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전문가, 허가·임상 과정 의구심 제기..."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 필요"

[라포르시안]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사태는 게이트다. 정부가 막대한 연구를 지원하면서 주성분 세포가 뭔지, 효능이 무엇인지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 재활의학과 전문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 사태 이후 관리제도를 강화하겠다면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언급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 이 법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등장한 기업 규제완화 법이고 이번 사태를 일으킨 부실한 품목허가를 더 간소하게 만드는 내용이 핵심이다." (전진한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윤소하 의원, 건강과대안, 건강과실현을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공동 주최로 열린 '유전자세포치료제 인보사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나온 지적은 이처럼 크게 두 갈래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인보사 사태를 사실상 게이트로 규정했다. 인보사 사태로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안 되는 타당성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발제자로 나선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인보사 사태는 게이트"라며 "인보사의 유효성, 안전성 여부를 떠나 처음 허가를 신청할 물질과 완전히 다른 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식약처의 인보사 승인 과정,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 검증, 특성이 확인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물질이 들어 있는 것에 대해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 제3기관의 환자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관련 규제 정비는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가린 후 진행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병수 건강과대안 운영위원(성공회대 교수)은 토론회 발제에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유전자치료제 허가 과정이 너무 허술하다"며 "지난 2012년 유럽 최초 승인 유전자치료제인 글리베라(Glybera)는 2017년 단 1명만 치료 후 시판을 중단했다. 그 이유는 안전성과 효과에 관련된 근본적인 기술적 난제 때문"이라고 했다. 

인보사의 2액 주분이 연골세포로 알았는데 신장유래세포로 바뀌었지만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의 해명도 일축했다.

김 위원은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2액의 주성분)세포는 바뀌었지만 효과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제시했다"며 "대학 연구실도 아니고 기업에서 셀 라인을 관리할 능력이 안 된다는 얘기다 된다. 두 가지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 있는데 무능력일 수 있고, 조작일 수 있다"고 의구심을 제시했다.  

김 위원은 "식약처의 대응도 문제다. 사고가 터졌으면 문제를 정확하게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보다는 논란을 덮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식으로 대응했다"면서 "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하고 허가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상 결과 근거로 환자 치료에 사용하기에 부족함 있어"

이어진 토론에서 최규진 인하대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는 "인보사 사태에서 드러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할 기관들이 어느 하나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을 통해 드러나듯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최초'라는 타이틀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대학병원의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 시스템의 질적인 수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병원에서 다기관 연구를 했는데 그 많은 병원의 IRB 심의 과정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IRB 제도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의사들도 인보사가 골관절염의 구조적인 개선 보다 증상 완화 수준의 효과에 그친다는 점을 알면서도 3,400명의 환자에게 투여했다는 것은 병원의 상업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조작 사태, RNL바이오의 줄기세포 시술을 제대로 검증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면 인보사 사태는 막을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모두 놓치고 친기업적 규제완화 정책으로 일관한 결과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최 교수는 "규제가 과학과 산업을 망친다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덕현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도 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연구대상자의 안전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며 위험은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면서 "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하는 것이 약사법과 생명윤리법 등의 취지에 부합할뿐 아니라 부작용으로 인한 사회적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인보사의 허가 취소 인보사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타당하다"며 "인보사를 맞은 환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소송을 할 수 있고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등에 투자한 투자자 역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련 학회의 전문가는 인보사의 3상 연구결과의 문제점을 짚었다. 

백한주 대한류마티스학회 정책이사(가천대 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골관절염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하는데 특정한 가설에 근거한 치료 후보 물질이 기초실험과 이후 진행되는 전임상 및 임상시험에서 이론 및 기초연구의 과학성과 방법론적 안전성은 반드시 검증되어야 한다"면서 "인보사 시판 허가의 근거가 된 3상 연구결과를 근거로 환자 치료에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우선 의약품의 치료용 세포주가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세포주로 바뀐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해야 하고, 세포주가 바뀐 것이 밝혀지지 않은 채 국내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된 데 반해 미국의 임상시험 전 단계에서 이런 사실이 밝혀진 사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면서 "향후 임상시험은 단계에 맞게 방법론과 기술, 연구 결과에 대한 해석 등을 보다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정체불명의 세포가 환자의 몸속에 들어간 것이다. 코호트를 구축해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이같은 작업은 식약처의 능력 밖이다. 환자 연구자 등이 참여하는 객관적 평가기구를 만들어 제품화 전 과정에 대해 정확한 평가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바이오의약품 규제 완화 정책은 이런 문제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식약처가 인보사 사태 이후 관리제도를 강화하겠다며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을 언급하는 데 황당하다. 이 법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방안으로 등장한 규제완화 법이고 이번 사태를 일으킨 부실한 식약처 품목허가를 더 간소화게 만드는 내용이 핵심"이라며 "특히 이 법은 유전자·세포치료제 조건부 허가를 지금보다 더 쉽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국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규제완화 정책인 '규제샌드박스'도 바이오의약품 규제 완화 수단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복지부·식약처 "인보사 사태 재발 막으려면 첨단바이오법 제정 필요"

이 같은 지적에 복지부와 식약처 관계자는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을 잘 운영해 인보사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히 인보사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첨단바이오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 토론회 참석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정은영 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오늘 제시된 의견은 첨단바이오법에 이미 반영했다"며 "이 법을 잘 운용해 인보사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승진 식약처 바이오의약품 품질관리과장도 "인보사처럼 세포가 바뀌는 일이 없도록 잘 관리하려면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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