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지난 27일 내놓은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쉽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무분별하게 ‘자기복제’하는 복제의약품 출시를 막고, 의약품을 연구개발할 능력이 없는 제약사를 퇴출하자는 것이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의 목적이 건강보험 재정 절감 목표가 아니라는 얘기다.

새 약가제도 기준 요건은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을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 등 두 가지다. 이 기준을 충족해 만든 제네릭은 현재 수준의 약가를 적용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그렇지 않은 제네릭은 약가를 차등 적용해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담았다.

정부가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실시를 기준으로 삼은 건 의약품을 만들 능력이 되는 회사만 제약사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제네릭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인체에서 동일한 작용을 하는지 검증하는 생동성 시험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제약계에서는 생동성 시험도 신약 연구개발(R&D)의 연장선으로 본다. 처음부터 신약을 개발할 능력이 부족한 제약사 입장에서 제네릭, 개량신약 등을 만들면서 R&D 경험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생동성 비용은 대략 1억5,0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그동안 공동(위탁) 생동성시험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공동생동은 이미 생동성을 인정받은 품목을 제조하는 업체가 제품명만 달리해 동일한 성분의 제품을 위탁, 제조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A제약사가 B제네릭을 출시하기 위해서 10개 위탁제조사든, 20개 제조사든 무한정으로 선택해 생동성 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쉽게 제네릭을 만들다 보니 대형 블록버스터 품목의 특허가 풀리면 많게는 200여개에 달하는 복제약이 쏟아지기도 한다. 실제로 2015년 특허가 만료된 B형 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 제네릭은 무려 200개가 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200여개 제네릭 속에서 판매실적을 기록한 품목은 20~30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 제약사들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신약 연구개발(R&D)보다는 특허가 끝난 오리지널 의약품을 베껴 만든 복제약 위주의 사업을 펼쳐온 게 사실이다. 이런 복제약의 난립은 불법 리베이트 영업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제약사 본연의 임무는 R&D를 통해 양질의 의약품을 보급함으로써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것이다. 제약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번 개편안이 경쟁력 없는 제약사를 솎아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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