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의료법 '진료거부 금지' 규정만 둬...최대집 회장 "진료 거부 정당한 사유 명시해야"

최대집(사진,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1월 9일 올해 협회의 전략을 선포하고 있다.
최대집(사진,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1월 9일 올해 협회의 전략을 선포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가 '진료거부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9일 '2019년 의사협회 전략 선포'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최대집 회장은 "현행 의료법 15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으로 정하고 있다"면서 "진료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의료법 시행규칙이나 시행령에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의협의 진료 거부권 확보 주장은 좀 오래된 구호로, 이번에 최대집 회장을 통해 다시 호출된 것이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사가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규정하지 않고 유권해석 사항으로 두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 때부터 '의료업자는 진찰 또는 치료의 요구가 있을 때는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고 규정해 왔다. 

의사가 진료 현장에서 심각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지금의 상황에서 진료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의협 측의 설명이다. 물론 국민의 동의를 얻어서 하겠다고 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진료 거부권 확보는 단순히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경남 진주에 있는 경상대병원에서 입원환자가 흉기를 의사를 위협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의료법상 '진료거부 금지' 규정 때문에 환자를 강제퇴원 시키지 못했다. 

박 대변인은 "병원 측은 퇴원시키고 싶었을 것이지만 유권해석을 근거로 사례마다 판결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이 걸린다. 마약, 폭력 행사, 협박 등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를 법률에 명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면서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정부 입법이냐 의원 입법이냐 방향은 정하지 않았다. 일단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이른 시간 안에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의사의 진료 거부권을 인정한 사례가 세계적으로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의협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미국은 의사가 환자의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경우를 개인이 마약을 요구하는 것이 명확한 경우, 의료기관 내에서 위협적인 행동 또는 위험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등으로 명시했다. 

영국은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무너졌을 때 등 처벌 면책 규정을 두고 있다. 또 프랑스와 독일은 '응급상황과 인도주의적 필요를 제외하고 의사는 전문직업적 혹은 개인적 이유로 환자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전국민건강보험 시스템을 운영하는 우리나라 상황과 부합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의사의 진료 거부권 확보 주장에 국민이 선뜻 동의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선택지정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사의 진료거부권에 대해 복지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의료현장의 사정, 환자와 의료인 등이 처한 여건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할 수 있음을 고려해 최대한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하려고 '정당한 사유'를 법령에 따로 열거하지 않고 유권해석 사항으로 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만약 정당한 사유를 법령에 명시하면 예시에 해당하지 않는 사항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돼 오히려 의료현장의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복지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입법으로 정당한 사유를 명시할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며 "의원 입법이 나오면 그때 협의에 나설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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