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남북보건의료 분과회담 열려...감염병 방역·중단된 대북 보건의료 지원사업 재개 논의 기대

[라포르시안]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에 따른 남북간 보건의료 분과회담이 이번주 수요일(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다.

참여정부 때인 2007년 10월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그해 12월 개성에서 남북보건의료·환경보호협력 분과위원회 회의를 열고 중단된 이후 10년 만이다. 남북이 한반도 건강공동체로 향하는 본격적인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회담이 남북 간에 전염병 공동대응체계 구축과 보건·의료분야 협력에 대해 상호 관심사항을 폭 넓게 교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앞서 열린 산림협력 분과회담과 체육회담처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교류협력 방안을 마련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가장 우선적으로 논의될 안건은 남북간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대책이다.

보건복지부  '남북보건의료 협력추진단' 관계자는 최근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남북보건의료 분과회담이 열리면 평양공동선언과 고위급회담 합의에 따라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방지 안건이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며 "특히 기존에 실시하다가 중단된 대북 보건의료 지원사업을 재개하는 방안도 다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보수정권 10년 동안 대부분의 대북 보건의료 지원사업이 중단되면서 북한 지역의 감염성 질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향후 남북 간 인적교류가 활발해질 경우 보건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적십자사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에 따르면 북한 어린이 홍역·풍진(MR) 예방 백신 지원사업, 개성공업지구 북측진료소 지원사업, 고려약 제약공장 건립사업 등의 지난 보수정권 때 모두 중단됐다.

게다가 세계퇴치기금이 ‘자원 배치와 지원의 효율성에 대한 보장 및 리스크 관리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올해 2월 대북 결핵·말라리아 지원사업을 중단하면서 북한 지역에서 결핵·말라리아 환자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로 북한의 B형간염, 결핵, 말라리아 등 전염병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의 B형 간염 유병률은 대한민국의 4배(3.6배) 정도에 달하고, 결핵 발병률은 7배(6.7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시행한 대북 사업 내역은 총 6건이며 그 중에서 전염병 관련 사업은 2개 뿐이다. 그마저도 하나는 2008년 대북제재로 중단됐다"며 "남북의료분야 교류와 협력에 있어서 최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부분이 바로 전염병 분야로, 남북 교류 활성화 시 전염병의 전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의 전염병 관련 지원사업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12월 개성에서 열린 남북보건의료·환경보호협력 분과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도출한 합의서 내용의 재이행 방안도 논의될 지 관심이 쏠린다.

당시 남북은 보건의료·환경보호협력 분과위원회 회의를 통해 ▲남과 북은 2008년에 사리원인민병원 현대화 사업 시범적으로 진행 ▲남과 북은 2008년 상반기 중 약솜공장 건립 착수 ▲남과 북은 전염병통제를 위해 예방약 및 냉장운반장치, 구급차, 진단시약, 치료제를 제공하며, 전염병 퇴치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 ▲남과 북은 사리원인민병원 현대화와 약솜공장 건설과 관련한 실태조사를 2008년 1월 중 실시 등의 사항에 합의한 바 있다.

감염병 방역 대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의료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현지 제약공약 건설 등의 방안이 재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1974년 4월 동독과 서독간 보건협정 체결식 모습.
1974년 4월 동독과 서독간 보건협정 체결식 모습.

남북간 보건의료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우리보다 앞서 통일을 경험한 독일의 경험을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통일 이전부터 동·서독간 격차 해소를 위해 보건의료분야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펼쳐왔다. 특히 동독과 서독은 1974년에 상호 보건의료 협정을 체결하고 동독의 보건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서독이 재정적인 지원을 펼치는 등 인적·물적 교류를 지속했다.

동서독은 보건의료 협정서에 감염성 질병의 예방과 퇴치문제에 관한 상호 정보 교환, 동서독 줌닌이 상대지역 방문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한 치료서비스 제공, 동서독 주민이 원하면 상대편 국가에서 특수치료와 전지(轉地)요양 서비스 제공,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소지 및 소포 발송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를 통해 동서냉전이 지속되던 1980년 대까지 양국 간의 지속적인 보건의료 분야 교류를 이어갔다.

독일의 통일경험처럼 남북이 감염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 방역사업 추진과 동시에 다른 보건의료 분야로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의 감염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지원과 함께 남북 의료진의 학술적인 교류를 통해 이 문제를 개선하는 협력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은 지난달 4일 열린 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감염병 대비와 관련한 남북 합의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므로 한반도 건강공동체는 남북교류협력 분야 중 초기에 시작될 수 있는 영역”이라며 “결국 한반도 건강공동체가 한반도 공동체 형성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