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 제고 '전문약사제도 법제화' 모색...인력수급·수가 등 고민

[라포르시안] 환자 중심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다학제간 팀 의료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환자에게 전문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약사제도 법제화를 모색하는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환자안전을 위한 전문약사의 역할'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은경 서울대약대 교수는 "전문약사는 치료 성과나 환자의 건강 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해당 전문 분야에 통달하고 약물요법에 관해 보다 전문적인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임상약사"라며 "지난해까지 소아, 감염, 의약정보, 노인, 중환자, 장기이식, 심혈관계질환, 내분비질환, 영양, 종양약료 10개 전문영역 824명의 전문약사가 배출돼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전문약사는 특히 다학제간 팀 의료에서 그 역할의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의료인과 환자들은 그 중요성을 모른다"면서 "이제는 전문약사제도 법제화를 통해 자격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부여하고 제도적인 견인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환자 약료를 중심으로 전문약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들은 주요 장기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기 때문에 용량이나 투약 방법이 적절하지 않으면 위해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전신상태가 갑자기 돌변해서 시간 단위로 약물 용량을 관리해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중환자 관리에서 전문약사는 필수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1999년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논문을 보면 임상 약사가 중환자실 회진에 참여하고 조언을 하면 약물 부작용을 일으킬 상황이 66% 감소한 것으로 보고했다"면서 "중환자실에서 다학제 회진이 강조되고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인증평가에서 이를 반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영희 한국병원약사회 부회장은 전문약사 법제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약사법에 전문약사의 자격 구분, 자격 기준, 자격 시험, 자격증, 그밖의 자격 인증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야 한다. 자격 구분은 현재 병원약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10개 분야로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전문약사가 되려면 복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약사 교육기관에서 공통과목, 전공이론과목, 전공실습과목 등 760시간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 약사를 대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실시하는 전문약사 자격시험에 합격하도록 했다.

이 부회장은 "질 향상을 위한 보건의료 전문화는 세계적 추세이며 보편적 현상"이라며 "보건의료와 관련된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에 대해 전문자격을 규정하고 별도의 자격을 인정하는 것과 같이 약사 가운데 일정한 조건을 취득한 전문가를 공적으로 증명하고 발생 가능한 권리 및 의무를 보장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전문약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인력수급 문제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진수 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전문약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현재 기본적인 토양과 토대는 갖춘 것 같다"면서 "다만 전문약사 자격이 법제화되기에 앞서 인력수급 문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약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병원의 수요를 채우지 못하면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전문약사 824명 중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약사가 685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종합병원 138명, 병원 1명 순이다. 게다가 이들의 80% 이상이 서울, 인천, 경기지역에 몰려 있다. 

박인춘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병원약사회가 10년간 전문약사제도를 운영하며 800명이 넘는 인력을 배출한 것은 대단한 성과"라며 "도입 필요성도 인정됐고 최소 인력도 확보됐다.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법제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 대표도 "제도 도입 취지에 동의하지만, 수요 만큼 전문약사를 공급할 정도로 인력이 충분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지금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간호사나 레지던트보다 더 역할을 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다"며 "게다가 지금보다 더 많은 수가를 줘야 하는데 그 만큼의 약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그것을 국민이 동의할 수 있을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법제화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정재호 복지부 약무정책과 서기관은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법제화로 가려면 언제 어떻게 어떤 분야의 법률로 정해서 갈 것인지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다각적으로 들어야 한다. 또 전문약사제도 도입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을 제정해도 효용성 논란이 일고 심지어 사문화되기도 한다. 효용성과 법적인 안정성, 사회적 비용의 포용성 등을 복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사무관은 "전문약사제도를 병원에 국한해 논의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 (약사는)지역에서도 의사의 처방을 검토하고 조언하는 것"이라며 "전문약사제도가 도입되면 지역에서는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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