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딜 브렉시트' 되면 영국 공인기관서 받은 CE인증 무용지물...의료기기조합 "150여개 업체 2500억 규모 수출길 막혀"

이재화 의료기기조합 이사장.
이재화 의료기기조합 이사장.

[라포르시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Brexit) 시한이 오는 10월 말로 연기된 가운데 국내 의료기기업계가 가슴을 졸이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브렉시트 특별정상회의에서 EU 정상들은 브렉시트를 10월 말까지 연기하되 영국이 이전에 EU 탈퇴협정을 승인하면 바로 브렉시트를 허용하는 ‘탄력적 연기’ 방안에 합의했다.

영국은 지난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했지만 지금까지 EU 탈퇴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이 EU와 아무런 협정도 맺지 못하고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수출업체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 업체가 EU 시장으로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CE 인증이 필수이다. 만일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 내 공인기관으로부터 CE인증을 획득한 경우 EU 회원국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업체의 EU 시장 수출 길이 막히고 추가로 CE 인증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12일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에 따르면 영국의 CE 인증기관인 SGS로부터 인증을 획득한 국내 의료기기업체는 150여개에 달한다.

이재화 의료기기조합 이사장은 "만일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이들 업체의 CE인증은 EU 회원국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며 "이럴 경우 다시 인증을 받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의료기기조합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노 딜 브렉시트로 국내 150여개 업체의 EU 시장 수출 길이 막힐 경우 입게되는 손실액 규모는 약 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EU가 인정하는 공인기관으로부터 다시 적합성 평가를 거쳐 CE인증 받거나 브렉시트 이전에 기존 인증을 EU 공인기관에 이전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CE인증을 다시 받으려면 각 품목별로 막대한 비용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고민이 깊다.

이재화 이사장은 "현재로서는 국내에서 뾰족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답답한 실정"이라며 "영국의 CE 인증기관인 SGS가 본사를 옮기거나 EU가 해당 기관의 CE인증을 그대로 인정해주거나 하는 방법을 기대해 볼 수는 있지만 우리가 직접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게다가 EU에서 의료기기 분야에서 새로운 인증제도인 'MDR(Medical Device Regulation)'를 도입하면서 관련 규제가 더욱 엄격해지는 추세이다보니 국내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 가중되고 있다.

박희병 의료기기조합 전무이사는 "유럽인증이 까다로운 의료기기 인증제도와 사후관리를 통해 진입장벽을 점차 높혀가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도 이런 글로벌 추세에 맞춰 보다 엄격한 품질관리 강화와 인허가 전담인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다만 이럴 경우 의료기기 제조원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지원 정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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