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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사태' 예방할 수 있었는데...식약처가 자초했다품목허가 전 중앙약심 회의서 안전성 문제 등 지속 제기돼...식약처, 제약사 입장에서 해명 급급

[라포르시안] 코오롱생명과학의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17년 7월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 받은 인보사의 주성분 가운데 하나가 허가 당시와 다르다는 점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보사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일한 허가심사와 제약사 편들기로 물거품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보사 품목허가 전에 열린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심사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회의록(2017년 4월과 6월)을 통해 이런 사실이 파악됐다.

2차례 회의에서 중앙약심 전문가 위원들이 인보사의 효과나 안전성에 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자 식약처는 사실상 제약사 입장에서 해명하는 역할을 했다. 심지어 유전자치료제 관련 규정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인보사의 품목허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심사 과정에 대한 적극적인 감사가 필요해 보인다.

2017년 4월 4일 중앙약심 회의 = 식약처가 인보사 허가를 내기 3개월 전인 2017년 4월 4일 열린 중앙약심 회의에는 ▲인보사의 품목허가 조건 충족 여부 ▲신청한 효능효과의 적절성을 안건으로 올랐다.

이날 중앙약심 회의에서 다수 위원들은 인보사가 기존 치료 효과와 비교해 연골 재생을 통한 구조적인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단지 통증을 개선하는 정도라면 굳이 위험성이 있는 유전자치료제를 사용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위원은 "MRI 촬영을 기반으로 표준점수화한 'WORMS' 평가 결과를 보면 인보사 시험군은 연골 주병변 크기가 감소했는데, 이것은 자료에 일관성이 부족해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주병변 크기가 감소하기 위해서는 골수 부종(bone marrow edema)이 줄어든다든지 하는 결과가 결과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위원은 "기존 치료에서 수술방법을 사용한 것은 구조적인 개선을 위해 한 것"이라며 "증상만 좋아지는 것은 큰 의미는 없으며, 유전자치료제의 위험성을 안고 사용하는 만큼 구조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보사 투여를 통해 연골 재생을 통한 골관전염의 구조적 개선이 아니라 단지 통증을 완화하는 정도라면 기존의 소염진통제를 통한 치료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약으로써 가치를 따지가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와 관련 한 위원은 "(인보사 투여로)구조적 개선이 없는데 증상 개선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진통제 투여로 간단히 해결되는 기존 치료가 있으므로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인보사의 경우 연골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되나 제출된 자료로서는 구조적 개선없이 증상만 완화돼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유전자 치료제로써 인보사의 안전성 문제도 언급됐다.

일부 위원들은 "TGF-β를 도입한 세포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이 정도 효능을 위해 사용하기엔 위험성이 크지 않은가 생각된다"거나 "증상의 완화를 위해 유전자치료제의 위험성을 가져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이런 의견이 잇따르면서 당시 중앙약심 회의에서 인보사의 골관절염 구조개선을 입증할 자료가 필요하다는 점과 골관절염의 통증 완화를 위해 유전자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날 회의 결과 인보사의 품목허가 조건 충족 여부에 대해 ▲세포치료제와 같은 유사계열 의약품과 직접비교 임상 필요 ▲기존 치료보다 유효성 개선을 보기 위해서는 골관절염의 구조개선 입증 필요 ▲골관절염 증상의 완화를 위해 유전자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위해(Risk)가 더 크기 때문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결론냈다.

2017년 6월 14일 중앙약심 회의 = 2개월 뒤인 같은 해 6월 14일 열린 중앙약심 회의에서 인보사의 품목허가 타당성이 인정된다는 쪽으로 결론이 뒤집어졌다. 이날 중앙약심 회의에는 모두 9명의 위원과 2명의 외부자문위원, 그리고 식약처 관계자 7명이 참석했다.

4월에 열렸던 인보사 관련 코오롱생명과학 측에서 1차 약심결과에 따른 미충족사유에 대한 보완자료를 제출했고, 이를 기반으로 재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열린 회의였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날 중앙약심에 참여한 위원 구성이 4월 4일 열렸던 1차 약심회의 때 위원보다 그 수가 더 늘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2차 약심회의 위원 구성이 적절한 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지난 4월 1차 중앙약심과 동일한 소분과인 신약-임상평가소분과위원회 및 생물-세포유전자치료제소분과위원회 합동분과로 회의를 개최하게 되었으며, 주관부서의 이름으로 인한 오해로 생각된다"며 "참여 위원의 구성은 이번 회의의 안건과 연관성이 있는 2013년 7월 중앙약심위원과 지난 4월 중앙약심 위원을 모두 위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소분과위원회의 구성 원칙에 따라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을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위원이 추가로 늘어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4월에 열렸던 회의와 달리 인보사의 품목허가 필요성을 인정하는 긍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날 회의에서 인보사의 구조 개선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한 위원은 "이 약을 투여해서 구조 개선이 되면 좋은 일이겠지만 '유전자치료제이기 때문에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전혀 과학적인 논리가 아니다"며 "선진국 유전자세포 치료제에서도 구조 개선을 의무로 내세우는 사례는 본 적이 없고, 구조 개선이 필수 사항이었다면 이를 임상시험 시에 다루었어야지 3상이 종료되어 판매 허가를 심사하는 마당에 이를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식약처는 "이 약은 작용기전이 항염증이고 이에 따라 증상개선 약물로 신청됐고, 증상개선 약물에 대한 임상적인 평가변수는 통증과 기능개선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통증과 기능평가에 성공하고 구조는 더 악화되지 않으면서 중대한 이상반응이 없으면 된다고 표현되어 있다"고 "이러한 기준으로 자료를 보면 인보사 투여군은 구조가 악화되지 않았으나 반면 대조군을 보면 몇 가지 평가변수들이 유의하게 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에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한 위원은 인보사가 골관절염의 구조 개선이 아니라 통증과 기능 개선 효과만을 보인다면 굳이 저가의 통증치료 약물도 있는데 환자가 고가의 비용을 부담하게 될 치료제를 허가할 가치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또다른 위원은 "비용과 허가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필요 시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며 "MRI 촬영 영상에서 임상 시작 시점에 비해 더 악화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구조개선이 되었다고 생각되면 임상적으로는 해결이 됐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인보사의 안전성 우려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일부 위원들은 "이 제품은 1회 투여약물이며, 단기 안전성평가에 문제가 없다면 시험약물과 관련한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거나 "방사선 조사로 세포를 모두 죽인 상태이므로 바이러스에 대한 안전 장치는 보강된 것으로 판담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잠재적인 위해성이 더 크다는 판단을 하기 어렵고 오히려 현재까지 확인 가능한 안전성이 확인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전자치료제 품목허가를 규정한 '생물학적제제 등의 품목허가·심사 규정' 제3조2항2조에는 '유전자치료제는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치료제가 현재 이용 가능한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안전성·유효성이 명백하게 개선된 경우에만 품목허가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식약처는 이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 위원이 "유전자치료제의 품목허가는 관련 규정에 따라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제가 없거나 유전자치료제가 현재 이용 가능한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안전성·유효성이 명백하게 개선된 경우에 한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 규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를 물었다.

식약처는 "관련 규정은 2000년에 도입됐으면 당시는 연구개발 초기로 경험이 부족한 유전자치료제의 무분별한 연구를 제한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된다"며 "기존 치료 대비 안전성・유효성 개선은 직접 비교임상만을 요구한 규정은 아니고 간접적인 비교를 통해서라도 개선을 증명한다면 인정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식약처의 의견에 이어 일부 위원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규정이 없으므로 적절한 시기에 개정검토가 필요하며, 과학이나 합리성이 아니라 '공포'에 기반을 두고 규정을 만든다면 신약을 개발할 수 없다"거나 "규정 만들 때 참여 했었는데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두려움이 많던 때에 만들어진 규정으로, 사용자의 선택이 다양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식약처를 거들었다.

특히 한 위원이 "연골세포 채취해서 유전체(genome)를 분석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애기할 수 없다. 그런 자료를 제출했는가" 묻자 식약처는 "제출했으며, 규정에 따라 유전자변형생물체 위해성 자료를 받도록 되어있고 어느 염색체, 어느 사이트, 주변 부위에 대한 염기서열까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다수 위원과 식약처 쪽에서 인보사 관련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 지난 4월 회의에서 제기된 품목허가 조건 미충족이 충족됐으며 품목허가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의결했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인보사 시판 허가 전체 과정이 감사 대상" 

시민단체는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식약처의 특혜와 부실심사가 있었는지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식약처는 인보사를 즉시 허가 취소하고, 허가과정에 대해 특별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세포를 포함한 치료제를 당장 허가 취소하지 않고, 코오롱생명과학조차 인정한 마스터세포은행(MCB)부터 신장세포였다는 주장을 재확인하겠다는 식약처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시판 허가와 관련해 특혜를 제공했던 과정 전체가 감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보사 사태를 '제2의 황우석 사태'로 비유하면서 의약품관리, 개발, 인허가제도 전반에 걸쳐 엄격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한 나라의 약품안전성을 관리해야 할 식약처가 기업 이익에 매몰되어 기업이 주장하는 바를 스스로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사실 국제적 망신일뿐더러, 한국에서 허가받은 약품을 전 세계에서 인정하지 않게 만든다"며 "인보사 사태는 규제 완화와 느슨한 허가가 결국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바이오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첨단바이오법은 첨단재생의료의 안전성 확보체계와 기술혁신, 실용화 방안을 마련하고 첨단바이오의약품 품질과 안전성 확보, 제품화 지원에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국회에서 논의되는 첨단바이오법이야말로 제2의 인보사 사태를 양산할 법안으로 즉각 철회되어야 하며, 식약처의 약품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약제 급여를 민주적으로 평가할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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