에 대한 정보를 건보공단과 연계해 건강보험을 이용한 경우 지급된 공단부담금에 대한 환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산업재해를 은폐하다가 적발되면 과태료를 강화하고 은폐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내부공익신고포상금제도를 대폭 개선해 포상금의 규모를 높여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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