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주최 토론회서 심각한 우려 표명..."복지부, 환자 쏠림 심각성 깨닫지 못해 걱정"

[라포르시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인 '문재인 케어'로 인한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대한병원협회는 5일 제10회 KHC(Korea Healthcare Congress) 행사가 열리고 있는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위기인가 기회인가, 한국 병원의 오늘과 내일을 말한다'라는 주제로 패널토의를 했다. 

이날 패널토의에는 이진우 세브란스병원 진료부원장, 박종훈 고려대 안안병원장,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 이상규 연세대 보건대학원 병원경영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문케어로 인한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의 현주소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이진우 세브란스병원 진료부원장은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특진비가 사라지고 2인실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각종 진료량과 그에 따른 수입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 외래환자가 1만 명에서 왔다갔다 했다. 그런데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1만2,000명을 넘겼다"며 "이로 인해 주차난이 심화되고 채혈 등 각종 검사 대기시간이 눈에 띄게 길어졌고, 외래시간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병원은 그야말로 포화상태"라고 전했다. 

MRI 등 각종 고가 검사의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부원장은 "MRI 등 각종 고가검사의 증가에 따라 장비를 추가로 구입해야 할지 검토 중이다"며 "그러나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측 가능하지 않아 고민이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정책당국은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종훈 고려대 안안병원장의 증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원장은 "우리 병원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그만큼 대학병원 쏠림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했다. 

박 원장은 "지표상으로는 심각성을 깨닫지 못할 수 있다. 2~3% 환자가 증가한 것을 두고 뭐가 많이 늘었느냐고 하는데 2~3% 증가가 병원에 주는 부담감은 엄청나다"며 "환자가 많아 좋지 않느냐고 하는데 매우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박 원장은 "게다가 전공의특별법 시행으로 가용 인력은 줄었는데 환자는 늘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인건비도 폭증했다"면서 "미국도 1970년대까지는 2000~3000병상급 의료기관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문재인 케어로 인해 의료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이사장은 "문재인 케어는 의료이용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의료자원 쏠림도 더 심화됐다. 결국은 의료생태계가 취약해질 것"이라며 "게다가 복지부는 이런 상황을 애써 부인하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바로 이런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 쏠림이 심화되면서 대학병원들이 혁신성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상규 연세대보건대학원 교수는 "대학병원의 환자 증가 추이를 보면 경증도, 증중도 모두 늘었다. 그것에 비례해 의료인력의 피로도와 노동 강도는 세졌다"면서 "인력자원 부족도 심각하다. 병원이 과연 안전한 상황인지 불안한 마음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건복지부의 인식은 안이하다.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지난 3월 11일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의료계에서 보장성 강화 이후에 상급병원 쏠림이 너무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 부분에 대해 복안이 있느냐'고 의원들이 묻자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특히 상급병원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의료인이 현장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드러난 수치로 보면 제게 직접 불만을 말씀하시는 병원장들은 '두 배는 오는 것 같다'고 하는데 저희는 정확하게 환자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숫자로 파악하고 있다"며 "2배는 아니고 10% 안팎으로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그럼에도 상급종합병원 쏠림을 막을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조금만 시간을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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