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격차 해소 위한 국가 전략 수립·일차의료 기능 확대 등 필요

[라포르시안] 의료시스템 혁신과 성과 향상을 위해서는 의료 질과 결과에 있어서 평균의 향상이 아니라 격차 해소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의료시스템이 그동안 달성한 질 향상 성과에 비해 의료 접근과 질에서의 소득계층 간, 지역 간 격차는 별다른 개선없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희정 연구위원은 최근 연구원이 발간한 <보건복지부포럼> 4월호에 게재한 '의료 격차와 정책 과제'라는 글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강 연구위원은 이 글에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평균의 향상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격차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의료시스템의 혁신은 궁극적으로 균일한 질 향상을 통해 비용 효율화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체 인구집단이 차별 없이 의료 이용의 가치를 확대하도록 전략과 정책의 체계적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 과제로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국가 전략 수립과 투자 확대 ▲국가와 지역 수준에서 작동하는 의료 격차의 모니터링과 성과 관리 체계 구축 ▲일차의료 기능의 확대와 지불제도 개혁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은 국가 차원에서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전략을 세우고 그에 맞춰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보건부(HHS)는 2011년에 건강과 의료에서 격차 없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인종과 민족의 건강 격차 해소 실행 계획'을 수립했다.

미국 보건부는 이 계획을 통해 의료 혁신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건강보험 가입과 의료 접근에서 격차 감소 ▲의료 질에서의 격차 감소를 제시했다. 국가 보건서비스 인프라와 인력 강화를 위해 ▲인종·민족 건강 격차 파악과 해소를 위한 전체 보건 전문가와 보건의료시스템의 역량 향상 ▲지역사회 보건 인력 활용 촉진 ▲의료 및 공중보건 인력의 다양성 확대 등의 전략을 수립했다.

우리나라도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의 의료 격차 방향과 연계해 다양한 관련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위원은 "국민건강증진계획의 건강 격차 해소 방향과 연계하여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단계에서 개입하는 다양한 의료 격차 해소 정책들을 개발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의료 격차 해소가 공공의료 측면에서만 다루어지지 않고 전체 의료시스템에서 주요한 정책패러다임이 되도록 격차 해소 중심의 전략 수립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국가와 지역 수준에서 작동하는 의료 격차의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강 연구위원은 "현실에서 건강 불형평을 직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균등 또는 격차를 확인하는 척도들이 개입의 필요성을 모니터링하는 정책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며 "국가 단위에서 지속적으로 의료 격차의 추이를 확인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성과 관리 및 운영, 모니터링 성과 지표, 보고서 발표의 공개 방식 등에 대한 제도적·행정적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일차의료 기능 확대와 지불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다.

강 연구위원은 "일차의료는 인구집단의 건강 수준을 향상시키는 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할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며 "복합질환 중심의 의료시스템에서 일차의료의 역할은 확대될 것이므로 일차의료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전략적 개입은 시스템의 효율과 형평성을 동시에 제고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불제도 개혁과 연계한 혁신적 일차의료 시범 사업의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현재 의원과 병원이 다수 참여하는 적정성 평가 항목들을 가감지급사업 대상으로 연계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의료서비스의 질과 결과 향상을 목적으로 다양한 성과지불보상제도를 확대함으로써 국민이 체감하는 방식으로 의원과 병원의 일차의료 기능을 향상시키고 정보 기반의 선택을 확대시키는 정책적 개입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처럼 단일 건강보험제도 아래에서 의료시스템에 대한 정책 개입의 실현성을 고려할 때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건강 형평성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경로는 결국 높은 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라고 강조했다.

강 연구위원은 "의료시스템의 혁신과 성과 향상을 위해서는 의료 질과 결과의 향상 틀에서 평균이 아닌 격차 해소 중심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이를 위한 세부 전략 수립, 성과 모니터링 및 보고 체계 마련, 지불제도 개혁과 연계한 혁신적 일차의료 사업의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러한 변화를 추진함에 있어 지속적으로 의료 격차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확대하고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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