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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제주 영리병원..."문재인 정부, 대체 어디로 가고 있나"'내국인 진료금지' 취소 소송에 개원 여부도 불투명..."정부가 병원 인수해 공공병원으로 전환해야"

[라포르시안] "병원은 지금 가압류 상태다. 3월 4일 개원할 예정인데 건축비도 못냈다. 의사도 9명을 뽑았는데 모두 사직을 했다고 한다. 거의 봄이 오고 있다. 마지막 꼭지를 따야 하는 시점이다." (박석운 영리병원 철회 범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영리병원 문제는 정부가 제주도에 허가 철회를 명령하거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통해 사업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문재인 정부가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제주 영리병원 철회와 공공병원 전환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9일 오후 2시부터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윤소하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이 '제주지역 보건의료 상황과 제주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에 대해서,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이 '제주 영리병원 허용의 문제점과 공공적 전환의 방향'을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발제를 통해 "영리병원은 애초에 허용하지 말아야 했다. 허용하면 내국인 진료까지 뚫리는 것"이라며 "영리병원 허용의 근거가 된 법과 조례는 참여정부 때 만든 것이다. 근거를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법과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리병원의 진료대상을 외국인으로 제한하는 조치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영리병원 문제의 근본적 해법으로 정부가 녹지국제병원을 인수해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 위원장은 "영리병원 설립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영리병원 허용은 없다고) 말한다고 전부가 아니다. 녹지국제병원을 인수해서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면 모든 문제가 깨끗이 끝난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제주도는 공공의료 예산이 턱없이 적고 응급의료기반도 취약하다. 작년 11월에 작성된 '제7기 제주도 지역보건의료계획(안)'은 서귀포 지역에 공공병원 신설을 제안했다"며 "새로 공공병원을 짓느니 인수만 하면 된다. 공론조사도 그렇게 결론이 났다"고 강조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녹지국제병원은 현재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라며 제주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에서 법원이 병원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재난적 상황을 맞을 것"이라며 "내국인 진료가 허용되고 영리병원의 빗장이 완전히 풀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석균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공공병원 전환을 가장 합리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으로 제시했다.  

나영명 기획실장은 "중국 녹지그룹은 이미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히고 인수를 요청했고, 약 800억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 800억원 아끼려고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 된다"면서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우리나라 공공의료를 지키고 영리병원 허용 확대를 막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합심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월 11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제주 영리병원 저지를 위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 청와대 앞 농성 참가자들이 '제주영리병원 철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제주특별법에 외국인병원 조항 없애야" 

발제에 이어 진행된 전문가 토론에서도 공공병원으로의 전환 방향에 무게가 실렸다. 

참여연대 이찬진 변호사는 행정소송에서 녹지병원이 패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변호사는 "제주도가 배포한 녹지병원 사업계획서 내용을 보면 녹지병원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피부미용과 성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스스로 명시했다. 외국인 전용도 아닌 의료관광객이 대상"이라며 "아마도 성형관광 붐이 일던 시기에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사업계획에 조건을 부과했기 때문에 승소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우려되는 것은 사업계획서의 변경 가능성인데, 국내법에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들이 욕심낼 수 없는 제도적 틀을 만든 뒤 공공병원으로 가는 퇴로를 만들어주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녹지국제병원 인수를 추진하려면 의료법에 따른 개원 시한인 3월 4일 이전에 결정이 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영철 제주도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는 "(인수를 하려면)3월 4일 이전에 액션을 취해야 한다. 또 제주특별법에 외국인병원 조항을 없애야 근본적으로 영리병원 도입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녹지국제병원 인수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홍 대표는 "녹지병원은 1,000억원대의 가압류에 걸려있고, 현재 가치는 500억원도 안 된다. 가압류된 이유는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원희룡 지사가 정부에 인수 비용 지원을 요청했는지, 요청했다면 규모가 얼마인지 자세히 확인하고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제주 영리병원 논란을 방치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호종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난망이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영리병원뿐 아니라 규제프리존, 유전자 검사 허용 범위 확대 등 과거 정부가 밀어붙이던 영리화 정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가 녹지병원을 허가한 것도 정부가 뒤에서 밀어붙였다는 정황증거가 많다"고 주장했다. 

장 활동가는 "과거 박근혜 정부는 싼얼병원 사업자에 문제가 있다며 승인을 취소했다. 녹지병원은 더 문제가 많은데도 취소하지 않았다"며 "어디에 더 문제가 있다고 보느냐. 이 정부가 어디로 가느냐고 항의하는 운동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들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너무 서두려면 안 된다고 입장을 보였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전문위원은 "영리병원을 추진할 생각이 없다면 영리병원 자체를 근본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점에서 앞서 제시된 의견을 우리 당의 해법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려되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너무 조급하게 굴면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원희룡 지사에게 정치적인 면책을 줄 우려가 있고 투기자본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쉽게 할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보건복지부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오성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녹지병원을 사전승인 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영리병원이 확대되면 국민의료비가 급증하고 건강보험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또 부유층으로 의료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며 "반면 실체적인 고민은 기존에 이루어진 행정행위에 대한 신뢰도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가치를 두고 충분히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국회 현안 질의에서 밝힌 것처럼 더 이상의 영리병원 허가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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