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학회, 심초음파 보조인력 인증제 추진에 논란 커져
"무면허 의료행위 조장하고 전문성 스스로 부정하는 꼴" 비난 쇄도

심장초음파 검사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심장초음파 검사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라포르시안] 대한심장학회가 심초음파 검사의 전면 급여화에 대비해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검사 인증제도 확대와 함께 보조인력 인증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의료계 내부에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심장학회는 지난 12일 열린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심초음파 검사 시행기관 및 보조인력 인증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조인력 인증제도는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자격을 갖춘 인증기관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인증받은 보조인력(소노그래퍼, Sonographer)이 심초음파 인증의의 관리 감독 아래 심초음파 검사를 진행할 수 있게끔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의료계에서는 심장학회가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의원협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대리수술처럼 의사가 아닌 비의사에 의해 행해지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팽배한 가운데 심장학회가 나서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더욱 조장하는 현 상황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난했다.

의원협회는 "초음파는 실시간 진단을 위한 진단도구로, 환자의 임상적 상황을 감안하여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하는 검사임에도 학회가 나서서 의사가 아닌 자에게 초음파를 맡기겠다는 것은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심초음파는 다른 초음파와 달리 표준영상과 표준지표를 기계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니 굳이 의사가 아닌 자가 시행해도 된다는 학회의 인식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노그래퍼에게 심초음파 검사를 맡기는 것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기기 영업직원의 대리수술에 비유했다.

의원협회는 "고도의 전문적인 의학적 지식과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사에 의해 시행되어야 함에도 이를 의사가 아닌 자들에게 맡긴다는 것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영업직원 대리수술과 같은 맥락"이라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비의사에게 심초음파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PA(Physician Assistant)를 적극 주장하는 병원 경영자의 논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협회는 "학술적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학회는 전공의 교육기회를 박탈하고 의료의 질 저하를 유발하는 PA 제도를 오히려 적극 반대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PA 제도 양성화를 주장하는 것은 교수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고 병원경영자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또는 병원경영자 흉내를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의사협의회도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심장학회를 규탄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PA를 없애겠다는 게 아니라 이들을 인증의 대상으로 삼겠다고 하는 건 심장학회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잘못을 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는 파렴치한 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심장학회가 인증제를 통해 불법 의료행위를 양성화시키려는 황당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의료행위는 의료인이지만 간호 또는 진료보조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만을 할 수 있도록 규정된 간호사나 의료기사법의 의한 방사선사조차도 할 수 없다"며 "심장학회는 명백한 불법 행위를 인증제를 통해서 오히려 양성화시키려는 황당한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수사를 통해 법적인 처벌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주최로 열린 '전공의를 위한 심장초음파 강좌' 모습. 사진 제공: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주최로 열린 '전공의를 위한 심장초음파 강좌' 모습. 사진 제공: 대한전공의협의회.

소노그래퍼의 심초음파 검사 양성화는 전공의들의 수련 기회를 박탈하고,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수련교육 현장에서는 전공들이 수련 과정에서 전공 분야의 필수 술기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만연해 있다. <관련 기사: 헬조선에서 전문의 되는 법…인도·중국 병원서 몰래 임상술기 익히는 한국 전공의>

내과 전공의가 초음파와 내시경 등의 임상술기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전문의 자격을 획득하거나 4년의 수련 기간 동안 백내장 수술을 한 번도 집도해보지 못한 안과 전공의도 나오고 있다.  

과도한 근무시간에 밀려 술기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수련을 받아야 할 전공의가 PA에 밀려 수술실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의 자격을 따고 다시 펠로우(임상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초음파와 내시경 등의 술기를 익히는 게 일종의 관례처럼 굳어졌다. 

심지어 펠로우 과정에서 기본적인 술기교육을 받는 일이 빈번해 지면서 전공의가 수련과정에서 초음파 술기 등을 배우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초래된다. 

병원의사협의회는 "PA의 허용은 전공의들의 수련을 통한 교육의 기회조차도 박탈하고 있다. 전공의를 마치고 전문의가 되어도 초음파나 기본적인 수술을 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전임의를 하는 것이 이미 일반화 됐다"며 "이는 교수나 지도전문의들이 자신이 소속된 병원의 수익 증대만을 위해 PA를 선호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불법 PA를 허용하면 올바른 의사 수련은 이루어질 수 없고 결국 의료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를 향해 불법적인 심장초음파 대리검사 및 대리진단 행위 실태를 조사해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복지부는 1~2차 의료기관의 간호사 X-ray 촬영이나 물리치료는 허위청구, 사기죄, 의료법 위반으로 강력히 처벌해 온 바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에서 간호사 등에 의한 불법적인 심장초음파 대리진단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심장내과 교수들의 입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상황이므로 의료법 위반 행위와 환자에 대한 사기 청구행위 등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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