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의협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지난 25일 성남지청 앞에서 삭발시위를 하는 모습.
최대집 의협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지난 25일 성남지청 앞에서 삭발시위를 하는 모습.

[라포르시안] 환자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법원이 의사 3명에게 금고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을 두고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지난 2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S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 A씨에게 금고 1년 6개월, 응급의학과 의사 B와 전공의 C에게 각각 금고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법원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들이 업무상 과실로 한 초등학생의 어린 생명을 구하지 못한 책임은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 또한 피고인 중 누구라도 정확하게 진단했다면 그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죄책이 크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이 사건은 2013년에 발생했다. 피해자는 당시 8세인 신모군이다. 

신군은 그해 5월 27일 오전 12시 50분경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아버지와 함께 S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신군을 처음 진료한 의사는 응급의학과 과장 B씨. 

B씨는 흉부 X-ray 검사에서 좌측하부폐야에서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B씨는 신군의 아버지에게 X-ray 사진을 보여주며 '변이 많이 찼다'고 설명한 후 변비, 소화기 장애에 대해 치료만 하고 외래 진료를  받도록 안내한 채 귀가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의무기록지에 흉부 X-ray에서 확인되는 이상소견을 기록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S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A씨는 같은 날 오후 병원을 다시 찾은 환아가 복통을 호소하고 당일 새벽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을 알면서도 응급실 진료기록과 흉부 X-ray 사진을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변비'로 진단한 후 이틀 뒤인 29일 내원하도록 한 뒤 환자를 돌려보냈다. 

A과장은 같은 달 30일 오전 신군이 여전히 복통을 호소하며 내원했음에도 여전히 변비로 진단하고 처방한 뒤 귀가시켰다. 

심지어 A과장은 같은 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흉부 X-ray 사진상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있다'고 작성한 영상의학 보고서도 확인하지 않았다. 

전공의인 C씨는 다음 달 8일 오후 3시경 응급실로 4차 내원한 신군을 변비로 진단했다. C씨는 이 과정에서 과거 내원 당시 의무기록과 당일 촬영한 복부 X-ray 영상도 확인하지 않았다. 

이날 촬영한 복부 X-ray 영상에서 신군은 흉수의 양이 늘고 비정상적인 공기 음영이 새롭게 보여 '횡경막 탈장' 소견을 보였다. 

신군은 C씨에게 변비 진단을 받은 다음 날 오전 분당의 한 종합병원에서 '횡경막 탈장 및 혈흉'으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다. 

S병원 의료진 측 변호인은 "흉부 X-레이 상 이상 소견을 진료기록지에 기록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과실이 아니다"며 "당시에는 횡경막 탈장 여부가 불확실했고,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 관장만 실시했다고 사망의 원인을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또 "증상이 호전돼 걸어서 응급실을 퇴원한 피해자가 약 12일 만에 횡격막탈장에 의해 사망하게 되리라고는 도저히 예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의료진 측 변호인은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불분명하고 흉부 X레이 사진을 보더라도 횡경막탈장의 증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필요한 추가 검사를 시행했더라도 피해자에게 발생한 횡경막탈장을 예견하거나 방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의 흉부 X-레이에서 이상 소견이 애매한 수준이 아니라 명백한 이상 소견이었고, X-레이 필름에서 보일 정도로 형성된 원인 불명의 흉수라면 심각한 질병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소견일 수 있으므로 호흡기 증세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적극적 원인규명이 있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흉부 X-레이 필름상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있다는 S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작성한 '영상의학보고서'를 확인하지도 않았다"며 "“이상 소견만으로 바로 횡격막 탈장을 진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상 소견을 발견했더라면 추가적인 검사와 경과 관찰을 했을 것이고,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 전 횡경막 탈장 증세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법원은 "결국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신군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의협 "이번 판결이 방어진료를 양산하게 될 것"

법원의 판결에 의사협회는 지난 25일 성남지원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불가피한 악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의사에게 전가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최대집 회장과 방상혁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법원에 항의하는 삭발을 단행했다. 

의협은 "의사도 전문적 지식과 경험에 따라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위험을 예견할 수도 회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바로잡지 않으면 향후 응급한 환자를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등 방어진료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에 이어 전라남도의사회와 경상남도의사회는 법원의 판결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의협은 26일 긴급 시도의사회장 회의를 소집해 법원의 판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최대집 회장은 성남지청 앞 삭발 시위에 이어 26일 오후에는 대법원 민원실을 방문해 판결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제출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의사가 오진한 것은 맞지만 법정구속은 과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