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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영리병원 허가 논란, 복지부 책임이 크다사업계획서 승인·'내국인 진료금지' 유권해석으로 개설허가 열어줘..."박능후 장관, 원희룡 도지사와 영리병원 공모자 역할"

[라포르시안]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개설 허가를 받은 제주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싼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특히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하면서 '내국인 진료금지' 제한을 뒀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영리병원 허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제시한 공약을 통해 재벌에게 특혜를 주고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저지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상충한다는 점에서 시민단체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제주 영리병원 개설 논란에 있어서 보건복지부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 앞서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의료영리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해 영리병원 도입의 물꼬를 틔운 것도 복지부이며,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하면서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내국인 진료금지'의 법률적 근거를 제시해 준 것도 복지부이기 때문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015년 12월 제주도에서 검토 요청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다. 그러나 이 당시 녹지국제병원 개설 주체인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병원사업 경험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복지부는 사업계획서 승인을 밀어붙였다.

제주도내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사항을 규정한 '제주 보건의료 특례 조례'에 따르면 도지사는 의료기관개설허가에 따른 사전심사에서 ▲1항. 개설할 의료기관의 명칭, 대표자, 규모, 위치, 개설시기 및 시행기간 ▲2항. 의료사업의 시행내용, 인력 운영계획 및 개설과목 ▲3항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 투자규모 및 재원조달방안, 투자의 실행 가능성 ▲4항. 토지 이용계획 및 주요 관련 사업계획 ▲5항. 도내 고용효과 등 경제성 분석 및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 등의 사항이 포함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병원운영 경험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복지부가 승인한 사업계획서에 녹지그룹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복지부가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하기 전인 2015년 4월에는 이 병원의 설립 기획과 실제 운영을 전담하는 사업자로 한국의 병원자본 주도로 중국에 설립한 S성형병원이 관여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국내 병원이 우회적으로 영리병원 설립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관련 기사: [단독] 제주 외국영리병원 설립에 국내 성형외과 참여 의혹>

당시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복지부가 심사중인 국내 영리병원 1호로 신청된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성형외과의 제주 영리병원으로의 우회적 진출을 허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허용된다면 이는 국내병원들이 비영리법인이라는 국내법을 우회해 해외자본과 함께 영리병원으로의 국내 진출을 허용하려는 모델을 만드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상의 문제와 의료민영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복지부는 결국 2015년 12월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 승인을 결정했다. <관련 기사: 제주에 中자본 외국영리병원 설립 승인…“박근혜 정부, 의료를 돈벌이로 전락”>

만일 당시 복지부가 녹지국제병원 설립 추진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제대로 검증했더라면 사업계획서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특히 바로 전년도인 2014년에는 녹지그룹에 앞서 제주도에 '싼얼병원'이라는 영리병원 설립이 추진됐으나 이 사업을 추진한 중국 기업이 재정 상태가 나쁜 부실기업이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사업계획서를 불승인하는 일도 있었다. 싼얼병원 사례와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 제기됐지만 복지부는 당시 박근혜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에 떠밀려 외국영리병원 유치 성과를 내는데만 집착했다는 비난을 샀다. <관련 기사: 싼얼병원의 추억?…제주도에 또 ‘중국발 영리병원’ 바람 분다>

이와 관련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지난 10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가 승인한 제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사업계획서 전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앞서 시민사회가 제기한 바 있는 것처럼 복지부가 승인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에 ‘사업시행자의 병원운영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와 복지부 사업 승인 당시 병원운영 사업의 실질적 운영주체가 누구인지를 공개하라"며 "또한 녹지국제병원이 국내 의료법인에 의한 운영이라는 시민사회의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이다.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당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승인 담당자와 그 과정을 조사하고 공개할 책임이 있다"고 촉구했다.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논란을 놓고 복지부의 또다른 책임은 바로 '내국인 진료금지' 관련한 유권해석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냈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외국인 제한조건으로 개설허가 하자는 권고안을 냈기 때문에 실제로 가능한지에 대해 복지부에 책임있는 유권해석을 의뢰했다"며 "복지부가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 의료서비스 제공하도록 허가조건, 사업자의 신청당시 명시됐을 경우 그것을 근거로 내국인에 대한 진료를 거부하면 이게 국내법상 처벌받는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회신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지 출처: 제주도가 지난 2015년 제작한 '외국의료기관 똑바로 알기' 홍보자료 중에서.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 1월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금지 관련 유권해석 질의에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한할 경우, 의료기관 입장에서 허가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해 진료거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회신했다.

그러나 복지부의 녹지국제병원 관련 유권해석은 '진료거부 금지'를 규정한 의료법과 충돌한다. '제주특별법'에도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금지를 규정한 조항이 없다.

제주특별법의 제309조(외국의료기관·외국인전용약국의 법 적용)에는 '외국의료기관과 외국인전용약국에 대해 이 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해서는 의료법과 약사법을 준용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당연히 '진료거부 금지'를 규정한 의료법을 따라야 한다. 내국인 진료금지에 대한 복지부의 유권해석과 이를 근거로 개설허가를 낸 제주도의 행정처리는 그야말로 아전인수 격이다.

심지어 녹지국제병원 측은 "내국인 진료금지 관련해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대응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내국인 진료금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제주도 측은 복지부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제주도는 최근 잇따라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복지부로부터 2018년 1월 허가조건 이행을 위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지 않는다면 진료거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이미 받은 사항'이라며 "외국인만으로 진료 대상을 제한하는 조건에 대해 복지부로부터 법 위반이 아니라는 공식 답변이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녹지국제병원의 내국인 진료금지 관련한 복지부의 유권해석이 없었더라면 원희룡 도지사도 조건부 개설허가를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란 의미다. 결국 제주 첫 영리병원의 개설 과정에서 복지부가 직간접적으로 크게 기여했다는 의미다.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명백한 의료법 위반을 위반이 아니라고 유권 해석 해준 복지부가 원희룡 도지사와 함께 영리병원 공모자가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는가"라며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어쩔 수 없이 제주도의 영리병원 허가 과정에서 적극적 공모자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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