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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269조' 낙태죄 위헌 심판, 헌재 판단 바뀌나오늘 오후 위헌여부 선고...7년 전 '합헌' 결정 뒤집힐지 주목

[라포르시안] '낙태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오늘(11일) 가려진다. 지난 2012년 8월 낙태 시술을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오후 2시부터 대심판정에서 9명의 재판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2017년 2월 8일 접수된 '형법 제269조 제1항' 등의 위헌소원 사건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이 사건은 부녀의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 및 의사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 각각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다.

헌재에 위헌소원을 제기한 청구인은 산부인과 의사 A씨다. 그는 2013년 11월 무렵부터 2015년 7월 초까지 69회에 걸쳐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를 한 혐의(업무상 승낙낙태 등)로 기소됐다.

A씨는 1심 재판 중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냈다. 그러나 이 신청이 기각되자 2017년 2월 8일 형법 제269조 제1항 등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형법

제269조(낙태) ①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③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①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전 3항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A씨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여성이 임신·출산을 할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해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침해하고,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중절 수술을 받지 못하게 해 임부의 건강권을 침해한다"며 "또한 원치 않는 임신 및 출산에 대한 부담을 여성에게만 부과하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서도 "일반인에 의한 낙태는 의사에 의한 낙태보다 더 위험하고 불법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의사에 의한 낙태를 가중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고,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 5월 24일 열린 공개변론에서는 찬반 양 측은 태아의 생명권과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청구인 측은 “태아는 그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므로 태아가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로서 동등한 수준의 생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낙태 처벌이 낙태를 근절하는 효과는 없고, 오히려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반면 법무부 등 낙태죄 합법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태아의 생명권은 성장상태와 무관하게 보호돼야 할 중대한 기본권이며 현행법상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고 있다”며 “낙태를 어느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입법으로 풀어야 할 영역”이라고 반박했다.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 가능성 높아

오늘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에서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리더나도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가 내릴 수 있는 판단은 심판청구가 부적하다거나 이유없다고 판단해 내릴 수 있는 각하·기각결정부터 심판청구가 이유있는 경우 내리는 위헌·합헌·헌법불합치 결정 등이다.

전반적인 여론이나 진보성향의 헌법재판관 구성 등을 고려할 때 낙태죄 위헌결정이나 헌법불합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낙태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 현행 형법의 낙태죄 처벌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게 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건 헌법불합치 판단이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의 효력을 유지 또는 중지시키는 결정이다.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과 함께 입법개선 시한을 정하면 국회는 헌재 결정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모자보건법 14조에 명시된 임신중절수술 허용 기준을 확대하는 쪽으로 법개정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모자보건법 제14조 1항은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형법 제269조 낙태죄 규정에도 불구하고 배우자와 본인의 동의가 있으면 의사가 낙태 시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건강권 침해" ↔ "생명경시 풍조 만연할 것"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여성단체와 시민단체는 "낙태죄 폐지는 시대적 과제로, 임신중지를 한 여성을 범죄자로 낙인찍으면서 한 사회의 재생산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오롯이 전가해 왔던 역사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여성들을 처벌함으로써 책임을 전가하는 대신 장애나 질병, 연령, 이주, 가족 상태, 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조건이 출산 여부에 제약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여건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의 임신중지가 불법인지라 임신중지 시술을 한 의료진과 병원, 그리고 당사자들 모두 이를 비밀로 해 왔으며, 임부에게 최소한의 건강조치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 불법적 시술 과정 또는 불법 약물 복용으로 인해 건강을 해치고도 적절한 의료를 제공 받지 못하는 여성도 많다"며 "낙태죄가 성차별적 해악을 초래해온 만큼 임신중지에 대한 법과 정책은 여성에게 보다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수십 년간의 보건학적 데이터를 통해 인공임신중절이 합법화되었을 때 낙태 시술 과정에서의 감염과 모성사망률이 큰 폭으로 줄어 여성의 전반적인 건강이 향상됐으며, 현실적인 성교육과 피임문화 조성으로 낙태가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낙태죄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반면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종교계와 단체에서는 위헌 결정이 나올 경우 우리 사회에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낙태죄 폐지 반대 쪽은 "낙태는 형법에서 금지하고 있음에도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고 이에 대한 처벌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낙태죄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라며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호라는 미명아래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신성한 생명을 해치고 여성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파괴시켜 결국 우리 사회에 생명을 경시하는 죽음의 풍조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수정란도 초기 인간 생명이기 때문에 하나의 생명체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

이들은 "생명의 시작은 수정 순간이다. 헌재도 2012년 8월 태아가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의 주체가 된다고 판결함으로써 태아가 독립된 생명체임을 인정한바 있다"며 "낙태로 제거하고자 하는 대상은 단순한 세포 덩어리가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생명체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태 연간 5만건 추정...여성 75% "낙태죄 개정해야"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성경험 여성의 10.3%, 임신경험 여성의 19.9%로 조사됐다.

낙태 당시 연령은 17세부터 43세까지 다양했고, 평균 연령은 28.4세(±5.71)로 나타났다. 낙태 당시의 혼인상태는 미혼 46.9%, 법률혼 37.9%, 사실혼·동거 13.0%, 별거·이혼·사별 2.2% 순이었다.

낙태를 하게 된 주된 이유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서 33.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이 31.2%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낙태 방법으로는 수술만 받은 여성이 90.2%(682명), 약물 사용자는 9.8%(74명)였다. 약물사용자 74명 중 53명이 약물로 인공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의료기관 등에서 추가로 수술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낙태 수술 시기는 대체로 임신초기(평균 6.4주, 12주 이하 95.3%)로 나타났으며, 평균 횟수 1.43회였다.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과 임신중절 허용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개정 필요성은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조사 완료 여성(10,000명)의 75.4%이며, 모자보건법 제14조 및 시행령 제15조 개정에 대해서는 조사 완료 여성(10,000명) 중 48.9%는 ‘개정 필요’, 40.4%는 ‘잘 모름’, 10.7%는 ‘개정 불필요’ 순으로 응답했다.

보사연은 "인공임신중절 건수가 점차 줄고 있는 추세로 볼 수 있지만 만 15∼44세 여성 중 생애에 임신을 경험한 사람의 19.9%가 인공임신중절을 해 많은 여성들이 위기임신 상황에 놓이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러한 위기상황을 예방하거나 위기상황에 있는 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성교육 및 피임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인공임신중절전후의 체계적인 상담제도,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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