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임직원 외유성 해외출장·지나친 외부강연활동 등 질타...중요한 임무인 연구과제 정책반영률은 저조

[라포르시안]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임직원의 무분별한 외부활동 과 외유성 해외출장, 연구비 예산 유용 등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직원 채용과정에서도 면접심사 합격자 중 고득점순으로 채용을 하도록 규정된 내부지침을 어기고 최종면접 점수 1등이 떨어지고 2등을 합격시키는 등의 부적절한 채용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작 연구원 본연의 임무인 보건의료정책 수립의 근거를 마련하는 연구활동의 성과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비율은 저조했다.  이 때문에 "연구원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24일 민주평화당 장정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보건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40~60명의 임직원이 400여건의 외부활동으로 총 1억500만원의 부수입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연구원의 외부활동운영지침에는 외부활동은 월 3회, 총 6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이를 초과해 외부강의나 회의 등을 하는 경우에는 기관장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특히 이영성 보건의료연구원 원장은 2017년 한 해 총 58건의 외부활동으로 약 1,200만원의 강의료를 수령했다.

외부활동 지침상 월 3회를 초과할 수 없음에도 1년 중 7개월을 이 지침을 어기고 횟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고, 특히 작년 11월에는 10회의 외부활동이 확인됐다.

해외출장도 잦았다. 이 원장은 재임기간 동안 스페인, 영국,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 등지로 총 12회의 해외출장을 다녀왔고, 원격의료나 초고속연구망 등 업무 연관성이 크게 떨어지는 행사를 위해 베트남 등에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연구원 경영공시에 등록돼 있는 1~4대 원장의 전체 출장 25건 가운데 현 이영성 원장이 12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역대 어느 원장보다 해외출장이 잦은 편이었다.

게다가 이 원장은 출장 후 하급직원 출장보고서를 베껴서 제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장정숙 의원은 "기관 본연의 업무와 상관없는 성격의 행사에 참석한 이 원장은 출장 후 제출한 출장보고서도 무슨 내용인지 파악이 힘들며, 그나마 알아볼 수 있는 건 하급직원들의 보고서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원장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외유성 출장도 문제로 지적했다. 올해 캐나다에서 열린 국제의료기술평가학회에 원장을 포함한 임직원 14명의 해외출장에 4,300만원을 지출했는데, 귀국후 출장보고서는 1편을 돌려쓰기한 수준이었다고 장 의원은 지적했다.

외부과제 연구비 예산으로 연구와 상관없는 물품을 구입했다가 뒤늦게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

연구원이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빅데이터 연계를 이용한 만성 B형간염 환자의 맞춤형 간암 발생 예측모형 개발 및 타당성 평가' 연구과제 예산으로 무선 스텐레스주전자, 블루투스스피커, 차량용 거치대, 불스원 거치대 등을 구매했다가 결재 취소한 내역이 있었다.

장정숙 의원은 "모든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기관의 방만 운영과 원장의 비위, 부적절한 연구비 사용 등 기관 전반에 걸쳐 문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관 운영 전반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종합적인 감사가 조속히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연구원의 직원채용에도 문제가 지적됐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받은 보건의료연구원 채용에 대한 감사결과 자료를 보면 연구원 내부인으로만 구성된 인사위원회는 직원채용 과정에서 면접심사 합격자 중 고득점자순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채용지침을 뛰어넘는 결정을 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보건의료연구원 채용과정에서 최종면접 점수 1등이 떨어지고 2등이 합격한 사례가 3건이나 발견됐고, 서류심사와 면접을 1등으로 통과하더라도 자격이 안 된다며 뽑지 않는 경우도 3건이 나왔다.

연구원의 채용지침을 보면 최종 합격자는 면접심사 합격자 중 고득점자순으로 채용예정인원의 범위 내에서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연구원은 법무 주임연구원과 전산 행정원을 선발하면서 인사위원회가 전 직장에서의 경력 등을 논의해 1등을 불합격 시키고, 2등을 합격시켰다.  2014년 9월에는 계약직 연구원을 뽑는 과정에서는 1순위자가 임용을 포기하자 공동 2등이었던 2명을 다시 평가했어야 하는데, 다른 기준 없이 바로 근무가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구직중인 한명을 임의로 선발했다.

면접에서 선발순위 안에 들었는데도 아예 채용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2015년 6월 계약직 연구원을 3명을 뽑으면서 3위인 후보자를 경력부족을 이유로 뽑지 않고 탈락시켰다. 2015년 4월에는 1위에 뽑힌 후보자의 점수가 근소한 차이를 보이자 면접위원 간 의견이 부딪혀 아예 선발을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

최도자 의원은 "만약 서류심사와 면접점수가 자질과 자격을 검증하는 충분한 기준이 되지 못한다면 그것을 바꿔야 한다"며 “인사위원회의 결정은 심사위원들 스스로의 채점과 상관없이 이뤄졌고, 정당한 결과가 나왔는데도 번복되고 뒤집어졌다. 외부인사 없이 내부자들로만 인사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내부지침을 넘어 과도하게 행사되는 권한에 대한 제도적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의료연구원이 ‘한국판 NICE(영국 국립임상보건연구원)'를 표방하며 지난 2009년 3월 출범한 이후 2015년까지 7년 간 수행한 연구과제 중 정책에 반영된 비율은 30%에도 못 미쳤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보건의료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구과제 수행 및 정책반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지난 7년간 총 129억원을 들여 244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했지만 ‘법령 제·개정’, ‘정부시책반영’ 등 직접적인 정책(근거)반영률은 22.5%에 그쳤다.

단순 정책지원까지 포함한 간접적인 지원까지 더해도 정책(근거) 반영률은 45.1%였다.

성일종 의원은 “과학적 근거를 분석해 보건의료정책수립의 근거를 지원하기 위한 독립된 연구원의 성적으로 보기에는 너무 초라한 성적으로 기관 존립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로 보인다”며 “정책반영까지 이어지지 못한 연구과제의 경우 직급이 높거나 보직을 겸하고 있는 간부들의 실적 쌓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정황도 보여져 기관 스스로 연구과제 관리에 대해 자성이 담긴 점검을 거쳐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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