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병원 떠나는 건 가해자 아닌 피해자...가해자 엄중 징계 지침 필요"

[라포르시안] 전공의를 폭행하고 성추행을 했다가 징계나 처벌을 받은 교수들이 다시 병원으로 복직하면서 사건 후 남은 전공의들이 수련과정에서 보복이나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하고 있다.

전공의의 이동수련 절차도 형식에 그치면서 지도전문의로부터 폭행이나 성추행 등의 피해를 입은 전공의가 수련을 포기하는 일도 빚어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전공의를 대상으로 각종 범죄를 일삼는 일부 지도전문의의 자격을 즉각 박탈하라"고 촉구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7명의 전공의를 수시로 폭행해 해임됐던 모 수련병원의 지도전문의에 대해서 대학 측이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지만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이 결정이 뒤집히며 다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여러 명의 전공의를 성추행해 정직처분을 받았던 또 다른 수련병원의 지도전문의는 몇 개월의 정직 처분만 끝나면서 다시 병원으로 복귀했다.

대전협은 "병원 내 약자인 전공의를 상대로 폭언과 폭행,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던 이들이 전공의의 교육과 수련을 책임지는 지도전문의라는 완장을 차고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며 "전공의 노동력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수련병원과 기관은 매년 새로운 지도전문의를 지정하기 급급하지만 일단 이들에게 자격을 쥐여주고 난 이후에는 어떠한 추태가 벌어지더라도 전혀 관심 밖"이라고 성토했다.

대전협은 "학계 내 입지나 일자리 알선을 빌미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이러한 일부 지도전문의의 횡포 하에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는 전공의는 지금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그런데도 수련 중의 폭력이나 성희롱 등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처리규정은 현재까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식으로 상황이 정리되다보니 지도전문의에 의한 폭행이나 성추행 문제가 발생해도 점점 더 문제를 제기하기 힘든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어렵게 용기를 내 문제를 제기해도 가해 지도전문의가 다시 병원으로 복귀하면 결국 내부고발을 한 전공의가 견디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대전협은 "피해자인 전공의가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서는 피해를 감내하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며 "여느 사건이 그러하듯이 무언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결국 병원을 떠나는 것은 이번에도 가해자 지도전문의가 아닌 피해자 전공의"라고 했다.

대전협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폭행이나 성추행 가해 지도전문의 자격 영구박탈 포함한 수련병원 및 수련기관 내 전공의 대상 범죄 표준처리지침 마련 ▲유명무실한 이동수련 절차 현실화하고 이동수련 과정에서 수련병원과 학회가 아닌 전공의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 ▲수련병원은 피해자 전공의의 지속적이고 안전한 수련환경 보장 및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등을 정부와 수련병원에 향해 촉구했다.

대전협은 "지도전문의 교육에 책임이 있는 수련병원과 학회는 반성해야 하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가해자를 엄중 징계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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