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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외진단기기 규제 완화, 안전성 우려 적어서 괜찮다고?국회서 '선진입-후평가' 제도 관련 토론회 열려..."건강보험·환자가 임상시험 비용 대는 꼴"

[라포르시안] "체외진단검사에 관련된 신의료기술평가는 대상과 항목이 각각 의료기기 허가와 보험급여 결정과 중첩되는 명백한 이중규제다. 이중규제 해소를 위해서는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의 신의료기술평가 면제가 적절하다." (이정은 체외진단협의회 운영위원장)

"업체들은 평균 5개월이 걸리는 신의료기술평가 기간이 너무 길다고 한다. 그 과정을 면제하고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를 임상현장에 도입한다고 환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선진입-후평가 제도를 도입하면 의료기관은 임상시험기관으로 전락한다. 비용도 건강보험과 환자가 부담하는 셈이다. 게다가 오진과 과잉진단, 오남용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류현미 제일병원 교수)

12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 신의료기술평가 면제'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에 대해 기존에 진행하던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치지 않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는 일반 의료기기와 달리 안전성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과도한 규제를 없애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고 많은 국민이 손쉽게 혜택을 받게 해야 한다고 취지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복지부는 당장 내년 1월부터 감염병 진단을 위한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부터 선진입-후평가 제도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는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를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는데 따른 문제점을 짚어보고 보완책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업계를 대표해 나온 이정은 체외진단협의회 운영위원장(수젠텍 부사장)은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이번 규제 완화 대책은 국내 체외진단 산업의 세계화와 일류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체외진단에 관련되는 신의료기술평가는 대상과 항목이 각각 의료기기 허가와 보험급여 결정과 중첩되는 명백한 이중 규제이며, 이중규제 해소를 위해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를 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체외진단검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식약처 평가와 검토의 가장 핵심 요소인 만큼 판매 여부 결정은 식약처 주관 제품 허가를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특정 논문을 기반으로 하는 문헌고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신의료기술 평가는 정립된 바이오 마커와 적응증을 기반으로 개발되는 체외진단기기 특성에 비춰 과도한 규제"라며 "논문-출간의 인프라 확보가 어려운 국내 체외진단 업체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선진입-후평가 방식 적용하면 의료기관은 임상시험 기관으로 전락"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의료계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직접 환자를 보는 의사 입장에서 규제 완화가 환자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가 많다"면서 "임상에서 검체검사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진단검사에서 객관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잘못된 약물 투여나 처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국장은 "업계는 우리나라의 규제가 강하고 신의료기술평가 기간이 너무 길다고 하는데, 평가기간은 140일이다. 그로 인해 제품 개발이 어렵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신의료기술평가 탈락 사례를 제시하며 규제 완화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관련 기사: 미 FDA는 의료기기 신속승인 규제 강화하는데...한국선 규제완화 몰두>

전 국장은 "윤소하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3년간 신의료기술평가를 진행한 체외진단검사 분야 기술 229건 가운데 21.8%인 50건이 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면서 "만약 신의료기술평가 과정이 없었다면 효과가 없거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당수 체외지단 기기가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돼 생명과 건강에 부작용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규제완화는 원격의료 도입 등 의료민영화를 위한 수단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전 국장은 "대표적인 의료민영화 정책인 원격의료와 민영 건강관리 상품 창출은 주로 웨어러블 진단기기, 원격 모니터링 기기 등 체외진단기기를 매개로 한다. 최근 복지부가 확대하려는 소비자 의뢰 유전자검사(DTC)도  체외진단 기기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는데 비용만 비싸서 의료비 증가를 부추기는 방식의 의료민영화라는 것이 이들 정책의 공통점"이라고 주장했다. 

류현미 제일병원 교수도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에 선진입-후평가 방식을 적용하면 의료기관은 임상시험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임상시험은 제조사가 비용을 대는데, 선진입 방식이 되면 건강보험이 적용될 경우는 건보 재정에서, 비급여일 경우 환자가 임상시험 비용을 대야 한다. 의료기관이 이런 역할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오진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류 교수는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확신 없이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오진이 있을 수 있는데 의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심할 경우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래도 선진입-후평가를 해야겠다면 우선적으로 시범사업을 하고 확대 적용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체외진단기기 안정성 우려 적어...후평가 절차 통해서 퇴출 기전 마련"

식약처는 전진한 국장과 류현미 교수의 우려를 일축했다. 

신준수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장은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도 허가 단계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철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심지어 외국에서는 사용하는데 우리는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야 하는 제품도 있다"며 규제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과장은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는 검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성 우려도 적다"며 "다만, 정확도와 임상적 유효성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지금도 허가 과정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7월 의료기기 규제혁신 대책을 발표하면서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일부 토론자의 주장과 같이 허가 과정과 신의료기술평가 과정은 다르다. 하지만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는 환자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만 선진입-후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평가를 면제하는 게 아니라 후평가를 해서 퇴출 기전을 당연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의료기술평가 과정에서 탈락한 50건에 대해서는 "분석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서 탈락한 제품은 없었다. 90% 이상이 임상 문헌 부족이 이유였다"며 "우리나라 최초로 기기를 만들어 출시했는데, 그런 잣대로 탈락시키면 그 기술은 사장된다"고 불가피성을 말했다. 

선진입에 따른 안전성 우려를 감안해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곽 과장은 "선진입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 사용 가능 기관을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종합병원 이상으로 제한하고, 선진입 대상 의료기기도 제한하겠다"며 "특히 평가 유예기간을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으로 할 계획이다. 상업적 목적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업체는 평가유예를 중단하고 즉시 퇴출하는 장치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에 대한 선진입-후평가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곽 과장은 "내년 1월부터 감염병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선진입하도록 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모든 체외진단검사 의료기기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건정심에 시범사업 계획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이해당자사 간담회를 열어 사후평가 관리방안을 보완하는 작업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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