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무효소송 2심도 승소..."중환자실 전담의 진료실적 단순 비교는 부적절"

[라포르시안] 진료실적 부족을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전 서울대병원 교수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는 지난 5일 임홍국 전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임홍국 전 서울대병원 교수는 앞서 2010년 9월~2012년 8월까지 서울대병원 임상교수요원으로 임용됐고, 이후 임상교수요원운영위원회 심사를 거쳐 2012년 9월~2016년 8월까지 재임용됐다. 

그러나 병원은 2016년 6월 임상교수요원운영위원회를 통한 재임용 심사에서 '종합평가 점수 합격기준 미달'을 사유로 임 전 교수에 대해서 재임용 탈락 결정을 내렸다.

임 전 교수가 재임용 심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병원 측은 임상교수운영위 출석위원 전원 일치로 불합격을 의결하고 2016년 8월 말로 임용기간이 만료된다고 통지했다. 임 전 교수는 병원의 결정에 불복해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작년 1월 "병원의 재임용 거부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하며 임 전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서울대병원 측이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패소했다.

2심 법원은 "이 사건의 재임용 거부처분은 재임용 심사의 평가내용과 평가방법이 부적절하거나 현저히 균형을 잃음으로써 비례의 원칙 내지 평등의 원칙을 위반해 임용권자의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무효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원심을 인용해 병원 측이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작년 1월 판결에서 "원고가 재임용 심사기준을 통과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음에도 피고가 이 같은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인사위원회 의결에 따라 원고를 재임용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것"이라며 "병원의 재임용 거부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대병원 인사위원회가 임 전 교수의 재임용 심사에서 '진료실적 부진'을 불합격 결정의 이유로 삼은 건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외래환자, 입원환자, 수술환자 수가 같은 과 소속 다른 교수들에 비해 현저히 낮기는 하지만 원고는 중환자실 전담의로 주간기준으로 5세션 이상을 중환자실에서 할애하고, 중환자실 근무 배치 시간 동안 타 업무를 병행하지 못해 다른 교수들에 비해 진료실적이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며 "원고와 다른 과 소속 중환자실 전담의들의 진료실적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분과별 차이상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 전 교수가 재임용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기여도 및 인성' 평가 항목도 객관적인 평가 근거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에 대한 종합평정 결과를 보면 교육 및 연구 항목에서는 평균 4.0 이상의 평가를 받았으나 진료실적 및 '기여도 및 인성' 평가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며 "기여도 및 인성은 객관적인 측정이 어렵고 평가자의 주관과 자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 또한 각 평가항목이 수, 우, 미, 양,가로 분류해 평가되지만 각 등급의 구체적인 세부기준 및 방법에 관해 정해진 바가 없어 객관적 평정의 기준이 미약하다"고 판단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임 전 교수는 자신이 제1저자로 참여한 논문의 연구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미국 흉부외과학회지(The Annals of Thoracic Surgery)에 게재된 ‘선천성 수정 대혈관 전위증에 대한 양심실 교정술 장기 결과’라는 논문의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 논문은 1983년부터 2009년까지 27년간 양심실 교정술로 심장기형수술을 받은 환자 167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분석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논문이 미국 흉부외과학회지에 실리고 4년여가 지난 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수술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사망자 수를 축소하는 식으로 논문 작성 과정에서 중요한 데이터가 조작됐다"고 발표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제1저자로 참여한 임 전 교수는 연구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임 전 교수는 연구진실위의 조사결과가 사실과 다르고, 조사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에 앞서 일부 매체에 그 결과를 유포해 비밀유지 의무를 어기는 등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임 전 교수는 대법원까지 이어진 소송에서 결국 승소했고, 서울대 연구진실위가 잘못된 판단으로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데 따라 2000만원 배상판결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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