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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의원 개설이 공공의 안전 해친다고?...참기 힘든 편견과 혐오건물입주자 등 반대하자 지자체가 정신과의원 개설 막아..."입주자 안전·공동의 이익 반해"
대법원 "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사유로 개설신고 수리 거부는 위법" 판결

[라포르시안] 한 지방자치단체가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이 개설되면 이 의료기관이 들어설 건물의 안전과 공동의 이익에 반하고, 공공복리 증진을 저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개설신고 수리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신질환자에 사회적 편견과 배제가 정신질환 치료시설 혐오로 이어진 사례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일이다. 다행히도 법원이 지자체의 부당한 행정처분에 제동을 걸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5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씨가 부산광역시 북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의료기관 개설신고 불수리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냈다.

A씨는 작년 5월 부산 북구에 있는 10층 건물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개설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관할 구청이 A씨의 개설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유가 황당했다. A씨가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개설하려던 건물의 일부 입주민이 “건물 이용자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자 북구청은 "정신과의원 개설이 해당 건물의 구분소유자 등의 안전과 공동의 이익에 반하고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 및 공공복리 증진을 저해하며, 공공복리에 부적합한 재산권의 행사"라는 사유를 들어 개설신고 반려처분을 했다.

정신과의원이 건물에 들어서면 입주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공동의 이익에 반할 것이라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들어 개설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A씨는 북구청을 상대로 개설신고 불수리 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1심과 2심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 법원은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을 신고제로 규정한 현행 의료법 조항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현행 의료법 제33조에 따르면 의원·치과의원·한의원 또는 조산원을 개설하려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병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할 경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해 놓았다.

대법원 역시 이런 의료법 규정을 근거로 북구청의 의료기관 개설신고 수리 반려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정신과의원 개설자가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요건을 갖추어 개설신고를 한 때에, 행정청은 원칙적으로 이를 수리해 신고필증을 교부해야 한다"며 "법령에서 정한 요건 이외의 사유를 들어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피고가 정신과의원 개설이 해당 건물의 구분소유자 등의 안전과 공동의 이익에 반하고,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 및 공공복리 증진을 저해하며, 공공복리에 부적합한 재산권의 행사라는 사유를 들어 반려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혐오시설'로 전락한 정신질환 치료시설

지자체가 정신과의원 개설신고 수리를 거부한 배경에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과 차별이 내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립정신의료기관인 국립서울병원이 지난 2008년 현대화를 위한 재건축 작업을 추진하려다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은 일이 있다. 지난 2011년과 2013년에는 경기도 용인시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정신병원 2곳이 문을 닫는 일도 있었다.

지난 5월에는 수원시가 정신건강, 중독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지역내 치유센터를 통합한 정신건강센터를 팔달구 매산로3가 인근에 설립하는 사업을 추진하다가 인근에 위치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자녀의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대한조현병학회는 성명을 내고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로 인한 강력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모든 일반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며,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율은 전체 강력범죄의 0.04%라고 알려져 있다"며 "특정집단의 거의 무시해도 좋을 위험성을 문제로 삼아 사회로부터 소외시킨다면 그들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고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혐오는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해도 치료를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한국인의 경우 4명 중 1명꼴로 일생 동안 1번 이상의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하지만 이 중에서 정신건강의학과 등을 찾아서 전문가를 만나 상담을 하고 치료를 받는 비율은 상당히 낮다.

표 출처: 보건복지부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보고서.

보건복지부가 작년 4월 공개한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17개 정신질환에 대해 조사된 정신질환 평생유병률은 25.4%으로, 남성(28.8%)이 여성(21.9%)보다 더 높았다. 일년유병률은 11.9%로, 최근 일 년 간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한 사람은 470만 명으로 추산됐다.

평생 동안 정신질환을 경험한 국민 중 22.2%만이 정신과 의사 등에게 정신건강 문제를 의논하거나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미국 43.1%(2015년 기준), 캐나다 46.5%(2014년), 호주 34.9%(2009년)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정신의료기관을 둘러싼  '님비(NIMBY) 현상'은 언론이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조현병 환자에 의한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무분별한 보도를 통해 마치 정신질환 환자들이 언제라도 강력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것처럼 과장된 공포를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살인 사건' 때도 마치 가해자의 조현병이 범죄의 원인인 것처럼 다루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전체 0.04%에 불과한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를 무분별하게 기사화해 사회의 불안을 조장하는 보도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유발하고, 지역 사회에서 내몰리게 만들어 사회에 적응할 기회를 잃게 만든다"며 "또한 환자 스스로 위축돼 치료 받을 기회를 잃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언론사가 공정하고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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