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병원 내 마약 도난·분실 사건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립대병원에서 의료진의 마약 투여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찬열 의원(바른미래당)이 식품의약안전처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의료기관에서 의료용 마약류 도난분실 발생 현황'을 보면 병원 등에서 마약 도난·분실 사건은 2013년 22건에서 2017년 30건으로 5년 동안 36.3% 증가했다.
각 국립대학병원에 받은 '최근 5년 간 마약류 무단 처방 및 투여 관련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등에서 의료진의 마약투여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대병원에서 간호사 A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교수 11명의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ID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실제 투여량보다 많이 처방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상처방 개수(119 앰플)보다 348개 많은 펜타닐을 처방해 본인에게 직접 투여했다.
A씨는 당일 편취한 펜타닐은 당일 모두 소진하는 방법으로 1일 최대 10여개 넘게 투여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펜타닐은 수술 받은 암 환자 등의 통증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 모르핀이나 헤로인보다 100배 이상 강력한 진통 효과를 지닌 중독성 강한 마약성 진통제다.
교수들은 사용자 계정과 비밀번호를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면 안되고, 구두 처방시 처방 내역을 확인해 본인이 24시간 이내에 직접 입력하여야 함에도 시술 중 급박하게 마약을 처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시술 보조 간호사에게 본인의 EMR 사용자계정과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간호사에게 대리입력을 지시했다. 처방된 약의 개수와 용량도 확인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은 2016년 자체감사에서 마약류를 보관할 때 이중잠금장치가 설치된 철제금고와 CCTV를 설치해야 함에도 내시경실과 약국의 마약 저장시설에 CCTV를 설치하지 않는 등 마약류저장시설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016년 전남대병원에서는 간호사가 암 환자들에게 투약해야 할 '페치딘'을 빼돌린 뒤 10여회에 걸쳐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간호사는 주사기에 담긴 마약성분이 함유된 진통제를 다른 주사기에 조금씩 옮겨 담은 뒤 주거지 등에서 몰래 투약했다.
전남대병원은 그러나 해당 간호사가 어떤 방식으로 마약을 습득해 어디서 얼마나 투약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자체감사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마약류관리자 등 관련자 조사도 없었다.
2013년 부산대병원에서는 임상 조교수가 소속 과 레지던트 1년차 의사 2인에게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돈'을 구해달라고 지시하고 간호사와 레지던트는 사용처와 용도를 모른 채 마약성 진통제를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진통제는 주로 말기암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으로 마약류 취급자도 업무 외 목적이나 처방전 없이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이찬열 의원은 “의료진은 마약류 취급이 잦아 유혹에 빠질 위험이 높은 반면 폐쇄적 구조로 인해 내부 고발 외에는 마약투여 행위가 수면위로 드러나기 어렵다"면서 "병원의 자정 노력과 약물관리 감독 체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