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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함께 국민건강영양조사 실시해 '한반도 건강지도' 그린다면"한반도의 지정학적 분단 환경, 감염병·만성질환 등 다양한 의학적 연구 주제 제시
"분단이란 비극적 유산을 미래의 희망적 자산으로 활용해야"
지난 11월 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남북 보건의료협력 분과회담에 참석한 남북 대표단. 사진출처 : 사진공동취재단

[라포르시안] 올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급진전하는 가운데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교류협력의 물꼬가 트이고 있다. 지난 7일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남부 간 보건의료협력 분과회담을 열고 감염병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올해 안에 감염병 정보를 상호 교환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냈다.

의학계에서도 남북 간 보건의료 교류협력 확대를 적극 반기고 있다. 특히 오래 분단의 시간을 거쳐오면서 여러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한반도의 상황이 앞으로 다양한 의학적 연구의 주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신곤 고려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e-뉴스레터> 98호에 게재한 '통일의학 연구의 미래 - 아직 오지않은 희망을 엿본다'라는 기고글을 통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분단 환경을 다양한 의학적 연구 주제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반도의 면적은 22만 km 2에 불과하다.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전염성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또한 미세먼지나 오염원들은 남북을 가리지 않는다"며 "한반도는 환경과 기후, 감염병 등이 쉽게 공유될 수 있는 지정학적 구조로, 남북 한쪽의 문제가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사회적, 보건의학적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장 남북이 감염병 공동대응을 보건의료 분야의 교류협력 첫 번째 과제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북한의 B형간염, 결핵, 말라리아 등 전염병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북한의 결핵 유병률은 OECD 국가 1위인 우리나라의 5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태에서 남북한 보건의료 교류협력이 활발해지고 인적 교류가 이뤄지면 감염병 유입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신곤 교수.

김 교수는 "사회적 문제의 크기가 클수록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 역시 높아질 것이다. 북한의 결핵에 관심 갖는 연구자들이 많아질수록, 머지않은 미래에 다제내성결핵과 관련된 최고수준의 연구들이 한반도에서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번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에서 보듯이 북한 주민의 높은 기생충 감염률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기생충 질환들이 북한에선 창궐하고 있다. 북한의 후진국형 질병 현실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Toll 유사 수용체(Toll-like receptor) 등 최신 연구 경향과 만날 때 역설적이게도 자가면역질환 등 선진국형 질환의 해법을 제시할 수도 있다"며 "좋지 못한 위생 환경과 기생충과 같은 질환들이 자가면역질환이나 아토피성 질환들의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가설들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성질환 분야에서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분단 환경이 의학적 연구주제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한반도는 매우 독특한 코호트다. 유전적으로는 동일하나 70년 이상의 분단을 통해 상당히 다른 환경에 노출되어왔기 때문"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유전적 동일성을 전제한 환경의 변화가 세대를 넘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할 수 있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코호트가 한반도"라고 봤다.

그는 "갈라파고스라는 고립된 섬이 현대 과학에 엄청난 영감을 주었던 것처럼, 고립되어 있던 북한 주민들과 개방되어 있던 남한 주민들의 비교연구를 남북한의 학자들이 함께 진행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남북한이 동시에 진행해 '한반도 건강 지도'를 제작하고, 환경이 질병의 양상에 미친 영향, 후생유전학 등 관련된 병인처럼 다양한 연구주제를 놓고 남북한 학자들이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면 전세계에 울림과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념비적 연구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분단이라는 과거의 비극적 유산이 미래의 희망적 자산이 되는 그런 상상을 하지만 아직은 미래의 건강한 한반도를 꿈꾸며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다"며 "그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반 영역에 비추어 상대적 소홀하게 다루어졌던 통일의학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소통하는 학자들이 앞으로 많아지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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