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가지 구체적 사유 규정한 법개정 추진..."오히려 의료인에게 불리할 수 있어"

지난해 11월 7일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이 있는 용산 삼구빌딩 앞에서 진료거부권 도입 주장을 규탄하는 의료사고 피해자·유족·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 모습.
지난해 11월 7일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이 있는 용산 삼구빌딩 앞에서 진료거부권 도입 주장을 규탄하는 의료사고 피해자·유족·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 모습.

[라포르시안] 의료인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이유를 8가지로 명시한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환자가 의료인의 진료행위에 따르지 않거나 의료인의 양심과 전문지식에 반하는 진료행위를 요구하는 경우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가 위력으로 의료인의 진료행위를 방해하는 경우 등 8가지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았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9일 종로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열린 '진료실과 수술실의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공동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김명연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 대표는 "이번에 강력한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의협에서 주장하는) 과실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까지 나올 판"이라며 "합법적인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김명연 의원을 제외하고 9명의 의원이 법안 발의에 동의했는데 1명만 동의를 철회하면 된다"며 "국민들에게 알려서 지역구민들이 국회의원들에게 요구해서 철회하도록 하겠다. 환자의 인권과 안전을 간과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단체와 달리 의사협회는 적극 환영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13일 정례브리핑에서 김명연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기관 내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의료인의 보호권을 보장해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겼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김명연 의원이 법안에서 규정한 진료거부는 환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의료인 보호권이며, 이는 국민들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진료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며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의 바람과 달리 개정안은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 관계자는 "진료거부권을 명시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이다. 국회 통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안심의 과정에 참여하는 보건복지부도 부정적인 반응이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개정안은 장단점이 있지만 법으로 진료거부 사유를 규정하면 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져 오히려 의료인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 상황마다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진료거부 사유를 둘러싸고 법정 다툼도 생길 것이다. 의협이 적극 찬성한다는 게 의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협이 법안에 적극 환영하는 것은 복지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이 깔려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우리가 자의적으로 유권해석을 낸 적은 없다. 신뢰가 무너져 발생한 일이라고 여긴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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