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설허가 취소 청문에 의견서 제출...시민단체 "개설 허가 취소 사유 명백해져"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018년 12월 3일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안에 있는 '녹지국제병원'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봤다. 사진 제공: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018년 12월 3일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안에 있는 '녹지국제병원'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봤다. 사진 제공: 제주특별자치도

[라포르시안] 제주도 내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를 위한 청문이 지난 26일 비공개로 열렸다.

녹지국제병원은 작년 12월 5일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의료법에 따른 3개월의 준비기간 동안 개원을 하지 않았고 제주도의 점검활동도 기피했다는 이유로 개설 허가 취소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오재영 변호사가 청문주재자를 맡아 진행된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에서 녹지그룹과 제주도 측은 개원하지 못한 귀책사유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청문에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취소를 추진하는 게 부당하다는 의견과 함께 그동안의 사업추진 경위를 공개했다.

녹지 측이 제출한 의견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영리병원 건립 사업이 자의가 아니라 제주도의 강요에 의해서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이미지 출처:  3월 26일자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제주도에 제출한 의견서.
이미지 출처:  3월 26일자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제주도에 제출한 의견서.

녹지 측은 의견서를 통해 "녹지그룹의 외국의료기관 투자는 제주도 내에 영리병원을 개설해 이윤을 추구하고자 적극적으로 추진한 게 전혀 아니다"며 "제주도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의료기관을 개설할 계획도 없는 녹지그룹을 거의 강요하다시피 해 추진하게 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녹지그룹은 지난 2011년 12월과 2012년 7월 제주헬스케어타운 개발사업 시행자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헬스케어타운 부지 가운데 일부를 분양받아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양해각서 및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그런데 제주헬스케어타운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중 헬스케어타운에 의료시설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제주도 및 JDC 쪽에서 녹지그룹 쪽에 의료시설 건립을 강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녹지 측은 "JDC는 녹지투자공사가 2단계 개발사업 진행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모두 종료했음에도 갑자기 2단계 사업에 '의료시설 개설'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며 2단계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1년 7개월 이상 미루기 시작했다"며 "JDC가 당초 개설을 요구한 의료시설은 3단계 사업에 포함돼 있는 R&D센터 또는 안티에이징센터 등 의료관련 시설이 아니라 의료법상 병원급 의료기관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지난 2015년 4월 16일 열린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녹지 측이 의견서에 언급한 내용과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당시 제주도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원희룡 지사는 "헬스케어타운에 헬스가 있어야 원래의 투자가 유치되고 그에 대한 사업인가가 나간 취지로 진행될 수 있다. 헬스를 녹지그룹 보고 해결하라고 이미 서귀포시, JDC에서, 사실은 그쪽(녹지그룹)에서 애로사항을 얘기하는데도 이것을 제주도 또는 JDC 사업 주체 입장에서 거의 강요하다시피 해 가지고 지금까지 진행을 해 온 상황"이라며 "만약에 녹지가 추진하는 외국병원을 못하게 한다면 헬스가 없는 헬스케어타운을 진행할 것이냐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고 말했다.

녹지그룹이 병원사업 경험이 없다는 점도 스스로 고백했다.

녹지 측은 "녹지그룹은 이전에 아무런 의료시설 운영 경험도 없었던 데다가 애초부터 의료기관 개설은 생각지도 않고 있었으나 JDC가 워낙 강경하게 의료기관 개설을 요구하면서 2단계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지연시켰다"며 "이 때문에 2단계 사업을 위해 마련한 증자자금에 대한 막대한 금융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기로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제주도가 공개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에도 녹지그룹의 병원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볼 수 없었다. <관련 기사: "녹지국제병원 엉터리 허가 사실로 드러나...허가 철회해야">

뿐만 아니라 제주도와 JDC는 녹지그룹 측에 녹지국제병원 개원시 내국인 진료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는 게 녹지 측의 주장이다.

녹지 측은 "제주도 및 JDC 측은 최초 녹지국제병원 투자를 위한 사업계획서 초안 검토 단계부터 복지부 승인을 거쳐 숙의형 공론조사에 이르기까지 내국인 진료를 당연한 전제로 해 의료기관 개설허가 절차를 진행하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내국인 진료제한부 개설허가를 냈다"며 "제주도의 이러한 내국인 진료제한부 개설허가는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고 외국 투자자의 객관적 기대를 배신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제주도와 JDC는 그동안 여러 회의자료와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 진료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보면 제주도와 JDC가 제주헬스케어타운 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병원운영 경험도 없는 녹지그룹 측에 영리병원 건립을 강요했고, 이후 영리병원 개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문제삼고 나선 꼴이다.

시민단체는 녹지그룹 측에서 청문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병원사업 경험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밝힌 만큼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취소가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 보건의료특례 조례에 따르면 도지사는 외국의료기관 개설에 필요한 실질적 요건(개설허가의 사전심사 등)을 갖추지 못하게 된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녹지국제병원이 유사사업 경험 증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면 이는 개설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월 27일 녹지국제병원을 찾아 300여명이 ‘인간 띠잇기’를 하며 영리병원 철회와 공공병원 인수를 촉구하는 항의 행동을 전개했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월 27일 녹지국제병원을 찾아 300여명이 ‘인간 띠잇기’를 하며 영리병원 철회와 공공병원 인수를 촉구하는 항의 행동을 전개했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병원사업 경험 없다고 실토...개설 허가 취소해야"

앞서부터 시민단체는 녹지국제병원 설립 주체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병원사업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복지부의 사업계획서 승인이 부적절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해왔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27일 성명을 내고 "녹지국제병원측이 제주도에 제출한 29쪽짜리 의견서를 통해 그동안 녹지국제병원 허가를 둘러싼 의혹의 진실이 드러났고,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를 취소해야 할 사유는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녹지가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녹지그룹이 애초 제주핼스케어타운 내 의료기관 개설할 계획이 전혀 없었던 점 ▲JDC가 녹지그룹에 의료기관 개설 강요한 점 ▲의료시설 운영 경험도 없었던 녹지그룹이 투자자금에 대한 금융비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의료기관 개설하기로 JDC와 합의한 점 ▲녹지그룹이 녹지국제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관련 전문업체들과 다양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도움을 받으려 한 점 등을 볼 때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를 취소해야 할 사유가 명백하다는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녹지그룹 스스로 의료기관 운영 경험이 없다고 실토하고 있으므로 개설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이 확인된 만큼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며 "병원운영 경험이 없는 녹지그룹이 외국의료기관을 운영하기 위해 관련 전문업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실토하고 있으므로 개원을 허가할 게 아니라 국내자본의 우회투자를 금지하고 있는 요건을 위반했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제주도가 더는 녹지그룹과의 장기소송전에 휘말리지 말고 녹지국제병원을 인수해 공공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를 하면서 의료공공성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내국인도 진료가능한 외국의료기관 허가 절차를 추진해온 것으로 확인된 만큼 행정소송에서 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원 지사는 자신이 공언한 대로 의료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송 패소를 각오하고서라도 반드시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막아야 한다. 더 이상 장기소송전에 휘말리지 말고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인수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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