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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였던 부실의혹 드러나는 제주 영리병원..."정진엽 전 장관 고발"유사사업 경험 증명 등 절차적 문제 계속 제기돼...공사대금 미지급으로 부동산 가압류 상태
시민단체 "정진엽, 사업계획서 부실 검토로 영리병원 승인해 직무유기"
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영리병원 철회·원희룡 퇴진 제주도민운동본부는 1월 3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정진엽 전 복지부 장관을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승인 관련한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라포르시안]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개원 허가를 받은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과정에서 베일에 싸여있던 여러 가지 부실의혹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내국인 진료를 할 수 없는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으로 개원허가를 받았지만 녹지국제병원의 향배는 불투명해 보인다.

시민단체에서는 녹지국제병원 설립 주체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병원사업 경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복지부의 사업계획서 승인이 이뤄졌다는 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제주도는 물론이고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심의하는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전체자료가 아닌 8쪽짜리 요약본으로 심의를 했으며, 복지부도 이 요약본을 토대로 사업계획서 승인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관련 의혹을 풀려면 녹지국제병원이 제출한 사업계획서 원본을 확인해 봐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꽁꽁 감춘 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복지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작년 초부터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승인 과정에 대해 당시 업무 담당자들에게 관련 사항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았다"며 "사업계획서 승인 과정에서 원본을 검토했는지, 아니면 요약본을 토대로 검토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다른 증거들도 쏟아지고 있다.

녹지국제병원 설립 주체인 녹지국제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건축공사를 맡은 3개 건설사 측에 1200여억원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2017년 10월 말 부동산 가압류를 당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이런 사실을 모른 채 개설 허가 심의를 했다.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가압류 상태에 있는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을 허가해준 셈이 된다"며 "누가 보더라도 가압류 상태에 있는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을 허가해 준 것은 있을 수 없는 행정조치이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이 가압류 상태인 것을 모르고 개원 허가를 내렸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가압류 상태인 것을 알고도 개원을 허가했다면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 제16조(의료기관 개설허가의 사전심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제주 보건의료특례 조례의 제16조는 '사업시행자의 투자규모 및 재원조달방안, 투자의 실행 가능성'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사전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녹지그룹이 작년 10월 제주도 측에 녹지국제병원을 인수하거나 제3자를 물색해 달라는 요청을 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가 박근혜 정부 시절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승인을 결정한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영리병원 철회·원희룡 퇴진 제주도민운동본부는 3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진엽 전 복지부 장관을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승인 관련한 직무유기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영리병원 저지 범국본은 "정진엽 전 복지부장관은 제대로 녹지국병원 사업계획서도 검토하지 않은 상태로 영리병원을 승인해 자신의 직무를 유기했다"며 "또한 영리병원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심사숙고 하지 않고 설립을 승인한 것은 정부조직법 38조에 명시된 보건복지부장관의 업무인 사회보장 업무를 완전히 저버리고 유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당시 복지부가 외국영리병원 사업계획서 승인을 검토하면서 국내 의료법인의 우회진출 여부에 대해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범국본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중국 북경연합리거(BCC)와 일본 이데아(IDEA)는 서울리거(주)라는 국내법인과 서울리거의원 미래의료재단 등의 국내의료기관 우회진출 의혹을 받고 있다"며 "당시 정진엽 전 장관은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한 우회투자 부분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따져봤지만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영리병원 저지 범국본은 정진엽 전 장관 고발을 시작으로 2월 1일에는 제주지검에 원희룡 도지사를 직무유기로 고발할 예정이다.

범국본은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공식적으로 제기해 중국 녹지그룹의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던 제주 영리병원 사업계획서에 대한 조건 없는 공개 및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박근혜 정부 내 오고간 영리병원 사업계획서 승인·심의·허가 전 과정을 명명백백하게 따져 묻고 관계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018년 12월 3일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안에 있는 '녹지국제병원'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봤다. 사진 제공: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 "부동산 가압류, 병원 허가 내주지 못할 사안 아니다"

한편 제주도는 최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반박하는 설명자료를 냈다.

제주도는 “일부 언론이 새로운 사실이 확인된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녹지국제병원 인수 및 제3자 추천과 관련한 내용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이미 발표했던 사안”이라며 “녹지그룹측이 허가 신청을 철회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주도 입장에서는 허가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도는 "조건부 개설허가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공론조사위의 권고안대로 비영리법인으로의 전환이 가능할지 여부를 녹지그룹측과 협의했지만 추진계획을 전면적으로 바꾸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답변을 들었고, 이 같은 내용을 원희룡 지사의 기자회견 당시 언론에 설명한 바 있다"며 "차선책으로 JDC 또는 다른 국가기관 인수가 가능한지 여부를 수차례 협의했지만 이 또한 정부의 결정 없이는 어려워 현실적인 범위에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불가피하게 조건부 허가라는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녹지국제병원 건물이 가압류된 상태라 해도 개설허가를 내주지 못할 직접적인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가압류는 법률적으로 채권확보를 위해 채무자의 재산 처분을 막는 효력을 갖는 것일 뿐이고, 병원허가를 내주지 못할 직접적인 사안이 아니다”며 "현재의 가압류는 사드로 인해 중국에서 자금유입이 중단되면서 일시적인 대금결재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고, 최근 녹지그룹측이 오는 3월까지 중단된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제주도와 JDC에 분명히 전달한 상태”라고 했다.

사업계획서 원본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만 공개할 수 잇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사업계획서는 사업자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써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7호에 따라 함부로 행정청이 공개할 수 없는 문서자료”라며 “도의회의 의정활동을 위한 정당한 공익목적의 열람은 이미 허용했고, 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 자료제출 요구에 따라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관련 법률에 따라 대외비 조건으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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