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근로시간 준수 촉구에 "환자 앞에 두고 근무시간 맞춰 진료 불가능" 부정적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준법진료'를 선언했지만 병원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최대집 회장은 지난 22일 오후 연건동 서울대의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전임의, 교수, 봉직의의 주당 근무시간을 준수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료기관 내 무면허, 무자격 의료행위를 일절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 전국적 실태조사와 제보 접수를 받고 일정 시정 기간을 거친 후에도 불법행위가 지속될 경우 협회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준법진료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준법진료 대상에 의원급 의료기관 종사자가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당연히 해당한다. 의사와 다른 보건업종에서도 합의가 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준법진료 선언을 접한 병원계는 "강압에 못이겨 강제진료를 시키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그렇게 진료하는 것"이라며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사립대병원 고위 관계자는 "환자를 앞에 두고 근무시간에 맞춰 일하는 게 가능하겠느냐. 오후 6시가 되면 수술하다 말고 메스를 놓고 퇴근하자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병원협회는 아예 준법진료 선언에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최대집 회장이 기자회견을 하기 전날인 지난 21일 의협이 병협 측에 '준법진료를 선언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놓고 병협이 지난 22일 오전 내부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대응하고 나설 경우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굳이 준법진료를 문제 삼아서 의협의 움직임을 부각시킬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의협의 준법진료 선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세대의대 외과계열 한 교수는 "환자가 눈앞에 있으니 진료하는 것이고 수술을 해야 하니 밤새워 수술하는 것"이라며 "병원의 강압에 못이겨 마지못해 진료하는 의사가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의료시스템에서 정작 개선이 시급한 것은 '3시간 대기  3분 진료 시스템'이다. 의협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다면 이 문제부터 손대야 한다"며 "이 시스템을 그냥 두고 준법진료를 외치는 것은 '2분 진료, 1분 진료'를 하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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