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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영리병원' 사업계획서 미스터리...제대로 본 사람이 없다?원희룡 도지사 등 "사업계획서 원본 안봤다"...도 보건의료정책심위 위원들도 8쪽짜리 요약본으로 심의
도의회·국회 사업계획서 원본 요구에도 요약본만 제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018년 12월 3일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안에 있는 '녹지국제병원'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봤다. 사진 제공: 제주특별자치도

[라포르시안] 해를 넘겼지만 제주 영리병원 개원 허가를 둘러싼 논란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 때 의료민영화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결성됐던 보건의료·노동·여성·종교 등 범시민사회가 재결집해 강력한 저지 투쟁에 나서는 분위기다.

제주 영리병원 논란에서 핵심은 중국 부동산기업이 투자해 설립한 녹지국제병원이 관련법에서 정한 설립요건을 충족했는지와 국내 의료자본의 우회진출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5년 12월 18일 제주도에서 검토 요청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복지부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사업계획서 검토 결과 투자적격성 등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과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 등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에 제주 보건의료특례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 보건의료특례 조례에 따르면 도지사는 의료기관개설허가에 따른 사전심사에서 ▲1항. 개설할 의료기관의 명칭, 대표자, 규모, 위치, 개설시기 및 시행기간 ▲2항. 의료사업의 시행내용, 인력 운영계획 및 개설과목 ▲3항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투자규모 및 재원조달방안, 투자의 실행 가능성 ▲4항. 토지 이용계획 및 주요 관련 사업계획 ▲5항. 도내 고용효과 등 경제성 분석 및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 등의 사항이 포함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녹지국제병원 측은 이 같은 조례 규정에 따라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하기 위해 해외투자 협력병원을 투자지분을 가진 사업시행자로 참여시키려 했다. 중국 내 미용성형병원 투자회사인 '북경연합리거 의료투자유한공사(BCC)'와 일본의 ㈜IDEA였다.

그러나 중국 BCC가 한국의 병원자본 주도로 중국에 설립한 S성형병원과의 관련성이 불거지면서 국내 의료기관의 우회투자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녹지국제병원은 기존 사업계획서를 한차례 철회하고 사업시행자를 녹지그룹이 100% 투자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로 변경한 후 다시 사업계획서 재승인 신청을 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2015년 6월 11일 복지부와 제주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중국 BCC, 일본 IDEA측과 업무협약을 통한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 및 운영지원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일부. 이미지 제공: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시민단체는 녹지국제병원 설립 주체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병원사업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복지부의 사업계획서 승인이 부적절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한다.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투자 협력병원을 참여시키려다가 국내법인 및 국내 의료기관의 우회투자 의혹이 불거지자 부랴부랴 사업시행자를 녹지그룹 100퍼센트 투자로 바꾸어 재승인 신청을 했다"며 "이는 녹지그룹이 100퍼센트 투자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 병원사업 경험이 없음을 그대로 증명한 꼴"이라고 했다.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제 3자와의 업무협약서는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녹지병원 사업계획서 승인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만일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가 병원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대로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지부의 사업계획서 승인이 이뤄졌다면 이는 개설 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제주 보건의료특례 조례에 따르면 도지사는 외국의료기관 개설에 필요한 실질적 요건(개설허가의 사전심사 등)을 갖추지 못하게 된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녹지국제병원이 유사사업 경험 증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면 이는 개설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에 '유사사업 경험 증명자료' 없어

이런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자료 원본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꽁꽁 감춘 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민운동본부는 "국내 첫 영리병원이 될 녹지병원의 사업계획서가 밀실행정으로 비밀에 가려져 '기밀자료'로 취급되고 있다"며 "시민사회는 이미 여러 통로를 통해 사업계획서 정보공개를 요구한 바 있으나 국회와 제주도의회를 통해서도 사업계획서 전부를 제출받지 못했으며 원희룡 도지사는 사업계획서를 감추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제주특별자치도는 물론이고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심의하는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전체자료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달 13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의 영리병원 긴급 현안보고에서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당시 현안보고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고현수 의원은 "녹지국제병원이 유사사업을 경험했다는 증명자료가 있는지"를 질의했다.

답변에 나선 전성태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녹지그룹이)부동산 개발회사라서 유사사업을 직접 하지는 않았다. 직접 하지 않더라도 여거 가지 네트워킹을 통해서 충분히 운영할 능력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게 변호사들 의견이고 대부분의 공감을 받은 의견"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현수 의원이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심의하는)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위원들에게도 그것(사업계획서 원본)을 못 보여줬다는 것"이냐고 묻자 전성태 행정부지사는 "그래서 8페이지의 요약본을(제공했다)"고 답했다.

제주도는 도의회와 국회에서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 원안 제출을 요청했지만 8페이지 분량의 요약서만 제공했다.

고현수 의원이 "사업계획서를 왜 안 보여주는 건가" 따져묻자 전성태 행정부지사는 "정보공개법 제11조와 21조에 따르면 제3자사 정보공개에 동의해야 할 수 있는데, 녹지국제병원에서 반대했기 때문에 사업계획서 자료를 제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미지 출처: 2018년 12월 13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회의록
이미지 출처: 2018년 12월 13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회의록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에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더라도 중국 BCC, 일본 IDEA측과 업무협약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제주도 측의 입장이다.

제주도의회 김경미 의원이 "제주 보건의료특혜 조례의 관련 규정에 따르면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주도가 검토해서 복지부에 승인을 요청하게끔 조례에 명문화돼 있다"며 "녹지그룹은 부동산 개발사업자로 의료사업을 한 경우는 없다고 했는데,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에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지, 아니면 없는지"를 캐물었다.

전성태 행정부지사는 "의료기관 운영을 직접적으로 안 했더라도 네트워킹을 통해서 의료기관을 운여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그것이 가능하다. 자문변호사들도 그렇게 해석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경미 의원이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요약본을 보고 타당하고 공정한 심의가 이뤄질 거라고 보느냐"고 질의했다.

정성태 부지사는 "중요한 내용들이 요약본 8페이지에 이미 다 들어가 있고, 당사자들이 와서 궁금한 사항을 충분하게 물어봤고 현장도 가고 했기 때문에 깊이 있게 논의가 됐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정책심위 위원들에게도 사업계획서 원본이 아닌 8페이지 요약본을 제공한 이유를 정보공개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국내 첫 외국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 복지부가 사업계획서 원본이 아닌 8페이지 요약본을 놓고서 심의를 했다는 의미다.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1월 16일 오전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국내의료기관 우회 진출 제주 녹지국제병원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보건의료노조

시민단체는 법적 소송을 통해서라도 사업계획서 원본을 확인하는 입장이다.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영리병원 사업계획의 승인과 심의 허가 과정의 투명성은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그 어떤 내용 하나라도 투명하지 않고 편법적이거나 위법적 행위가 발견된다면 영리병원 사업계획서 승인과 허가는 철회되어야 마땅하다"며 "원희룡 제주도정과 복지부에 녹지병원 사업계획서 전부 공개를 다시 한번 요구하며, 사업계획서 전부 공개 청구 소송과 영리병원승인 허가 취소처분 행정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본' 재출범 기자회견에서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사업시행자가 의료라는 유사 사업의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부동산전문개발투자회사였고, 국내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투자해선 안 되는데 우회투자 의혹이 있다”며 “지금까지 확인한 결과 수백 페이지가 되는 사업계획서(원본)를 본 사람이 없다. 허가에 중요한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도, 도지사도 8쪽짜리 요약보고서만 보고 허가해 준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도 제주 영리병원 철회에 투쟁력을 집중하고 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제주 녹지병원은 의료비폭등, 건강보험체계 붕괴, 의료양극화를 심화하는 불씨가 될것이다. 47 병상 밖에 되지않는 작은 병원이지만 절대 용납할수도 허용할수도 없다"며 "의료민영화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조직의 명운을 걸고 영리병원 철회 투쟁을 함께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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