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수련병원 입국비 실태조사 결과...많게는 수천만원 웃돌지만 사용내역 불투명

지난해 6월 7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전공의 집담회 모습. 사진 제공: 대한전공의협의회
지난해 6월 7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전공의 집담회 모습. 사진 제공: 대한전공의협의회

[라포르시안] 수련병원 의국에서 신규 레지던트를 상대로 '입국비'를 걷는 악습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국비는 2000년대부터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지원자가 몰려 인기를 끌던 특정 진료과를 중심으로 생겼다. 입국비를 걷는 것에 대해 의료계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지만 전공의 선후배 간 대물림되면서 지금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이승우)는 지난해 12월 전공의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통한 입국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전국 70여 개 수련병원에서 500여 명의 전공의가 응답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96.1%가 입국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77.1%가 ‘현재 근무하는 병원의 다른 과’에 입국비 문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다고 답했다.

입국비 액수로는 '100~1000만 원'이 66.1%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1000~5000만 원'이 19.2%, '50~100만 원' 7.1% 순이었다. 특히 입국비 액수가 '5000만 원 이상'이라는 응답도 3.3%에 달했다. 응답자 중 10명은 '1억 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현재 근무하는 전공과’에 입국비 문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은 37.1%였다. 내야 하는 입국비는 '100~1000만 원'이 47.1%, '50~100만 원'이 16.7%로 나타났다.

'5000만 원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000만 원씩 현금 2회와 1년치 밥값을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입국비 지급 방식으로는 계좌이체가 70.8%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금 13.7%, 본인 명의의 카드 7.8% 순이었다. 기부금 명목으로 카메라, 컴퓨터 등 의국 물품을 구매하도록 종용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의 입국비를 내야 하지만 사용내역은 불투명했다. 응답자 중 입국비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는 답변 비율은 23.3%에 그쳤다.

입국비 문화가 없어져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1.3%에 달했다.

신규 레지던트에게 입국비를 걷는 것을 불합리한 관행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왕따나 입국 불가 등의 불이익 때문에 입국비를 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조사에 참여한 전공의들은 “입국비를 내지 않으면 분과 결정 시 원하는 곳이 아닌 분과를 선택하게끔 종용한다”거나 "입국비를 안 낼 수 없으니 ‘내지 않아서’ 불이익을 받을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수련병원에서 의국비를 지원해도 실제로는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는 불만도 높았다.

조사에 참여한 전공의 가운데 72.3%가 의국 운영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병원에서 지원한다고 응답했지만, 병원 복지 차원에서 전공의에게 직접적으로 지원해주는 비용이나 혜택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2.4%에 불과했다.

한 전공의는 “병원에서 지원하는 의국비는 과장만 안다”면서 “의국비는 본인이 쓰고, 정작 의국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공의로부터 걷은 입국비를 사용한다”고 폭로했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3월을 앞두고 대전협으로 들어오는 입국비 제보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새로 입국하는 레지던트 1년차로부터 적지 않은 금액을 강요받았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이제는 학회, 수련병원이 앞장서서 자정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전공의 또한 당연하다는 듯이 잘못된 문화를 물려주지도 받지도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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