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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따른 향후 법개정 과제는?임신주수·사회경제적 사유 등 반영한 낙태 허용범위 확대 논의
법개정 과정서 첨예한 공방 예고

[라포르시안] 헌법재판소가 지난 11일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임신한 여성의 승낙을 받아 낙태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고 결정했다. 1953년 형법에 처음 낙태죄가 규정된 지 66년 만이다.

헌재는 낙태죄 헌법불일치 판정과 함께 오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주문했다. 헌재가 제시한 일자까지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형법의 관련 법조항은 2021년 1월 1일부터 그 효력을 잃게 된다.

이날 선고에 따라 앞으로 국회의 관련법 개정 논의에 여론이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관련법 개정 논의에서 쟁점은 낙태 허용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헌재의 판단이 모든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낙태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라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현재 법적으로 낙태 관련 허용범위는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 규정해 놓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의사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향후 법개정을 논의할 때 모자보건법 관련 조항의 개정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헌재가 낙태죄 규정을 단순위헌 결정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린 건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서 이뤄진 모든 낙태에 대해 처벌할 수 없게 될 경우 사회적으로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낙태죄 관련 선고에서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해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향후 관련법 개정에서 핵심은 낙태의 허용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헌재가 이날 선고에서 '임신 22주'를 일종의 한도로 제시한 점이 적극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려면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하여 전인적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실행함에 있어서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려면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하여 전인적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실행함에 있어서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즉, 여성이 임신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경제적 상황 및 그 변경가능 여부를 파악하며, 국가의 임신·출산·육아 지원정책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주변의 상담과 조언을 얻어 숙고한 끝에, 만약 낙태하겠다고 결정한 경우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검사를 거쳐 실제로 수술을 완료하기까지 필요한 기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이하 착상 시부터 이 시기까지를 ‘결정가능기간’이라 한다)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영진의 헌법불합치 의견 중에서>

문제는 낙태 허용범위를 놓고 '임신 00주'까지 허용된다는 식으로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의 낙태 수술 시기는 대체로 임신초기(평균 6.4주)였고, 전체 낙태 수술의 95.3%가 임신 12주 이하에 이뤄졌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산모와 태아마다 모두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낙태를 허용하는 임신 주수를 일괄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거 낙태 허용범위 확대 논의에서 산부인과 의사단체에서는 "임신 12주까지는 전적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며 의사는 조언만 하고 이후 24주까지는 낙태수술을 제한하되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시술의사와 다른의사에 의한 상담과 체크리스트를 통한 철저한 검증 및 숙려기간을 둬 수술을 억제하고 이후에는 산모와 태아의 생명권을 반영한 원칙적인 수술금지를 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한 낙태 허용범위를 정하는 것과 함께 사회·경제적인 사유로 낙태를 허용하는 문제도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조사를 보면 낙태를 하게 된 주된 이유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서 33.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이 31.2%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헌재 선고에서 낙태 관련 사회·경제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했다.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모자보건법상의 정당화 사유에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갈등 상황이 전혀 포섭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에 대한 우려 ▲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불안정한 경우 ▲자녀가 이미 있어서 더 이상의 자녀를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 ▲부부가 모두 소득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느 일방이 양육을 위하여 휴직하기 어려운 경우 ▲상대 남성과 교제를 지속할 생각이 없거나 결혼 계획이 없는 경우 ▲상대 남성이 출산을 반대하고 낙태를 종용하거나 명시적으로 육아에 대한 책임을 거부하는 경우 ▲다른 여성과 혼인 중인 상대 남성과의 사이에 아이를 임신한 경우 ▲혼인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상태에서 배우자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게 된 경우 ▲아이를 임신한 후 상대 남성과 헤어진 경우 ▲결혼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등이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향후 법개정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의견을 근거로 낙태를 허용하는 임신주수와 사회·경제적 사유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 입법사례 보면...여성 자기결정권·건강권 보장하는 쪽으로 허용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는 작년 5월 '낙태죄에 대한 외국 입법례와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프라스와 독일 등의 관련 입법 사례를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공중보건법' 제L2211-1조부터 제L2223-2조에서 임부의 동의에 따른 낙태를 규정하고 있다. 임신 12주의 기간 내에서는 곤궁한 상황에 처해있는 임부는 의사에게 낙태를 요청할 수 있다.

임부로부터 낙태의 요청을 받은 의사는 임부에게 낙태의 방법과 위험성 및 후유증 등에 대해 설명을 해 줄 의무가 있으며, 임부가 낙태를 행하기 위해서는 1주일의 숙려기간을 두도록 했다. 의학적인 필요에 의해 임부가 낙태를 할 때에는 임신기간에 상관없이 시행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형법' 제218조에서 낙태 처벌규정을 두고, 제218조a에서 처벌할 수 없는 불가벌(不可罰) 사유를 규정해 놓았다.

불가벌 사유는 ▲임부가 낙태를 요청하고 시술 3일 이전에 상담사실증명서를 제시해 시술의사에게 상담사실을 입증했으며 임신 12주 미만의 기간 내에 의사에 의해 시술된 경우 ▲임부의 동의 하에 의사가 시술한 낙태는 임부의 현재와 장래 생활관계를 고려한 의사의 진단에 의할 때 임부 생명에 대한 위험 또는 임부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상태에 대한 중대한 훼손 위험을 방어하기에 적절하고 다른 기대가능한 방법으로 그 위험을 방어할 수 없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의사의 진단에 의할 때 임부에게 아동간음·강간·준강간행위가 범해졌고 그로 인한 임신으로 인정할 만한 유력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로서 임신 12주를 경과하지 않고 임부의 동의 하에 의사에 의해 시술된 낙태 ▲임신 22주 미만 시기에 의사와의 상담 후 시술된 낙태의 경우 등이다.

오스트리아는 '형법' 제96조에서 동의낙태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제97조제1항에서 동의낙태에 대해 불가벌 사유를 규정해 놓았다.

해당 사유로는 ▲임신 12주 미만인 때에 의사의 상담을 거친 후 의사가 시술한 동의낙태 ▲임부의 생명에 대한 달리 피할 수 없는 심각한 위험 또는 임부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중대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낙태가 필요한 경우 ▲태아가 육체적·정신적으로 크게 손상되었을 심각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임부가 임신 당시 미성년자였던 경우 ▲직접적이고 달리 피할 수 없는 생명의 위험으로부터 임부를 구하기 위한 낙태의 경우 동의낙태는 물론 동의취득 불가능한 상황 아래의 부동의낙태 등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놓았다.

영국도 '낙태법' 제1조에서 불가벌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에 따르면 2인의 등록된 의사들이 ‘임신 24주 이내에서 임부나 임부의 자녀 또는 임부 가족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훼손 위험이 낙태하는 때보다 임신을 지속하는 때에 더 큰 경우, 임부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중대한 영구적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낙태가 필요한 경우, 임부의 생명에 대한 위험이 낙태하는 때보다 임신을 지속하는 때에 더 큰 경우, 태아가 만약 출생된다면 심각한 장애에 이를 정도의 육체적·정신적 이상으로 고통받을 상당한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 중 하나의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면 등록된 의사에 의해 이뤄진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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