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인증혁신 TF 통해 제도개선안 확정...인센티브 확대·조사 전문성 강화
"적정 의료인력 확충 없이는 환자안전 인증 취지 못살려"

[라포르시안] 올해로 도입 9년째를 맞은 의료기관평가인증 제도가 대대적인 혁신을 맞는다.

지난 2010년 11월부터 시작되 의료기관인증은 환자안전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인증 참여율은 저조하고,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에서 각종 환자안전사고가 끊이질 않아 인증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의료기관이 인증조사 때만 인력과 시설 등을 인증기준에 맞추고 조사가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눈속임 인증'이라는 비아냥도 받고 있다.

과거 강제평가 방식의 '의료기관평가제' 때처럼 시설과 인력 등 병원의 구조적인 면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지면서 평가 기간에만 인력을 늘리고, 시설을 개보수하는 '눈속임' 인증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초 의도했던 의료 질 향상과 환자안전 제고 효과는 내지 못한 채 평가 대상 병원 종사자의 업무부담만 높인다는 원성을 샀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작년 4월부터 의료계, 학계, 시민단체 및 병원 노조 등 여러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의료기관 인증혁신 TF’를 꾸려 인증제도 혁신안 마련에 착수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원장 한원곤)은 오늘(29일) 오후 서울대학교치과병원 8층 강당에서 의료기관 인증제도의 발전과 참여 활성화를 위한 ‘인증제도 혁신안 발표회’를 열고 그동안 논의를 거쳐 마련한 혁신안을 외부에 공개할 예정이다.

인증혁신 TF를 통해 마련한 혁신안은 ▲중소병원 인증 참여 활성화 위한 ‘입문인증제도’ 도입 및 지원 ▲인증제도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확대 ▲인증 조사 전문성 강화 ▲인증 신뢰도 및 소비자 알권리를 위한 인증결과 환류 강화 ▲고난이 서비스 영역에 대한 ‘분야별 인증제도’ 도입 ▲재활의료기관 인증기준 개발 등 종별 특성 반영한 지속적 인증제도 개선 등이다.

중소병원 인증 참여 활성화를 위한 입문인증제도는 미인증 중소병원의 질 관리 체계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인증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취지이다. 인증 전(前) 단계인 ‘입문인증(1단계)’제도를 신설해 의료기관이 점차적으로 질 관리를 위한 체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최종 인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의료법상 입문인증을 추가해 단계별 인증체계로 시행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고, 내년까지 중소병원 현장을 반영한 입문인증기준을 개발할 계획이다.

인증제도 활성화를 위해 인증에 따른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현행 의료 질 평가 보상체계가 대부분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운영되면서 중소병원의 질 개선을 이끌어내는 정책과 보상체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의료기관의 인증 참여 동기를 부여하기 인증을 획득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과 차별화된 수가 지원 방안을 마련하다.

우선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입문인증/인증'을 구분해 '의료질 관리료(가칭)' 수가를 신설해 차등 적용하고,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의료질 평가 지원금 중 인증 연계부분을 개선한다. 새로 신설되는 환자안전관리료 관련해 인증을 획득을 수가 지급요건으로 하고, 단계별 인증 도입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고난이․고품질 서비스가 요구되는 질환이나 부서에 대한 서비스 질 및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별도의 ‘분야별 인증제도’도입도 추진한다.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중증도 등을 고려해 심뇌혈관질환이나 중환자실 등에 대해서 1단계로 분야별 인증제를 도입하고, 2단계로 경쟁력을 갖춘 중소병원이 전문병원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분야별 인증을 지정요건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를 위해 오는 2020년부터 하반기 중 분야별 인증제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21년 하반기에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수립해 공표하기로 했다.

인증 신뢰도 향상을 위한 조사 전문성 강화도 추진한다. 올 상반기부터 인증 조사위원 관리체계 개선을 위해 조사위원 선발과정을 보완하고, 매년 조사위원 평가결과를 분석해 자격유지가 어려운 경우 자격 정지 또는 취소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오는 4월부터 인증 교육센터를 설치해 의료기관의 인증 준비와 체계적 의료 질 관리도 지원한다.

인증원은 "의료기관 인증제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하여 이번 혁신방안의 각 제도개선 추진상황을 점검·관리할 계획이며,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사항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적적 인력확충 없이는 '눈속임 인증' 못 벗어나
 
의료기관 인증제도 혁신안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될지는 불투명하다.

인증 평가에서 조사 전문성을 강화하고, 인증 기준을 개선하더라도 병원의 적정 의료인력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의료기관 인증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건 평가 기간에만 의료인력 배치를 늘리고 환자 수를 줄이는 식으로 조정해 인력기준을 눈속임으로 맞추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본연의 업무보다는 병원 구석구석을 먼지 하나 없이 청소해야하고 평소에는 설명하지 않았던 모든 자료를 만들어야 하고 새로 바꾸어야 했습니다. 기록감사라는 이름으로 이브닝 근무자가 새벽 4시에 퇴근하고 쉬는 날에 사복입고 나와서 할당량을 채워야 했습니다. 평가 기간 동안에는 입원 및 외래환자 수, 수술과 검사를 줄이고, 근무자 수를 늘이는 등 환자 수 대비 근무자 수로는 이상적인 병원을 만듭니다. 데이번 근무자들은 근무시간 전에 출근해 환자를 다 파악하고 평가단이 오기 전에 오전 주사를 미리 다 주입합니다. 평가단이 있는 상태에서 투약의 원칙을 다 지키면서, 감염관리 원칙을 다 지키면서는 도저히 증가된 인력으로도 불가능하고 좋은 평가 점수를 잘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브닝 번은 네다섯 시간 일찍 나와 사복을 입고 보호자 역할을 하거나 통제하는 임무를 합니다. 그리고 이브닝번은 4시에 평가단이 하루 평가를 끝내면 그때부터 모든 입원환자를 받고 관련한 서류나 설명서를 만들고 환자 소독을 합니다. 일주일 평가가 끝나면 다시 모든 상황이 원상회복합니다." <2018년 4월 국회에서 열린 '의료기관 인증제도 혁신을 위한 토론회'에서 나온 현장증언 중 일부>

의료기관 인증을 위한 평가 때문에 병원을 휴직하거나 사직하는 경우도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의 전국 병원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도 조사에 따르면 의료기관평가인증제의 부담으로 휴직 또는 사직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약 73%에 달했다. 인증제 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인력확충’(75.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실제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의료기관 인증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적정인력 확보이지만 실제 인증 조사 과정에서는 적정인력에 대한 평가인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현행 의료법상 간호관리료 3등급 미만은 법적 기준에 미달하지만 86%의 의료기관이 3등급 미만인데도 대부분 의료기관 인증을 통과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심지어 간호등급을 신고하지 않는 의료기관도 평가인증을 통과시켜 준다"며 " 적정인력 기준을 마련하고, 인력 인프라 구축에 힘쓸 수 있도록 평가인증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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