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 키토(나고야 의대 교수, 어린이 보건의료 종합센터 부원장)

[라포르시안] 저인산효소증(Hypophosphatasia)은 선천적 대사장애로 근육대사와 뼈 형성 같은 세포 과정에 필수적 효소인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 활성 감소로 뼈의 재생과 무기질화에 장애가 발생하는 희귀유전질환이다. 초기 증상이 발현된 당시의 나이와 골격계 증상의 유무에 근거해 분류하며, 0~4세의 저인산효소증 환자가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73%의 환자가 4년 내에 사망한다. 사망의 주요 원인은 폐형성 저하와 폐기능 부전, 호흡 부전 등이다.

아동기 발현형 저인산효소증은 골격적 징후나 성장 장애, 운동발달 단계의 지연 등의 증상을 보인다. 또한 칼슘이 골격 내로 저장되지 못해 고칼슘혈증이 발생하며 흉부 변형이나 늑골 골절 등을 통해 폐렴 등의 호흡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에는 치료제가 없었으나 다행히 최근에 치료제가 개발돼 결핍이 있는 효소(ALP)를 채워주는 치료 방법을 통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해졌다. 연령이 어릴수록 발달지연, 호흡기 질환 등 대부분 중증도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ALP 검사 등을 통해 빠르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척추학회'(APSS)와 '아시아 태평양 소아정형외과학회(APPOS)의 연합 학술대회를 맞아 방한한 일본 나고야 의과대학 히로시 키토 교수를 만나 저인산효소증 진단 과정과 최신 치료 지견을 들어봤다.

- 저인산효소증은 생소한 희귀질환이다. 

“저인산효소증 원인은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라는 효소 기능이 저하되면서 나타난다. ALP의 주 기능은 뼈의 형성인데 이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뼈의 무기질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뼈가 형성되지 않거나 약하게 형성된다. 결과적으로 뼈가 약화되는 것이 일반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 대부분의 희귀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선천적인 근골격계 계통의 질환은 치료 방법이 거의 없다. 그에 비해 저인산효소증은 현재 스트렌식이라는 치료 방법이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가장 중증인 주산기(출생 전후기) 발병 저인산효소증의 경우 출산 직후 바로 스트렌식 투여를 권장하고 있다. 산전 조기 진단을 통해 진단해야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도 저인산효소증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임신 중에 태아의 저인산효소증 진단이 가능한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임신 중 산전 초음파를 통해 태아의 뼈 형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어느정도’라고 말하는 이유는 저인산효소증 외에도 골형성부전증(특별한 원인이 없이도 뼈가 쉽게 부러지는 선천성 유전질환) 이라는 질환도 비슷한 소견을 보인다. 이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정확히 수치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저인산효소증을 진단할 수 있는 기준 중에 ALP 수치가 있다. 저인산효소증은 유전 질환이기 때문에 부모 또한 ALP 수치가 낮은 경우가 있다. 때문에 골형성부전증과 저인산효소증을 구분할 때 ALP 수치를 확인해 수치가 낮은 경우에는 저인산효소증으로 볼 수 있다.”

- 저인산효소증이 진단되면 다른 진료과와 협진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저인산효소증은 주로 뼈와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외에도 발작이나 신장의 석회화와 같이 뼈 외의 다른 부분에서도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다른 진료과와 협진이 필요하다. 중증환자의 경우 정형외과를 먼저 내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경증의 소아환자가 많기 때문에 그런 환자는 소아과와의 협력이 우선시된다고 볼 수 있다.”

- 치과에서는 유치의 조기탈락을 통해, 산부인과에서는 산전 초음파를 통해 진단을 내린다. 정형외과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진단을 내리나.

“신생아의 경우 대퇴골이나 상완골이 구부러져 있기 때문에 빠르게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소아에서 저인산효소증이 발병하는 경우 증상이 구루병과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진찰이나 엑스레이 검사 소견만으로 확정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런 환자에서는 확실한 소견을 얻기 위해 추가 검사를 진행해 진단할 수 있다. 저인산효소증 환자의 경우 일반인에서는 골절이 발생하지 않는 작은 힘에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골절된 이후를 살펴봐도 일반적인 소아 환자는 굉장히 빠르게 회복되는데 저인산효소증 환자는 ALP가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회복이 느리다. 정형외과에서는 엑스레이 소견이 가장 중요한 진단 요소이다.

- '스트렌식'이 저인산효소증의 유일한 치료제이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보고된 사례를 보면 소아의 경우 운동기능 및 성장 개선, 통증 감소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가성골절(완전 골절이 아닌 뼈의 일부분만 골절된 상태)을 10년 이상 앓고 있던 성인기 저인산효소증 환자에게 스트렌식을 처방해 완전히 회복된 경우가 있었다. 발병된 나이와 상관없이 근골격계 통증의 감소를 기대할 수 있었다. 주산기에 발병한 중증의 저인산효소증 환자가 있었다. 태어났을 때 뼈가 거의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두 달 동안 스트렌식을 투여한 결과 뼈가 형성되고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뼈는 형성되고 있었지만 호흡이 힘들어 삽관을 했는데, 그 부분에 감염이 발생해 사망한 환자가 기억이 남는다.”

- 한국에서는 스트렌식을 소아발현형 저인산효소증의 치료제로 허가 받았다. 일본에서는 어떤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았고, 정부차원에 어느 정도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가.

“일본에서는 발병 연령과 상관없이 저인산효소증으로 진단받은 모든 환자에서 투여 가능하다.일본에서 저인산효소증은 소아만성특정질환 및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어 있고, 해당 질환에서는 국가가 의료비를 지원해준다. 때문에 일본 환자들은 정부의 의료비 보조금을 통해 치료받고 있다. 한국보다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많이 없는 편이다.”

- 저인산효소증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하다고 보나.

“의사들이 많이 참석하는 학회나 세미나, 심포지엄에서 저인산효소증 관련 발표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저인산효소증은 정형외과 뿐 아니라 산부인과, 소아과, 치과 등 여러 진료과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질환이다. 각 진료과가 진행하는 학회에서 저인산효소증을 주제로 다루는 방법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 일본에서 저인산효소증의 진단과 관련해 다학제적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산부인과, 소아과, 정형외과, 치과, 방사선과 의사들로 구성된 저인산효소증 연구회가 있으나 아직은 환자 수나 증상, 스트렌식 처방경험 공유 등 사례를 모으고 있는 단계다. 질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인산효소증은 TNSALP 유전자 변이를 통해 체내 만성적으로 낮은 ALP활동을 유발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일본에 해당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 사람이 비교적 많았고, 사례를 수집해 보니 환자수가 많다는 것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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