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제한 위헌적 규정" 판단

[라포르시안]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임신한 여성의 승낙을 받아 낙태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낙태죄가 형법에 규정된지 66년 만에 헌법불합치 결론이 나온 것이다.

헌재는 11일 오후 2시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관련 조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이 헌법불합치, 3명이 단순위헌, 2명이 합헌 판단을 해서 최종적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들 조항은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하도록 하고,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고 선고했다. 

헌재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결정가능 기간 중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갈등 상황을 겪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전면적·일률적으로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자기낙태죄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함으로써 법익균형성의 원칙도 위반한 것이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규정”이라고 판단했다. 

의사 낙태죄 조항에 대한 판단에서도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결정 가능 기간 중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낙태갈등 상황을 겪는 경우까지 예외 없이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며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2020년 12월 31일까지 일정기간 내에서 낙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조항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효력을 잃는다.

헌재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모두 헌법에 위반한다는 결정을 내릴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하는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는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되 입법자의 개선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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