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31조1항 위반 '무허가 의약품 제조'...전문약 처방 관련한 불법 여부 규정 모호해

통풍 치료 한약으로 판매되고 있는 '동풍산'. 사진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
통풍 치료 한약으로 판매되고 있는 '동풍산'. 사진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

[라포르시안] 통풍 치료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한약이 알고 봤더니 항염증 및 면역억제 효과가 있는 스테로이드 의약품 성분을 넣어서 만들었다는 게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한약에 전문의약품의 성분을 섞어서 판매하다 적발된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에는 간질약(카르바마제핀) 및 진통제(디클로페낙) 성분이 함유된 무허가 한약제제를 제조·판매하던 한의사가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전문의약품은 오남용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가 크다. 식약처가 최근 적발된 한의사의 경우 자신이 제조한 통풍 치료 한약 1포당 전문의약품인 ‘덱사메타손’을 최대 0.6mg까지 섞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와 유사한 일이 적지 않을 것이라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최근 5년 간 전국 한의원에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포함한 전문의약품이 상당 규모 납품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2018년 6월까지 전국 1,855개 한의원에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백신류, 스테로이드, 항생제, 국소마취제 등의 전문의약품 7만6,170개가 납품됐다.

표 출처: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국장감사 보도자료.
표 출처: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국장감사 보도자료.

한의원에 공급된 전문약을 항목별로 보면 백신류 납품이 3만5,152개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스테로이드 제제가 1만767개, 모르핀·펜타닐 등 마약류 의약품이 2,733개, 프로포폴·미다졸람 등 향정신성의약품 1,478개 순이었다.

특히 스테로이드 성분 전문의약품을 납품받은 한의원은 2014년 22곳, 2015년 298고스 2016년 302곳, 2017년 316곳, 2018년(2분기 기준) 258곳 등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한의원에서 전문의약품을 납품받아 처방하는 것에 대해 명확하게 불법 여부를 가리는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약사법 제23조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고, 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조제해야 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의료계는 이런 법규정을 근거로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이 불법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처방의 위법성 여부를 따지는 데 있어서 관련 법규정이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스테로이드 성분을 섞은 통풍 치료 한약을 1,000여명의 내원환자에게 판매한 한의사에게 적용된 혐의도 불법 의료행위가 아니라 약사법 제31조 1항에 근거한 '무허가 의약품 제조'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 관계자는 3일 "전문의약품 성분을 함유한 한약을 제조.판매하다 적발된 한의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약사법 제31조1항 위반"이라며 "전문의약품을 공급받아 한약과 섞어서 제조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과 약사법 규정에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에 대해서 불법 여부를 가리는 규정이 모호하다"며 "향후 이 한의사에게 불법 의료행위 여부를 추가로 적용할지 여부는 향후 검찰이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이 상당 규모 공급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으로 한의원의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관계자는 "관련 법규정이 모호한 데다 식약처에도 담당 인력이 적어 이번 사건처럼 사전에 정보를 파악하고 수사에 나서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곳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