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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판단 범죄화" 반발하는 의사들...하지만 분노의 대상이 틀렸다[뉴스&뷰] 판결에 가장 큰 영향 미친 건 진료기록감정...의료감정 공정성·신뢰성 문제 제기해야
'대한민국 의료 바로세우기 제3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지난 11월 11일 오후 2시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서 열렸다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1일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서 '제3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법원이 복부통증으로 내원한 8살 아이의 증상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3명의 의사를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데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날 집회에 모인 의사들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형사적 잣대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며 "잘못된 의료제도에 당당히 맞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문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연 후에는 청와대 정문 앞까지 옮겨 의사들이 감옥에 갇히는 퍼포먼서를 하며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안전한 의료환경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의료계는 법원의 판결이 '사법 만행'이며 나아가 의사를 옭죄는 잘못된 의료제도로 인해 초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의료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분노를 표시하는 대상과 방향이 과연 적절했는가에 의문이 든다. 정말로 법원이 오진을 한 의사 3명에게 실형을 내리고 법정구속한 게 전적으로 잘못된 의료제도 탓일까.

그보다는 현행 의료감정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지적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앞서 법원이 3명의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데는 의료감정 결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재판에서 법원은 S대학병원 의사가 작성한 진료기록감정결과와 또다른 대학병원에서 작성한 신체감정결과, 그리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결과 등을 주요한 증거로 채택했다.

이 중에서 S대학병원의 소아외과 전문의인 H교수가 작성한 진료기록감정결과가 재판 결과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H교수는 이 사건의 진료기록감정을 통해 흉부 x-레이 촬영 소견으로 횡경막 탈장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봤고, 피해자인 8살 아이가 응급실에 처음으로 내원했을 때 보인 복통 증상이 탈장에 의한 증상이라고 감정했다. 아이가 응급실에 처음 내원했을 때 이미 횡경막 탈장이 발생한 상태였고, 흉부 x-레이 영상에서 나타난 이상소견을 보고 추가 x-레이 검사나 CT 검사를 하지 않은 게 아이의 사망과 인과관계의 있을 것으로 봤다.

'오진 의사 실형' 선고 재판에 증거로 채택된 감정서 내용. 표 출처: 바른의료연구소

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실제로 H교수가 작성한 진료기록감정결과를 많이 인용했다.

법원은 "피해자의 흉부 X-레이에서 이상 소견이 애매한 수준이 아니라 명백한 이상 소견이었고, X-레이 필름에서 보일 정도로 형성된 원인 불명의 흉수라면 심각한 질병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소견일 수 있으므로 호흡기 증세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적극적 원인규명이 있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흉부 X-레이 필름상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있다는 S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작성한 '영상의학보고서'를 확인하지도 않았다"며 "이상 소견만으로 바로 횡격막 탈장을 진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상 소견을 발견했더라면 추가적인 검사와 경과 관찰을 했을 것이고,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 전 횡경막 탈장 증세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H교수가 작성한 진료기록감정결과를 상당수 인용해 판결을 내리는 데 참고한 셈이다.

의료계도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법원이 잘못된 진료기록감정을 근거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형사책임을 묻고 있다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젊은 의사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바른의료연구소가 최근 법원의 판단 근거가 된 3건의 의료감정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H교수가 작성한 진료기록감정결과가 법원의 판결문에 상당수 인용됐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법원에 제출된 세 개의 감정서를 분석한 결과 2013년 5월 27일 응급실 첫 내원 당시 탈장이 이미 발생했다는 근거가 없으며, 그때의 흉부 x-ray 소견과 6월 8일 두 번째 응급실 방문 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여 환자가 사망했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첫 내원 시 이미 탈장된 상태였으며, 추가적인 조치가 있었다면 환자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판단해 3명의 의사에게 주의의무 위반에 의한 과실치사로 법정구속 했다. 이런 판결에는 S병원의 감정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그러나 S병원의 감정서는 추정에 근거한 가설로만 작성되었으며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독선적이고 매우 주관적인 의견만을 담고 있다"며 "이런 객관적이지 못한 감정서는 감정의 신뢰성이 전혀 없으므로 증거로서 가치가 없으며, 이런 감정서를 바탕으로 의료인들에게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은 매우 부당한 판결"이라고 지적하며 사법부와 의협이 나서 법원 감정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지적처럼 법원이 다른 의료인에게 진료기록감정을 의뢰했더라면, 또는 H교수가 진료기록감정에서 다른 의학적 소견을 제시했더라면 법원의 판단은 달라졌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증거로 채택한 3건의 의료감정 내용 중 E병원과 의료중재원에서 작성한 감정서는 H교수와 달리 흉부 x-레이의 이상 소견만으로 횡격막 탈장 진단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피해자인 아이가 응급실에 처음 찾아왔을 때 호소한 복통만으로 횡격막 탈장에 의한 증상인지 진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흉부 x-레이 영상에서 나타난 이상소견을 보고 추가 x-레이 검사나 CT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 아이의 사망과 인과관계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H교수가 작성한 진료기록감정서에 근거해 3명의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 책임을 물어 실형을 선고했다. 다르게 보면 법원이 아니라 ‘의사가 의사를 재판’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주요한 판결이유를 놓고 크게 다른 의료감정결과가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번복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의료과오소송에서 의료감정이 재판 결과 좌우..."의사가 의사를 재판" 

지난 11일 열린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중 진행된 '러시안 룰렛게임' 퍼포먼서.

의료과오 관련 소송에서 의사에 의한 감정결과는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의료분야 재판에서는 법관이 인과관계나 과실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거의 필수적으로 의료전문가의 감정을 받고 있으며, 감정결과는 중요한 증거로 채택돼 재판 결과를 좌우할 정도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의사가 의사를 재판한다'는 이야기가 틀린 말도 아니다.

문제는 국내 의료감정제도가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게 많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감정결과의 불일치다. 법조계에 따르면 1심과 2심에서 동일한 사건을 놓고 서로 다른 진료기록감정결과를 회신하는 일은 심심찮게 발생한다. 동일한 사건을 놓고 같은 전문과목 의료진이 사인을 서로 다르게 감정한다거나 혹은 전문과별로 서로 다른 감정결과를 회신한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같은 질문에 같은 의사가 세 번 모두 다른 감정결과를 제시한다거나 동일한 사건을 놓고 신체감정과 진료기록감정결과가 불일치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과 같은 의료감정제도 아래서는 어떤 의사라도 오진으로 인한 실형 선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역으로 의료사고 피해자들 역시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은 지금의 의료감정이 동료 의료인에 의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자 측에 불리할 때가 많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환자단체에서는 "형사사건 감정결과는 민사소송과 달리 동료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고 감정하는 의료인에 대한 외부 감시기능이 전혀 없기 때문에 동료 의료인에게 불리한 감정을 하기 힘들다"며 "이러한 이유로 의료사고 형사사건은 다른 영역의 형사사건에 비해 검사의 기소율이 매우 낮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법조계와 의료계에서는 의료감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의료과오소송에서 의료감정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감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료감정전문위원회가 시험을 통해 감정전문의 자격을 부여하는 미국의 방식처럼 우리나라도 의료감정 전문의를 도입하거나 일본의 법원처럼 의료과오소송에서의 감정절차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으로 컨퍼런스 방식에 의한 감정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작년 5월 열린  '의료분쟁조정중재원 5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이윤성 전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의료감정의 불확실성이나 부정확성은 오로지 감정인의 역량의 문제다. 전문성에 관한 감정인의 능력은 탓할 바 없으나 문제는 감정의 목적이나 절차에 대한 소양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의료감정을 하면서 '부족한 법관의 지식과 경험을 보충하는 기능'보다는 자신의 학문적 학술적 지식을 펼치기에 급급하거나 질문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2014년 작성한 '의료감정의 현황과 제도 개선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의료감정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의료과오소송에 있어서는 법관이 인과관계나 과실유무를 판단하기 위해 거의 필수적으로 전문가인 다른 의사의 감정을 받아야 하며, 감정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특히 중요하다"며 "의료과오소송에 있어서 실제 감정제도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국내 의료 감정제도는 감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감정의 제도개선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복수 감정인' 활용을 제안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의료의 세분화 및 다양화로 인해 복수감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이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이 감정의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보는 견해가 많다"며 "의료감정과 관련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점이 의료과오소송과 관련된 주요한 문제 중의 하나였으므로 이러한 점을 해결 가능할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연구소는 "의료분쟁에 있어서 감정의 경우 대부분 동료 의료인에 의해서 이뤄지게 되므로 감정의 결과를 놓고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물론 감정의 결과에 대해 선택을 할지 여부는 법관의 자유로운 심증에 달려 있고, 감정 결과와는 다른 판결을 내릴 수도 있으나 의료감정에 대한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문제이므로 의료적인 판단에 대해 의료감정의 결과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런 점을 따져보면 오진 의사 법정구속 사태를 놓고 '사법 만행'이라거나 '의학적 판단을 범죄화한다'고 비난하며 의료제도 개선을 촉구하기에 앞서 '의사가 의사를 재판하는' 의료감정제도의 문제 쪽으로 분노를 돌리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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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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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틀렸다 2018-11-15 06:57:58

    의학적 판단에 대한 형법적 판결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맞고 기자가 바른의료연구소의 관점에 호도되었군요. 의료는 신이나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행하는 human error가 근원부터 전제된 분야입니다. 오진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고 오진이 감정되었다해서 형사처벌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적 징벌주의로 한국 의료를 방어적/비용 과잉적 현장으로 유도할 것입니까?   삭제

    • 판결이유의 핵심은 2018-11-14 13:02:38

      "흉부 X-레이 필름상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있다는 S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작성한 '영상의학보고서'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죽음의 원인제공의 가장큰 과실.. 이게 구속판결의 가장 주된 이유로 이해하고 있는데. 죽은 아이한테는 너무 미안한 치명적인 실수가 된거로 보고, 이에대한 강한 처벌을 판결한거로 이해돼요. 의사들이 미안해했으면, 판사가 저렇게까지 엄하게 판결하지 않았을거 같습니다만..   삭제

      • ;; 2018-11-13 09:05:26

        기사 제목이 좀 자극적이긴 하지만, 성실하고 좋은 탐사 기사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삭제

        • Xjfiry 2018-11-12 12:54:08

          의료제도 탓이 아니라 결국은 동료의사 의료감정이 법원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거구만. 법원 앞이나 그 감정의가 소속된 s병원 앞에서 시위를 해야지 왜 청와대 앞으로 찾아갔는지 이해불가 집단.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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