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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뽀가 사라진 환자와 의사 관계...수술실 CCTV, 어떻게 봐야 할까?경기도, 'CCTV 설치·시범운영 토론회' 개최...의사단체-환자단체 등 필요성 놓고 격론

[라포르시안] "우리나라에서 매년 200만 건의 수술이 시행된다. 누군가 수술 장면을 CCTV로 녹화한다고 생각하면 신경이 쓰여 제대로 수술을 할 수 없게 되고,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무자격자나 비전문가의 대리수술은 중대한 범죄행위다. 수술의 세밀한 부분을 찍자는 게 아니라 수술자랄지 수술상황을 점검하는 정도다. 수술을 잘했냐 못했느냐를 보자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수술실은 환자의 신체 부위가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는 조심스러운 공간이다. 자신의 벗은 몸이 찍혀야 하고 칼로 째고 망치로 두들기고 피가 튀는 영상을 의사인 나도 다시 보고 싶지 않다. 게다가 유출 우려도 있다. 은행도 뚫리고 국방부도 뚫리는 세상에서 과연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겠느냐" (강중구 경기도의사회 대의원회 부의장)

"1% 나쁜 의사들에게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할 곳이 의사협회다. 의사협회가 제 역할을 못 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결국 올 게 왔다 싶다. 병원에서 수술하는 의사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투명해 보이고 좋을 것 같다'며 즉석에서 모두 찬성하더라. 의사들 동의를 받는데 큰 부작용은 없었다." (김용숙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시범운영 토론회'가 12일 오후 경기도 주최로 이재명 지사 집무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강중구 경기도의사회 대의원회 부의장,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 신희원 경기도지역 소비자단체협의회장 등이 참석해 격론을 벌였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1일부터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서 수술실 CCTV 설치·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도는 시범사업 결과가 좋으면 내년 3월부터는 6개 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의료계는 의료인의 인권 및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환자 개인정보 유출 위험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날 토론회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토론회 시작과 함께 경기도와 경기도의사회는 수술실 CCTV 설치·시범운영을 두고 서로 다른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으면 맞붙였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수술실 CCTV 촬영, 그만큼 수술실의 안전성과 인권침해 문제 심각하기 때문"

"일부 의사들의 불법 행위를 침소봉대 한 것"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은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도민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91%가 CCTV 설치에 찬성했다. 또 87%는 본인이 수술을 받는다면 촬영에 동의한다"며 "수술실 CCTV 설치가 민간병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 회장은 "우리도 최근 의사 8,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답변을 보니, 수술하는 의사는 80%, 비수술 의사도 68%가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했다"며 "반대 이유로 응답자의 60%가 수술할 때 집중도 저하를 꼽았다. 매년 200만 건의 수술이 진행되는데, 집도 의사의 집중도가 떨어지면 그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강중구 경기도의사회 대의원 부의장은 "최근 한 방송사가 대리수술 문제를 보도했는데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같은 의사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하지만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처벌받아야 할 의사들의 범법행위가 몇 건 되지 않는다. 매우 드문 일로, 이를 침소봉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와 의료소비자 측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요구가 불거진 것은 수술실의 안전성과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수술실에 설치하려는 것은 감시카메라가 아니라 CCTV다. 누가 들어와 무엇을 하는지 알 정도의 수준"이라면서 "CCTV 설치는 안전사고나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것이다. 의사들도 대리수술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환자들이 수술실 CCTV 설치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그만큼 수술실의 안전성과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희원 경기도지역 소비자단체협의회장도 "소비자 관점에서 CCTV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확인하는 수단"이라며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과연 수술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고 싶다. 이게 소비자들의 입장"이라고 거들었다. 

이날 토론회 진행을 맡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의사단체는 환자를 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하고, 환자단체는 환자가 원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한다"며 "그래서 경기도의료원은 환자가 원하고 의료진이 동의할 경우에만 CCTV 촬영을 한다. 또 환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확인할 수 있고, 그마저도 한 달 후에는 영구 폐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중구 부의장은 "한 달 안에 폐기한다고 해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동욱 회장도 "극소수 의사 때문에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를 감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불신사회를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불법 대리수술 국민이 바라보는 한계를 넘어서"

"불법 대리수술, CCTV 설치보다는 처벌 강화로 해결할 수 있어"

수술실 CCTV 설치가 과연 의사의 인권을 침해하는지를 두고도 논란을 빚었다. 

이재명 지사는 "의사의 인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반면에 환자도 어쩌면 대응한 계약의 당사자다. 비용을 내고 자기 일을 맡긴 쪽에서 계약의 이행 여부를 알 수 없다면 불균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면서 "의사의 의무이행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어떻게 인권침해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동욱 회장은 "근로를 하는 근로자를 촬영하면 인권침해라고 하면서 단지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의사를 감시할 권한은 없다. 의사에게도 거부할 권한이 있다"며 "CCTV 촬영을 거부하는 의사에게 '내가 원하니까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갑질이다. 심지어 경기도청 공무원들도 명찰을 달라고 하자 인권침해라며 반발하지 않았느냐"고 반격했다.  

이 회장은 "경기도의료원에 근무하는 의료인들에게도 인권이 있다"며 "CCTV 촬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집단따돌림을 하거나 하는 일이 없는지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기종 대표는 "대리수술이 쟁점이 된 것은 의사와 간호사와 의료기기 회사 직원이 양심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 협회에 제보가 들어온 것도 있다"면서 "지금의 대리수술 실태는 국민이 바라보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지사도 "의사 대부분은 선량하지만, 일부 일탈 행위를 하는 의사도 있다.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도 벌어지며, 드러나지 않은 부분도 상당히 많다는 데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 "어린이집에 CCTV 설치했다고 유치원 원장과 선생님들을 범죄자로 본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맞섰다. 

이동욱 회장은 "이 시장은 토론회 사회자라기보다는 찬성 쪽에서 얘기하고 있다"며 편파성을 지적했다. 

수술실 CCTV 설치 반대를 위한 대안으로 대리수술 의사에 대한 처벌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대리수술은 처벌 강화로 해결할 수 있다. 어떤 강심장을 가진 의사가 엄청난 처벌을 감수하면서 대리수술을 하겠느냐"면서 "마치 CCTV가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동욱 회장의 처벌 강화론에 대해 사후 조치일 뿐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지사는 "결국 신뢰의 문제로, 만약 의사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면 CCTV 설치 요구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뢰가 깨진 이유가 뭐냐 제재로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후 조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욱 회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CCTV도 처벌을 위한 것이지 예방적 조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의사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도 정부와 사회가 불신을 조장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의사들이 허위청구한다. 수술할 때 이상한 행동을 한다는 등 불신을 조장했기 때문에 신뢰가 깨진 것이다. 의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중구 부의장은 "과연 의사들의 범법행위가 더 많아졌느냐. 사회가 투명해지고 정보가 공개됐기 때문에 더 드러났을 뿐"이라며 "그리고 의사에 대한 교육이나 자질이 사회적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의사들의 의식도 개선해야 하고, 교육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협 자정능력 상실하고 불법 대리수술 묵인한다는 인식 남겨"

"근절되지 않는 건 저수가와 복지부의 미온적 태도 때문"

대리수술 등 의사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의사협회의 역할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기종 대표는 "1%의 나쁜 의사들에게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할 곳이 의사협회인데, 제 역할을 못 했다"며 "과거 대리수술 문제를 지적했던 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를 윤리위원회에 넘겨 징계까지 하는 모습을 보인 탓에 국민들에게 (불법 대리수술을)묵인한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이동욱 회장은 "당시 성형외과의사회 임원이 윤리위에 회부된 것은 국회에 가서 '마루타다' '생체실험이다'라고 전체 의사를 매도하고 왜곡된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토론 과정에서 저수가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재명 지사가 "의사의 대리수술은 아주 미미한 문제다. 하지만 무자격자 대리수술은 중대 범죄"라고 지적한 것이 발단이다.  

이동욱 회장은 "PA 문제를 말하는 것 같은데 의료계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는데 복지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PA는 수술보조자가 아니라 무자격자로, PA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저수가 때문"이라며 "의사만으로 모든 노동을 다 소화할 수 없으니 의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수술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저수가와 복지부의 미온적 태도 때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지사는 "공감한다. 우리나라가 저수가고 교과서대로 하면 손해가 난다"고 맞장구를 쳤다. 

또 경기도의사회 설문 조사에서 의사의 20%가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것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 지사는 "의사의 20%가 찬성한다고 하는데, 그 정도가 찬성한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안기종 대표도 "20%가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하고 한 것을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용숙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올 게 왔다 싶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수술실 CCTV 설치 방침에 병원 의료진이 모두 찬성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의사들에게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투명해 보이고 좋을 것 같다며 즉석에서 모두 찬성했다"며 "우리 병원에서 수술하는 의사가 5명인데, 비뇨기과 과장을 통해 전달했고, 모두 찬성했다. 그 과정에서 큰 부작용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동욱 회장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제가 개인적으로 만나봐도 되느냐"고 하자 김 원장은 "그러시라"며 선선히 동의했다. 

김영순 안성병원 수간호사도 "10월 1일부터 병원 방침으로 CCTV를 설치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처음에는 타인의 시선을 느끼기도 했지만 일을 하다 보니 그런 느낌은 사라지고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토론회 이후 도민 의견 수렴과 내부 토론을 거쳐 CCTV 설치를 지속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지사는 "이동욱 회장은 의사의 80%가 CCTV 설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20%가 찬성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며 "다만, 정책은 진리가 아니라 결정이기 때문에 바뀔 수 있다. 조금 더 의견을 들어 도민들이 CCTV는 안 된다고 하고, 내부적으로도 이건 아니다 싶으면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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