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타' 전철 밟지 않으려면 글로벌 임상서 우수성 확인 과제로 남아

[라포르시안] 유한양행이 다국적 제약사 얀센과 1조원이 넘는 규모로 폐암 신약 후보물질을 수출하는 성과를 냈다. 국내 제약사의 단일제품 신약 기술수출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다.

그동안 유한양행은 다른 상위제약사와 비교해 신약 연구개발 투자를 소홀히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신약 연구개발은 뒷전인 채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만 끌어다 파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다. 실제로 이 회사의 매출 중 도입신약 판매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이었다.

그러다 2016년부터 연구중심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서 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 시작했고, 이번에 신약 기술수출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유한양행은 지난 5일 얀센과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위한 임상단계 신약 ‘레이저티닙(YH25448)’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공동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계약금 5,000만 달러(약 561억)와 개발 상업화까지 단계별 마일스톤 기술료로 최대 12억500만 달러(1조4,000억)를 받기로 했다. 계약금 5,000만 달러는 올해 연내까지 받을 예정이고, 상업화에 따른 매출 규모에 따라 두 자릿수의 경상기술료를 지급받게 된다.

얀센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레이저티닙에 대한 개발, 제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가지고, 국내에서 개발 및 상업화 권리는 유한양행이 유지하게 된다. 두 회사는 오는 2019년부터 레이저티닙의 단일요법과 병용요법에 대한 글로벌 임상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레이저티닙은 선택적이며 비가역적이고 뇌조직을 투과하는 경구용3세대 EGFR TK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타이로신 인산화 효소) 억제제이다. EGFR TK 변이성 비소세포폐암에 대해 효능이 강력하고, 1차 치료제로서 개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신약이다.

유한양행의 이번 기술수출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만약 유한양행이 YH25448 후보물질 개발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폐암 치료제인 ‘타그리소’와 경쟁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YH25448의 임상 1상 결과는 긍정적이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임상1상에서 YH25448은 대조약과 비교해 우수한 항암 효과와 고용량 투여 시에도 피부독성이나 설사 같은 부작용의 발생이 적었다. 특히 뇌전이 환자에게 YH25448을 투약한 결과, 돌연변이성 폐암환자의 뇌전이에도 효과가 나타났다.

유한양행은 지난 9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에서 YH25448의 최신 임상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임상연구 책임자 조병철 연세대 교수는 “말기 폐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레이저티닙이 뚜렷한 항암치료 효능과 우수한 독성 결과를 확인했다”며 “100명의 환자에게서 치료 전과 비교해 종양의 크기가 30% 이상 감소한 객관적반응률은 66% 였으며, 2상을 진행 중인 용량에서는 71%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

한미약품의 폐암신약후보물질 ‘올리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남은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경쟁약을 뛰어넘는 우수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7월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폐암치료 신약후보물질(올리타)을 7억3,000만달러(8,500억)에 기술 수출해 당시 국내 최대 규모로 관심을 모았으나 베링거가 계약을 취소하고 다시 판권을 반환했다.

이 때문에 올리타의 글로벌 개발 속도가 늦어졌고, 최근 중국 지역 파트너사였던 자이랩의 권리 반환으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의 임상 3상 진행이 불투명해지면서 올리타 개발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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