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의대 교수들 "기초의학 모르는 임상의사는 의료기술자 불과"
의대생들 "시험 부담만 늘어나...한 번에 통합해 평가해야"

[라포르시안] "의사는 국가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허용한 유일한 직종이다. 환자에 대한 의무로서 지속적으로 의학을 공부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기초의학 역량이 포함된 의사국가시험을 치뤄야 한다." (오세옥 부산대의대 교수)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 도입 무엇이 쟁점인가'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은 한목소리로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기초의학은 임상의학의 과학적 근거와 원리를 제공한다. 따라서 기초의학을 모르는 임상의사는 그냥 시술 위주의 의료기술자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상황에서 기초의학을 모르는 의사는 퇴보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등 선진국은 기초의학을 의사국가시험에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의대 2학년 때 기초의학 영역 평가시험을 통과해야 병원에서 임상실습을 받을 자격을 준다. 

국내에서도 기초의학 의사국시 도입은 임상의사 배출에만 매몰돼 있는 의학교육 시스템을 바로 잡자는 취지로 기초의학계가 지난 십수년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과제다.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 도입 방안으로는 의과대학 본과 2~3학년 과정 때부터 기초의학 지식수준에 대한 평가를 받고, 이 평가를 통과해야 의사면허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학계 일부의 반대 여론과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오 교수는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 도입 방안으로 "의대 모든 학년 또는 2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시험에 합격해야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덕주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국민에 대한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우수한 의사를 배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을 도입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면서 "우수한 의사를 배출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고 의료법 등 필요한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 후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신희영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의학교육을 기초와 임상으로 나누는 것은 전근대적인 교육방법"이라며 "6년제 의과대학에서 절반이 지나는 시점에서 기초의학 지식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임상교육이 이뤄져야 새로운 병태생리에 대한 연구라든지 치료방법의 개발 등 창의적인 지식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희철 고려대 의대 교수는 "적어도 의학의 기초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더욱 창의적인 의사들이 필요한데, 미래가 걱정된다. 기초가 탄탄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그나마 현실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이 의사국가시험에 의학의 기초를 평가하는 시험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덕선 고려대 의대 교수(전 의학교육평가원장)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기초의학 인프라를 직접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안 교수는 "국내 일부 의대에서는 평가인증을 위해 필요한 최소 교수 요원만 확보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이웃인 중국 북경의대가 보유한 기초의학 교수는 600명을 넘는다"며 "1개 의대의 기초의학 교수가 우리나라 의대 전체 기초의학 교수보다 많다"면서 부러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 도입 찬성 릴레이는 이동재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회장(연세대의대 본 3) 발언 순서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 회장은 "국가시험은 최소한의 의사를 양성하는 과정인데, 현행 의사국시 문제도 기초의학 지식이 없으면 풀수 없는 문제가 많다. 기초의학 지식과 임상의학 지식을 따로따로 평가하기 보다는 통합교육적인 측면에서 한 번에 통합해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시험을 늘리면 출제비용이 학생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런 문제가 선결되지 않는다면 의대생들이 반발하고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의료계 내에서 동의가 되지 않은 사안을 정부가 추진하기는 어렵다"면서 난색을 표명했다. 

곽 과장은 "만약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이 도입되더라도 그 시점은 현재 고 3 학생이 의사국시를 보는 시점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를 방청한 의대 학생들도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 도입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지금도 시험이 많아 부담스러운데 시험이 더 늘어나는 것은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의대 교수, 학생 전공의를 대상으로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 도입에 대한 찬반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교수는 362명 중 58.3%, 학생은 265명 중 30.2%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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