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국감 출석해 구조적 문제점 지적..."지금 상황에선 더 버티기 어려워"

[라포르시안] "지금 상황에서는 제가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말씀드린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소장은 우리나라 닥터헬기와 권역외상센터 운영 실태를 증언하며 이렇게 토로했다. 

이날 국감에서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 중증외상센터를 지원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했다. 수가 등이 인상되었는데 현장에서 도움이 되었는지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답변에 나선 이국종 교수는 "수가 등이 개선되었다고 하는데 병원에서는 여전히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닥터헬기 이착륙 시설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겠다는 약속은 아예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헬기 이착륙 시설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한 장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간관리자 선에서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닥터헬기 이·착륙과 관련해 "환자를 싣고 올 수 있는 '인계점'을 해외에서는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계점을 이유로 닥터헬기가 뜨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승희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5~2018년 8월까지 닥터헬기 이·착륙 사용 불가로 인한 기각 및 중단 건수는 80건이나 된다. 닥터헬기 이·착륙 기각·중단 이유는 주차장 만차(13.8%), 행사 진행(10%), 제설 미시행(7.5%) 등이었다.  

이 교수는 "영국 런던은 축구나 럭비 경기가 진행 중인 운동장에 의료진과 닥터헬기가 내려앉아도 싫은 소리 안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관공서 잔디밭도 쓰지 못한다"면서 "국회의 입법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각한 인력부족 실태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 병원들은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인력 수준은 가까운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최고 병원이라는 곳도 그렇다"면서 "주 52시간 근무제 등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려면 보건의료 현장에 어마어마한 인력이 필요하다. 더 많은 사람이 충원되어야 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제가 더는 버티기 힘들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국종 교수가 '중간관리자가 문제'라고 말한 부분을 언급하며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국종 교수는 "과거에 전전 대통령을 뵌 적이 있다. 아덴만 작전 이후 중중외상 프로젝트 시작단계였는데 청와대 인근 지역이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돼 있어 인근 의료기관에 헬기 이착륙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당시 위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했는데 중간관리자가 윗사람 핑계를 대면서 안된다고 하더라. 결국 한국 사회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국종 교수의 증언을 들은 의원들은 보건복지부를 향해 대책을 물었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현재 관련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조금 있다가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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