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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폭탄테러 계기 국내 재난의료 체계 돌아봐야응급 재난의료시스템 전체적으로 미흡한 수준… 대응 매뉴얼 등 필요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재난의료 시스템 구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현지시간) 2만여명이 참가한 보스턴마라톤대회 결승점인 보일스턴 거리 부근에서 두차례 폭발로 인해 현재까지 3명이 사망했고 176명이 부상당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폭발 사고 이후 부상자들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을 비롯한 사건현장 인근 병원 8곳으로 신속하게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메사추세츠 종합병원의 한 의사는 “사건이 발생한지 5~10분 만에 환자가 실려 왔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환자가 늘어난 것은 처음이다”며 “폭탄 테러가 빈번한 이스라엘의 한 병원 의료팀으로부터 재난 대비 훈련을 받아온 것이 다행이다”고 말했다.

만일 이 같은 사고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재난의료 전문가들은 국내 재난의료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대한재난의학회 왕순주 회장은 “재난 대응과 관련한 정부의 투자는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재난상황에서의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인적, 물적 투자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왕 회장은 “재난의료는 특성상 상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다”며 “재난의료는 만약을 대비해 잉여인력과 잉여시설을 지원하고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를 위해 응급의료기관이 구비해야 할 물품이 부족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2008년 울산의대 응급의학과 임경수 교수가 발표한 ‘국내 응급의료센터들의 기본재난물품 준비현황’에 따르면 국내 71개 응급의료센터 중 재난사고에 의한 고립에 대비해 3일간의 비상물품을 보유하고 있는 곳의 비율은 식량 7.0%, 식수 12.7%, 드레싱세트 21.1%, 봉합세트 21.1%, 수액 23.9%에 불과했다.

재난 시 기본물품인 모포(16.9%), 이동형 대피소(11.3%), 손전등(4.2%), 휴대용 산소통(4.2%)도 구비가 부족했다.

비상발전기를 갖춘 응급의료센터도 66개(93%)에 달했지만 병원 건물과 독립된 경우는 7개(9.9%)에 불과했다.

많은 환자가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재난이 일어났을 때 공급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재난의학회 왕순주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민간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기관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의료 인력 역시 민간의료기관에 편중돼 있는 실정”이라며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의료 인력을 적재적소에 원활하게 배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 교수는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조할 수 있는 유인동력이 마련돼야 한다”며 “대량 인명피해 재난이 일어나 의료진이 직접 현장으로 움직였을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보전해주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부적인 보전방안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재난 발생 시 현장응급의료가 제대로 작동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원활하게 이송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이 직접 현장의 지휘·감독을 맡을 수 있도록 긴급구조통제단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50조에 따르면 시·도 긴급구조통제단과 시·군·구 긴급구조통제단에는 각각 단장 1명을 두되, 시·도 긴급구조통제단의 단장은 소방본부장이 되고 시·군·구 긴급구조통제단의 단장은 소방서장이 된다.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준필 교수는 “재해가 발생했을 때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으로 상황에 대응해 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이송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구조된 환자를 정해진 장소로 모으고 응급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해 의료기관으로 이송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을 지휘·감독하는 사람이 소방과 관련된 사람이 아닌 의료인이 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재난의료시스템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표준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연구도 필요하다.

특히 재난의 종류에 따라 특성화된 의료기관 간의 연계와 대응체계에 관한 지속적 연구가 시급하다.

조준필 교수는 “재난 상황에 대비하려면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재난을 대비해 협력체를 구축해야 하고 지역사회 내에서도 운용할 수 있는 실천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물품 비축, 대응 매뉴얼 작성, 가상 시나리오에 근거한 재난대응 훈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매뉴얼 개정과 관련한 담당자의 교육훈련을 실시해 재난에 대응하는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하드웨어적인 것과 함께 의료진 교육, 재난상황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성, 구체적인 훈련 매뉴얼 등 소프트웨어적인 면을 함께 갖추는 노력을 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과 일본의 재해·재난의료시스템은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일본은 응급의료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병원에 가기 전의 응급의료체계는 소방기관에서 전담하고 있고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의료체계는 지역별로 구급구명센터를 두고 있다.

응급의료기관에서는 의사가 외상이나 중환자를 다루는 수련을 받고 있어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미국은 연방정부의 국토안보부와 연방재난관리청에서 재해·재난을 관리하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주로 테러 공격을 방지하고 재해·재난 대응 등의 업무를 국가적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관장한다.

연방재난관리청은 모든 재해·재난 상황을 고려한 위험기반 비상관리시스템을 설계하고 관련 연방기관, 주정부 및 지방정부, 자원봉사단체, 민간기업 등과 비상관리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양영구 기자  yang0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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