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스템 개혁 필요성 강조..."누구한테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확산"

[라포르시안]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제도적인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인들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9일 오후 용산 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진 의사 법정구속사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8살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법정 구속된 성남 모 병원 의사 3명 가운데 1명은 가정의학과 전문의(사고 당시 전공의 1년차)다. 

기자간담회에는 이덕철 이사장과 심재용 수련이사, 조비룡 정책이사가 참석했다. 

이덕철 이사장은 "어제(8일) 구속된 가정의학과 의사를 면회했다. 비교적 차분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을 느낀다고 했고, 의료계의 움직임에는 감사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사례를 들어 의료사고에 대해 처벌 위주보다는 의료시스템을 개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유명 내과 교과서를 보면 미국의 경우 오진율이 10~15%나 되고, 사망자도 1년에 4만명 가량으로 추산됐다. 미국도 과거에는 오진을 의료인의 문제로 보고 처벌 위주로 가다가 그 이유를 파악하고 의료시스템을 개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면서 "진료 과정에서 오진은 발생할 수 있고 배상책임은 있겠지만 형사책임은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시스템 개혁을 위한 첫걸음으로 수련실태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3명의 의사가 같은 의료기관에서 같은 실수를 한 것은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처벌에 앞서 문제의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며 "당시 소아과 과장이 엑스레이를 보려고 했는데 화면에 뜨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것도 문제다. 그런 문제의 해결 과정 없이 법적 다툼만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비룡 정책이사는 "3명의 의사가 4번의 진료 과정에서 폐의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흔치 않은 상황이지만 고의성이 있거나 직무유기를 했거나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조 이사는 "(오진 의사 법정구속) 소식을 접하고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진들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일이 언제 누구한테도 벌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면서 "이런 두려움은 의료개혁 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고민하고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흔히 의료사고를 스위스 치즈 구멍에 비유한다. 흔치 않게 구멍이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용 수련이사는 구속된 의료진이 흉부 엑스레이 필름을 보지 않고, 심지어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 소견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해 "인간의 한계"라고 했다. 

이덕철 이사장도 "배가 아프다고 하면 그 부위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흉부 엑스레이를 보지 못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이번 사건이 벌어진 이유를 충분히 파악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