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국감서 환자 볼모로 한 다국적 제약사 약가협상 행태 지적

KRPIA 아비 벤쇼산 회장이 29일 복지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KRPIA 아비 벤쇼산 회장이 29일 복지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2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높은 약값을 받기 위해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행태가 지적됐다. 

포문은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열었다. 

최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국감장에 출석한 아비 벤쇼산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회장을 향해 "다국적 제약사들이 약값을 더 받아내기 위해 항암제에 대해 보험급여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약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답변에 나선 아비 벤쇼산 회장은 "협회는 한국의 환자들이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신약에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원론적 답변만 했다. 

반면 최 의원에게 같은 질문을 받은 박능후 장관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단일가격 제도를 취하고 있다. 외국과 비교를 보면 낮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얼마 전 발생한 리피오돌 사태에서 보듯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익을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한다. 정부는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인질극을 벌이도록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최근 중국에서 국내 보험약가를 참조하겠다고 밝히면서 코리아 패싱 우려도 있다고 했다. 

최 의원은 "신약이 출시될 때 중국에서 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고 한국에 신약을 출시하지 않거나 늦게 출시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중국이란 큰 시장 때문에 신약 코리아 패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비 벤쇼산 회장은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KRPIA 회장으로서 중국 정부가 제시한 여러 약가 정책을 언급할 수 없지만 한국 환자가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신약에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아비 벤쇼산 회장을 향해 "KRPIA가 낸 보고서를 보면 국내 등재 약값은 OECD의 45% 수준이고 신약의 74%를 OECD 최저가 수준으로 공급한다고 한다. 그런데 진짜 싼 가격으로 주는 게 맞느냐"고 물었다. 

벤조산 대표는 이번에도 "KRPIA가 회원 제약사를 대표해 발언할 권리는 없다"면서 "다만 협회는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위해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벤쇼산 회장의 발언에 박능후 장관이 발끈했다. 

박 장관은 "벤쇼산 대표가 언급한 협력에는 이중성이 있다. 신약을 빠르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은 가격"이라며 "우리는 그 과정에서 적정 가격과 빠른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시쳇말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독자적으로 세계적인 약가 동향을 연구해 그 결과를 기초로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협상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비 벤쇼산 회장은 "2014년에 이어 최근 이의경 교수에게 외국과의 약가 비교 연구를 의뢰했다"며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연구방법 자문도 요청했다. 그 결과가 다음 달 나올 예정"이라고 말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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